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20시부터 있는 칩스이다.
하지만 원래 오늘 22시에 러닝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러닝 크루 중 칩스 멤버가 있어서
그분과 시간을 조금 당겨 뛰었다.
세컨더리 웨이브 멤버들이 20시에 먼저 모여
2시간 동안 프라이머리 멤버들이 저번 주에 진행한 내용을 따라잡고,
22시에 S파와 P파를 합치기로 했다.
20시에 3층 코칭실이 가득 차 있어
어떻게 하나 고민 중에,
담임 코치님께서 방문해주셔서
307호 교실을 열어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흔쾌히 열어주셨다.
칩스 S파 모임 중에 코치님이 잠깐 오셔서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너무 깊게 파서 정글에서의 커리큘럼을 놓치지 말라고,
지금 정글에서의 커리큘럼은 아주 중요한 기본기가 되는 것들이라
차라리 그걸 더 파보라고 하셨다.
이 말은 동아리의 근간을 흔드는 말씀이라
마음이 착잡했다.
이 동아리를 만들 때
나를 가장 괴롭힌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했다:
뛰어난 두 명의 지휘를 받는 군대보다는,
어리석을지언정 한 명의 지휘를 받는 군대가 낫다.
칩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나갈 수 있다.
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뜻은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잘못불가의 환상에 빠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오늘까지 두 번의 모임을 통해
칩스에도 분명 고칠 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시행착오는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노하우라고 불리는 가치는
어떤 기업이나 장인들이 남에게 쉽게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대사 중 이런 대사가 있다.
무결하게 태어나는 것과
결점들을 위대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
무엇이 더 훌륭한가?
근간을 뒤흔드는 질문이 있었기에,
잠시 멈춰서 우리의 존재 목적과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향과 속도에 대한 수정도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가진 순간들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강자가 되려고 한다.
이곳에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현재의 책임이자 미래에 대한 도피처이고,
누군가에게 이곳은 환기를 위한 잠시의 수단이고,
누군가에게 이곳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의 결과물이다.
그저 잠시 머무르는 정류장이라 생각했던 이곳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비록 밥 먹고 사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지만,
지금이기에 소중한
그 낭만에 대한 이야기,
그 무용(無用)의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속도엔 방향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