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신문 사설을 읽다가
이산(離散)은 변장한 연속이다.
라는 문구를 읽었다.
어느 책에서 가져온 문장이라는데 출처는 찾기 어려웠다.
어려운 문장이기에 좀 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언제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다.
겉으로는 단절되고 흩어진 조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어지고 스며드는 흐름이 감추어져 있다.
수학은 이를 이산-離散과 연속-連續으로 구분해왔지만
이 둘은 사실 서로의 그림자다.
우리는 매일 0과 1로
있음과 없음으로
흐름과 흐르지 않음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산다.
스마트폰-컴퓨터-인터넷
모든 것은 불연속적인 이진수의 조합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근본은 아날로그
곧 연속적인 전류와 파동이다.
끊어진 점들의 배열이지만
그것을 빠르게 이어 붙이면
마치 부드러운 영상과 음악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연속은 연속을 가장하는 방식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계의 초침은 Tick-Tock 하고 끊기며 움직이지만
시간 그 자체는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우리가 기억하는 삶의 조각들
어린 시절의 한 장면
어제의 대화
방금 마신 아바라의 맛은
마치 흩어진 이산점 같지만
시간이라는 직선위에 연속으로 놓여져 있다.
언어 또한 연속을 쪼개는 도구다.
우리는 사과-책상-하늘이라 이름 붙여 세상을 나눈다.
그러나 실제 세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변화하는 흐름이다.
언어가 잘라내고 규정한 이산적 조각들은 그 연속적 세계의 가면일 뿐이다.
이름을 지어도 본래의 세계는 끊기지 않는다.
삶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단절을 겪는다.
실패와 성공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
하지만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면 알게 된다.
그것들은 이어진 연속 위의 굴곡일 뿐이라는 것을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의 전주곡이었고
실패는 다른 성공의 그림자였다.
끊어진 듯한 경험들은 사실
하나의 거대한 점묘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산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단지 변장한 연속에 불과하다.
끊어짐과 이어짐은 본래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창이다.
따라서 이산은 연속의 변장이다.
사유가 깊은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