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2년의 끝을 앞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정말 행운이었던 한 해지만 돌이켜보았을 때 나는 정말 친구로써,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 개발자로써, 학교 선배로써 좋은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이 든다.
그렇다고 1년을 회고하며 쓰고 싶은 말을 막 쓰면 술 주정 같아 보일 것 같아서.. 회고에 대한 정리 및 설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건설적인 내용을 담아보려 한다.
2022년 한 해 있었던 가장 큰 이벤트라 1번이다. 10월 24일자부로 입사하여 신입 개발자의 생활을 하게 되었다.
대기업 기술직군 공채였기 때문에 입사 당시에는 어떤 종류의 개발을 하게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었지만, 결국에는 바라던 직무, 직군, 좋은 팀 동료들과 함께하게 되어 아직도 나에게 과분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내 능력에 비해 대단한 회사에 취업하게 되어 최근에는 정말 정신 없이 지냈다.
나중에 취업뽕이 좀 빠진 후에 내가 겪었던 전반적인 취업 준비 내용을 객관적으로 한번 정리할까한다.
올 한 해 첫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름의 취업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일종의 '나에 대한 SWOT 분석'을 한 셈이다. 면접을 준비할 때에도 강점을 어떻게 살렸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서너개 묶어 준비했던 것이 말하는 감자인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최대한 포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도움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줄곧 MBTI 내향형 80%의 삶을 살고 있던 나에게 낯선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고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일은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했기 때문에 오픈 채팅방 등을 전전하며 스터디 멤버를 구했었고 실제로 그 스터디가 취업 성공에 있어 엄청난 도움을 주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도움을 많이 주셨던 bc님을 포함한 스터디 멤버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취업은 나라는 사람을 여러 명의 담당자가 평가하고 판단하는 프로세스이다. 때문에 혼자서 취업을 준비하게 되면 물론 멘탈적으로도 너무 힘들지만 다양한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매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개발자에게 취업 스터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입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동기들과 CS / 취업 스터디를 진행할 때에도 집중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1)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깔끔하게 말하는 연습하기
2) 각자 나만 알고 있을 것 같은 내용을 뽐내서,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동일한 문제를 접근해 보는 노력해보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 교류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내용이고 앞으로도 Keep 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나는 개발자 취업 시장에서의 약점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었다.
개발은 다른 지원자들보다 더 좋아할 자신이 있었지만.. 코딩 테스트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이다.
실제 기업 코딩 테스트에서는 골드 중위권 이상의 문제가 나오면 바로바로 문제를 풀지 못하고 꽤나 고전했었던 경험이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뚜렷하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나는 왜 코테를 더 쉽게 뚫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지 않았나?
써 놓고 보니 그냥 변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 보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돌이켜보면 코딩 테스트에 절실함이 많이 없었던 것도 컸다.
'지금 내 실력으로도 운 좋아서 잘 푸는 유형의 문제 몇 개 더 나오면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버~골드 하위의 문제들은 문제 없이 풀 수 있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니까 나의 강점으로써는 취업 경쟁에서 메리트가 없다.
내가 코딩 테스트를 싫어하고 잘 못하지만 조금 더 절실했더라면, 더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잘 못하고 싫어하는 것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정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지만 최대한 떠오르는 것들을 구체화하자면..
스터디와 같이 강제로라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 일은 결국 할 수 밖에 없으니 열심히 하게 되는 것처럼..
주변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건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를 얻되 너무 자학하지 않는 선에서의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에도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몇 개 진행했었다. 개인적으로 진행한 것도 있었고 여러 사람들과 협업해서 진행했었던 프로젝트도 있었다.
나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션을 많이 썼고, 공부한 것을 정리할 때에는 Obsidian과 같은 툴을 썼다. 점점 마크다운 문법이 너무 편해진다.
그런데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과 함께 진행하다 보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나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때마다 겪고 있는 상황을 적고, 해결법을 위해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문서로 정리해서 공유하곤 했었는데 이 습관이 문제 해결 자체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context와 판단의 근거가 되는 명분이 글로써 전달되는 것은 상대방을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올해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협업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커뮤니케이션이 아쉽다.
나는 일을 하다 뭔가 막히면 항상 내가 좀 더 지고 가려는 편이다.
줄곧 그래 왔기 때문에 많은 일과 책임으로부터 배우는 점도 더 많았지만 그래서 너무 많은 책임을 가지게 될 때에는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이런 방식은 대학 팀플와 같은 1달 정도의 단기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는 꽤 좋은 전략이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계속 협업과 교류를 해야 하는 팀원들에게는 이게 toxic한 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자 장단점이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는 역할과 일을 적절히 분배하는 일이 지금까지의 나에게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 말은 따로 안했지만 분명 내심 속상하거나 업무 진행 방식에 대해 아쉬웠다고 느꼈던 팀원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 미안하고 죄송하다.
이제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좀 더 솔직하게 의사표현을 해야겠다.
물론 언행이 무례한 것과는 전혀 맥락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아쉬웠던 점은 어떤 면에서 왜 아쉬웠다고 제대로 말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집단 전체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친절한 사람이 일을 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니까.
또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더 어려워 하는 것 같다.
내년엔 좀 상황이 괜찮아져서 직접 마주보고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이 많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 스택을 몇 개 써보기도 했었지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가지고 있던 지식들을 좀 더 견고하게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한 해였다.
다행히 아직은 개발이 재밌다. 내가 가진 좋은 점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출처 : 인스타그램 데브 경수님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어서 즐겁고 또 그런 분위기가 있는 회사로 오게 되어 정말 행운이다.
지금까지의 나는 궁금증이 생기면 참지 않았다. 바로 구글링을 하거나 주변 지인에게 물어봐서 어느정도 답에 근접한 지식을 얻는다.
그런데 이런 지식들을 정리를 하지 않으니 나중에 잊어버려 또 다시 찾아보는 일이 종종 있었다. (Python은 왜 GIL을 쓸까?와 같은)
그래서 올해 말부터 TIL을 계속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신입 교육 때부터 계속 써왔었는데, TIL을 쓰려고 노력하는 습관은 참 좋은 것 같다.
Hugo를 사용한 Github blog로 TIL을 쓰게 되니 TIL을 쓸 때마다 개인 Github 계정에 1+ 커밋이 되더라 😊
물론 커밋 행위 자체가 주가 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TIL을 쓸 원동력이 생기는 것은 아주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다양한 운동을 많이 했다.
등산도 종종 가고,
대학 생활 마지막 미식축구 시즌을 뛰기도 하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 것은 항상 즐겁다.
힘들고 바빠서 운동을 가지 못했던 적이 몇 번 있다.. ㅋㅋ
그때에는 정말 가기 싫고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힘든 것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까먹는다.
유튜브를 둘러보다 어떤 영상에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 건 내 몸이 아니라 정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를 이기는 것이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든다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또 체육관에서 만난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떤 분들은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들처럼 먼저 다가가서 말 걸고 친해지시던데
나는 그게 너무 어려워서 계속 그냥 조용히 운동만 하다 나온다 😥
내년에는 좀 더 운동을 열심히가 아니라 꾸준히 해야겠다.
2022년에는 내가 가고 싶을 때 운동을 했다면, 2023년에는 정말로 습관을 만들어 봐야 겠다.
또 취미 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 걸기 챌린지를 실천해야겠다 ㅋㅋ
내가 노력했던 것 이상으로 성과가 나타났던 한 해이다.
그렇다고 자만해서 내년에 해이한 모습을 보이는 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3년, 5년.. 시간이 지난 후에 중니어, 시니어 개발자가 된 내가 이 글을 보면서 신입의 마음을 다시 새길 수 있도록,
이 글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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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올 한해 조금더 솔직해질 걸 하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내년에는 무례를 경계하면서, 좀 더 주도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주도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