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 앉은 자리가 꽃자리

이순간·2025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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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를 읽고 자란 우리는 인과론에 익숙하다.

게으른 베짱이는 굶고,부지런한 개미는 겨울을 난다.
일찍 일어나면 먹이를 얻는 새처럼
노력과 결과는 언제나 선형적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의 인과는 자주 빗나간다.

스트레스는 나쁘기만 한 걸까?

우리는 늘 그렇게 배워왔지만
근육이 자극 없이는 성장하지 못하듯
창의성 역시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자라날 수 없다.
불편함과 긴장은 종종 가장 좋은 자양분이 된다.

창의적인 사람의 조건으로 위험 감수 능력이 꼽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거같다.

흔히 혁신가라 하면 회사를 박차고 나가 창업하거나
대학을 중퇴하고 벤처에 뛰어든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빌 게이츠만 해도 충동적으로 대학을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장기 휴학 후 사업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관리하는 쪽을 택했다.

성공한 창업가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무모함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계산하고 대비하는 태도였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바벨 전략을
이런 맥락에 적용하면 유용할 듯 하다.

바벨 전략은 양극단을 조합하면서도 중간을 피하는 사고다.

예를 들자며 재산의 90%는 가장 안전한 자산에 두고
10%는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다.

이렇게 하면 최대 손실은 제한되지만
잠재적 이익은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삶은 직선의 사다리처럼 단순한 단계가 아니라
정글처럼 불규칙한 경우의 수로 얽혀 있다.

그렇기에 실패와 위험을 무조건 피하는 대신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전략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안정적인 90%는 꾸준한 학습과 기록
그리고 지금까지 쌓아온 프로젝트들을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그것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반이 된다.

반면 위험한 10%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부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클릭랩에서 성능이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아키텍처를 변경하는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바로 그 10%의 모험이 내 경험을 넓혔고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내 일상에도 바벨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하루 대부분은 익숙한 루틴으로 채우되
일부 시간을 새로운 언어 학습이나 실험적 글쓰기
혹은 완전히 다른 기술 분야 탐구에 쓰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큰 손실은 없지만
성공한다면 삶을 크게 흔드는 변화가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모하게 모든 것을 건 모험이 아니라
안정 속에서 선택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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