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을 끝냈다.

rnaster.woo·2021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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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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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력

지구력이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예술이다. 더구나 글을 쓰는 것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작활동에 지구력을 더하는 일은 말 그대로 하나의 지구를 들고 있는 것 만큼이나 힘이 필요한 일인듯 싶다.

지난 3월 이후로 거의 항상 무언가에 쫓겼다. 다름아닌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보고 싶은 욕심과 완성해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작품 영상

우리가 만든 작품은 두파트로 나뉜다. 명령을 생성하는 웹 인터페이스, 차선과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하는 이미지처리. 끝내는 두 파트모두 큰 문제 없이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저 영상을 결과로 단과대학내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그걸 포기한다면 캡스톤 디자인 경진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내 스스로 만든 창작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장려상보다는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지도교수님과 상담도 하고 팀원과 이야기를 나눠 캡스톤 경진대회에 출품했다. 그런데 또 장려상을 받아온걸 보며 한편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못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었다.
이 상은 지난 학부생활간 나를 성심을 다해 보살펴 준 연구실 선배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무사히 끝났다.

🔧 구성

내가 물류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기존 지게차에 대한 자율주행을 제안한 것은 절실하게 필요한 산업 분야의 너무나 쉬워보이는 기술 접목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물류 사업장에서 특정 위치에 짐이 내려지고 특정 위치에서 짐을 싣는다. 너무나 당연하고 반복적인 작업인데 지난 4년동안 내가 배운 학문은 그런 일을 단순화하고 전산화 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특정 환경에 제한되기 때문에 뼈대가 되는 기획과 설게를 잘 해놓으면 큰 변화없이 어떤 사업장이든 적용할 수 있는 맛깔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예로 키오스크를 들었다. 지금 시장에 보급되는 일반 키오스크는 엄청난 불편함과 테러에 가까운 UI/UX를 가지고도 자동차 한대 값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고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할리데이비슨을 살 수도 있다고 들었다.

신뢰도 높은 이미지 인식과 규격 표준화 가능한 도로교통 지시물을 만든 다음에는 차량이 어제 출고된 최신형이든 20년 전 미군이 사용하던 구형이든 관계없이 지게차에 모터를 붙여 엑셀로 가속을 하고 브레이크로 감속 정지 핸들을 돌려 회전을 만들고 레버를 움직여 짐을 싣거나 내리는 일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훌륭한 비즈니스 계획이었지만 이걸 얼마나 축소하고 어떤 것을 빼고 더해 4학년 졸업 작품 사이즈에 맞추는지도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팀은 지난 몇해간 발생한 건설장비의 사고 통계를 내보았고 나를 비롯한 몇명의 팀원이 먹고 살기 막막하여 졸업전 일해본 각자의 사업장에서 겪은 일을 떠올려 주제를 잡았다. 이런 과거 경험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례로 최종적 형태의 사업장 모형인데 우리가 제작한 트랙 모형은 실제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건설기계조종사 면허 시험에 사용하는 트랙과 같다. 면허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면 실 주행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중국어방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 결론

위 영상처럼 잘 운행된다. 물론 가끔 트랙을 벗어나거나 때때로 회전이 충분하지 않아 경로를 이탈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건 우리가 만들고 실험하는 프로토타입에서의 문제지 신뢰도 높은 영상인식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만약 괜히 수고스럽게 라즈베리파이를 사고 모터를 연결하는 과정없이 진짜 지게차를 한대 사서 분해하고 바로 만들기 시작했다면 12월에는 시제품이 출시했을 지도 모른다. 영상인식과 통신에 대한 문제보다는 라즈베리파이와 싸구려 모터가 말썽을 많이 부렸다.

📝 팀프로젝트

꾸준히 작업한 기간이 대략 반년 이상 쯤 된다. 다들 각자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에 비하면 팀장인 본인이 너무 비대하게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내 목적에는 그런 작업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대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장려상은 지금 생각해봐도 우리가 쏟은 물적 정신적 비용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걸 재무적으로 통계를 냈다면 진작 파산했다. 하지만 길고 비대한 과정에서도 팀원들이 무표정한 소처럼 작업을 함께 해주었다.
아니다 이건 너무 청춘드라마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다. 각자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서로가 가진 아이디어와 작업 구상을 모두 토해냈다. 내가 그걸 좋아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대고 안된다는 둥 싫다는 둥 혹은 입을 다물고 듣고만 있는걸 참지 못했다. 어떤 아이디어에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안된다면 왜 안되는지에 납득이 가능해야했고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안될 것 같은' 10가지 이유보다는 될것 같은 한가지 이유가 더 좋았다. (맞다 악덕 팀장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각자 분야에 대해 믿고 맡길 수 있다 라는 포지셔닝이 가능했다. 팀 프로젝트의 이점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하하호호 우리는 서로 잘 이해하고 존중해서 평화로운 결말을 이끌었습니다는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때 바람직하지 않다. 소설가 김영하는 1개의 소설을 1000명의 독자가 읽는다면 1000개의 감상이 탄생한다는 표현을 즐겨한다. 내 생각도 같다. 프로젝트는 한개의 소설을 대하는 다양한 팀원의 감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주, 아주 즐거운 프로젝트로 지난 두 학기를 보냈다. 이 프로젝트로 터 큰 상을 만들어주지 못해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디에서 어떤 작업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이번 프로젝트처럼 고민은 많이하고 실행은 확실히 할 수 있는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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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만든 좋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랐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창작자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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