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우리는 고객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배예원·2026년 9월 14일

오늘의 핵심

사용자 리서치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답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다.

먼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하고, 그다음 그걸 알아내기 위해 누구에게 / 무엇을 / 어떻게 물을지 설계하는 과정이다.

특히 중요한 건 고객에게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과거에 했던 행동과 선택의 이유를 알아내는 것.

좋은 리서치는 질문의 개수가 아니라, 답을 들은 뒤 내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01. 왜 설계부터 해야 할까?

리서치를 시작하면 흔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설문이다.

“설문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뿌리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시작하면 응답은 많이 모였는데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제품에 만족하시나요?”
→ 만족한다 82%

“가격이 중요한가요?”
→ 그렇다 71%

숫자는 얻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래서 제품이나 디자인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순서를 바꾼다.

일단 설문을 만든다 → 사람들에게 돌린다 → 응답을 받는다 ❌

대신,

모르는 것을 먼저 정한다 → 답을 알게 되면 무엇을 바꿀지 생각한다 →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만 묻는다 ⭕

리서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빈칸을 채우는 과정에 가깝다.


02. 좋은 질문인지 판단하는 기준

질문을 만들었으면 스스로 한 번 더 물어본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지?”

예를 들어 어떤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나왔을 때 내가 A를 하고, “아니다”라는 답이 나왔을 때 B를 하게 된다면 의미가 있다.

반대로 어느 답이 나오든 내가 할 일이 똑같다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

즉,

좋은 질문 = 답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지는 질문

이다.

이 기준은 사용자 인터뷰뿐 아니라 UX 리서치 전반에서 꽤 유용하다.


03. 질문을 만들기 전에 ‘가설’을 쓴다

막연하게 질문부터 만들지 않는다.

먼저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을 검증 가능한 문장으로 바꿔본다.

형식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누가 + 언제 + 무엇 때문에 + 어떻게 할 것이다.

예를 들면,

20대 후반 직장인은 퇴근 후 피부가 예민해져 순한 제품을 찾을 것이다.
재구매한 사람은 효과보다 향이 없어서 다시 살 것이다.
미구매 고객은 상세페이지에서 성분을 못 찾아 이탈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문장이 정답이 아니라 가설이라는 것.

“내 생각에는 이럴 것 같다”를 명확하게 적어두고, 리서치를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가설은 너무 많이 만들 필요 없다.
가장 궁금한 것 3개 정도면 충분하다.


04.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여기서 꽤 중요한 내용이 나온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보면 편하고 답도 잘 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실제 고객과는 다르게 답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괜찮은데?”
“나는 살 것 같은데?”

같은 대답은 실제 구매 행동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리서치 대상은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다 ‘내가 알고 싶은 행동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05. 가장 중요한 대상은 ‘미구매 고객’

고객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구매 고객은 왜 구매했는지 알려준다. 이미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수 있다.

이탈 고객은 한 번 구매했지만 다시 사지 않은 이유를 알려준다. 다만 실제로 찾기가 어렵고 기억도 흐려졌을 수 있다.

그리고 미구매 고객.

이 사람들은 해당 카테고리의 제품은 사지만 내 브랜드는 구매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 그룹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료 대부분이 구매 고객 중심이기 때문이다.

구매 데이터, 후기, 문의, 재구매 기록 등은 모두 결국 산 사람의 이야기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진 자료는 대부분 구매 고객의 것이다.
사지 않은 이유는 그 자료만으로 알기 어렵다.

그래서 신규 고객을 늘리거나 이탈 지점을 찾으려면 미구매 고객의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06. 미구매 고객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그 브랜드를 안 산 사람을 어디서 찾지?” 싶지만 꼭 전문적인 리서치 패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당 카테고리의 리뷰를 작성한 사람, 관련 커뮤니티 사용자, 지인의 지인처럼 카테고리에는 관심이 있지만 해당 브랜드는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어 딩독을 조사한다면,

반려견 노즈워크 장난감을 구매하거나 사용해봤지만 딩독 김밥 노즈워크는 구매하지 않은 사람

이 좋은 미구매 고객 후보가 된다.

시간이 정말 없다면 기존 리뷰부터 읽는 것도 괜찮다.


07. 몇 명에게 물어야 할까?

목적에 따라 다르다.

인터뷰는 약 5명 정도부터 시작할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서 같은 표현이나 문제가 반복되기 시작하는지 보는 방식이다.

설문은 비율을 말하려면 더 많은 응답이 필요하다. 수업에서는 약 30명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표본이 적다면 “80%가 그렇다”고 일반화하기보다는 “5명 중 4명이 그렇게 말했다”고 쓰는 편이 정확하다.

리뷰 분석은 직접 사람을 모집하기 어렵다면 약 50개 정도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핵심은 숫자가 적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부풀려 말하지 않는 것.

5명을 조사했다면 그냥 5명 중 몇 명이 그랬는지를 말하면 된다.


08. 무엇을 물어야 할까?

여기서 DAY 13에서 가장 실전적인 부분이 나온다.

규칙 1.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묻는다

❌ “이런 제품이 있으면 사시겠어요?”

이건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이다.

사람은 자신이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고, 인터뷰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좋은 답을 해주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바꾼다.

⭕ “비슷한 제품을 마지막으로 산 게 언제예요?”

❌ “가격이 얼마면 적당할까요?”

⭕ “지난번에는 얼마를 주고 사셨어요?”

❌ “이 패키지 어떠세요?”

⭕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뭘 하셨어요?”

❌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

⭕ “최근에 불편해서 그만둔 게 무엇이었어요?”

미래는 예측이지만 과거 행동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다.

“사시겠어요?”보다 “언제 사셨어요?”가 더 강한 질문이다.


09. 질문 안에 답을 넣지 않는다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원하는 답을 넣어버릴 수 있다.

❌ “순한 게 좋으시죠?”

이미 ‘순한 것이 좋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 “고를 때 뭘 보셨어요?”

❌ “이 화면이 좀 복잡하지 않나요?”

⭕ “이 화면에서 뭘 하시겠어요?”

❌ “가격과 디자인 중 뭐가 중요하세요?”

이 질문도 선택지를 미리 좁혀버린다.

⭕ “그때 왜 그걸로 정하셨어요?”

좋은 인터뷰 질문은 상대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답까지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10. ‘왜?’는 3번 이상

첫 번째 대답이 진짜 이유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이 브랜드 왜 고르셨어요?”

→ “그냥 순해 보여서요.”

여기서 끝내지 않는다.

“순해 보인다는 게 어떤 거예요?”

→ “성분표가 짧더라고요.”

“성분표를 왜 보셨어요?”

→ “전에 쓰던 게 피부에 안 맞았어요.”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

→ “병원 갔다가 그때부터 성분을 더 찾아봐요.”

처음에는 ‘순해 보여서’였지만 깊게 들어가 보니 실제 행동을 만든 원인은 이전 제품으로 인한 불편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왜’를 3번 정도 물어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단, 기계적으로 “왜요? 왜요? 왜요?”라고 반복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마지막 말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게 좋다.


11. 어떤 방법으로 모을까?

방법마다 알 수 있는 것이 다르다.

설문은 ‘몇 명이 그런가’를 파악하는 데 좋다. 비율과 경향을 볼 수 있지만, 왜 그런지는 깊게 알기 어렵다.

인터뷰는 ‘왜 그런가’를 알아내는 데 좋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깊게 들을 수 있지만, 소수의 의견을 전체 고객처럼 일반화하면 안 된다.

리뷰 분석은 실제 고객이 어떤 표현을 쓰고 무엇에 불만을 느끼는지 보기 좋다. 다만 기본적으로 구매 고객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미구매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직접 사용해보기는 어디서 막히는지 직접 경험하는 데 좋다. 하지만 내가 막혔다고 다른 고객도 모두 똑같이 막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목적에 맞게 두 가지 이상을 섞는 것.

예를 들어,

리뷰를 먼저 읽는다 → 반복되는 문제를 찾는다 → 그 문제가 왜 생기는지 인터뷰에서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12. 리서치 계획은 길 필요가 없다

계획서를 만들 때의 4줄

무엇을 모르는가?
미구매 고객이 어디에서 멈추는가.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같은 카테고리는 구매하지만 이 브랜드는 구매하지 않은 사람.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리뷰 50개를 먼저 읽고 인터뷰 3명 진행.

언제까지 할 것인가?
리뷰는 오늘, 인터뷰는 주말까지.

이 정도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계획이 길어지는 것보다 오늘 바로 자료 하나를 모으기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3. 막히면 이렇게 해결한다

가설이 안 떠오르면 DAY 12에서 찾은 약한 접점으로 돌아간다.

“왜 여기서 고객 경험이 끊길까?”를 가설로 바꾸면 된다.

질문이 안 떠오르면 내가 마지막으로 비슷한 제품을 샀던 경험을 떠올려본다. 나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볼 수 있다.

조사 대상을 찾기 어렵다면 우선 미구매 고객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계획은 언제든 바꿔도 된다.

없는 것보다 틀린 계획이 낫고, 틀린 계획은 조사하면서 수정하면 된다.

어제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가"를 보고
오늘은 “왜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가?” 를 알기 위한 것

리서치의 설계와 과정

접점 추적 → 약한 접점 발견 → 가설 설정 → 조사 대상 선정 → 질문 설계 → 조사 → 근거 확보 → 디자인 개선


💡 오늘 기억해둘 것

고객에게 정답을 묻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했던 행동을 물어 그 이유를 발견한다.

① 모르는 것부터 가설로 적는다.
② 답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만 묻는다.
③ 가능하면 미구매 고객을 만난다.
④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실제 행동을 묻는다.
⑤ 첫 대답에서 끝내지 말고 ‘왜’를 따라간다.


🔖 참고자료

https://blog.opensurvey.co.kr/trendreport/
https://docs.google.com/forms/u/0/
https://section.cafe.naver.com/ca-fe/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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