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5년의 6개월이 몽땅 지나갔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2025년 상반기는 나에게 있어 격변 (激變) 의 시기였다.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소규모 팀의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개발에만 집중했던 지난 날과는 달리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일과 사람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 나는 2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서 있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내 삶에서 "개발"은 단연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키워드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무게를 조금 내려놓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삶의 다른 측면들에도 시간을 내어보려 노력한 시기였다.
나는 여전히 "개발만 잘하는 개발자는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줄어든 지금은
이제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그 영향인지,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작년보다 다소 낮아졌고,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하게 되는 나날이 이어졌던 상반기였다.
내가 2025년 상반기에 이룬 목표는 아래와 같다.
올해는 정말 나를 고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 와서 느끼는 거지만, 과거의 나는 정말 스스로를 꾸밀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을 속 편하게 살아온 사람이지만,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스스로 처한 현실을 그저 외면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첫 회사를 들어오기 전에도 사실 몸무게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입사 이후 2년의 시간 동안 나의 몸무게는 그야말로 절정을 찍어버렸다.
그렇지만 나는 이걸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에게 “너 진짜 살 좀 빼야겠다” 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웃어 넘겼고,
스스로 “나는 지금 당장 개발에 집중하는 게 맞아” 라는 생각에 매몰될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도망친 끝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올해 상반기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오면서 찍은 사진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야경도 좋고 다 좋은데, 정작 나는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걸까?"
이러한 생각은 머지않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실을 직시한 순간 남은 건 행동이었다.
4월 6일 일요일 저녁 7시, 어떻게 보면 정말 충동적인 결정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나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PT 샵에 찾아갔다.
그리고 마음이 변하기 전에 현장에서 일시불로 금액을 결제했다.
그리고 3개월 간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첫 한달은 토요일을 포함해서 주 6회 꼬박꼬박 운동을 갔다.
다행히 운동을 알려주시는 선생님께서 정말 친절하셔서 의욕이 꺾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일과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퇴근하면 몸도 마음도 지치는데 여기에 운동까지 하려니 죽을 맛인데, 어떻게 이걸 몇 년을 계속 한 걸까?
그래도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옛 말이 있지 않은가?
생전 처음 다뤄보는 기구와 씨름하며 악착같이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했다.
퇴근이 너무 늦어졌다면 집에서 매트를 깔고 맨 몸으로라도 운동을 해보려고 했다.
식단 또한 병행해야 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닭가슴살, 무가당 두유, 훈제란 등등을 구매했다.
아침에는 집에서 양상추와 닭가슴살로 퉁치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주는 샐러드를 먹으면서 버텼다.
저녁은 먹지 않거나 훈제란 두 알로 끝냈는데 처음 한 달은 정말 힘들어서 사람이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배가 고파서 새벽에 일어나 소금을 한 꼬집 먹고 버티기도 했다.
그래도 참았다.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미래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그래서 지금 3개월이 지난 나의 결과는 어떠한가.
오늘 인바디를 측정해보니 첫 날과 비교하여 체중은 16kg 를 감량했고 체지방률 또한 11% 를 줄였다.
다행히 근육량은 초기 측정량을 기준으로 1.3kg 가 늘었다. 무작정 근육이 빠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지금의 습관을 유지하면서 근육량을 늘리고 체중을 더 낮추는 것으로 목표를 가져가려 한다.
장하다 내 자신! 앞으로 이렇게만 해보자!
나의 내면을 무작정 알아봐주기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낯가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주고받는 자리를 자주 즐겨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외면을 가꾸는 일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임을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해왔고,
그런 나름의 진심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를 보여주는 자리에 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내가 내면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 마주하는 이들과 ‘진심’으로 연결되길 바라면서도,
그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기만 하고 그 문을 먼저 열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 참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공감, 배려, 웃음, 진정성 있는 태도…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자기 관리가 드러나는 모습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단정한 옷차림, 건강한 생활습관, 멀끔한 몰골, 나를 돌보는 태도.
이 모든 것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된다.
나의 내면을 알아달라고만 하기보다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외면 또한 성실히 관리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타인과의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다른 장치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물론 외면이 전부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에 있어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제부터라도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고자 여럿 시도를 거쳤다.
먼저, 17년간 나와 함께했던 안경과의 작별을 고했다.
스마일라식을 결정하고 5일 후에 바로 시술을 받았는데, 진작 이걸 왜 안 받았을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만큼 안경과의 작별은 삶의 질을 급격히 상승시켜주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편리함을 주었다.
(사진 표정이 상당히 무서운데 운동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라 피곤함이... 어쩔 수 없었다...)
이후에는 체중 감량으로 기존에 맞지 않던 옷을 다 처분하고 새롭게 옷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이걸 다 이야기하면 너무 기니까 생략하겠다..
지금도 아직 내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레이저 제모도 겸사겸사 같이 받았는데 이거 생각보다 꽤 효과가 좋다. 꼭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근데 얼마 전에 4회차 시술을 받고 온 지금은 잘 제거되지 않아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젠장)
이렇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니, 두 달이 지나서야 반응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세 달만에 대구에서 다시 만난 친구가 나를 순간 못 알아보고 지나쳤을 때는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무엇보다 이런 나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하셨던 우리 어무니 ㅋㅋㅋ
못난 아들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서 참 죄송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그동안 미루고 또 미루었던 업무용 프로필 사진을 새롭게 촬영했다.
링크드인이나 Github, Velog 등 내가 활동하는 곳에 등록할 사진을 꼭 찍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뤘다.
(그리고 포토샵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극한으로 미루고 미루었던 일본어 공부, 이제 정말 본격적인 시작이다.
일본어 공부의 시작도 PT 와 비슷하게 다소 급발진으로 시작한 케이스인데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그간 일본 여행을 스무 번 남짓하게 갔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회화를 못한다는 게 아쉬웠는데,
막상 마음을 먹고 학원에 찾아가 일시불로 결제를 마치니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공부가 진행되었다.
현재는 "일단공부" 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JLPT N5 단어 및 예문에 나온 단어를 같이 외우고 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 3회독에 진입한 상태이며 지금까지 총 800개가 조금 넘는 단어를 2회독 했다.
물론 까먹은 단어가 있을테지만 (예문에는 N4~N1 가릴 것이 없이 나옴) 이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학원에서 배운 문법 외에도 예문에 나온 표현 중에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도 같이 정리했는데 이게 효과가 제법 컸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오랜만에 하는 기분이라 행복했고, 아침에 버스에서 짬내서 단어 공부를 할 때도 피곤하지만 새로운 단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 좀처럼 손에서 단어 앱을 놓기가 어려웠다.
물론 6월에는 여러 일도 있었고 해서 잠시 단어 암기를 놓았던 타이밍도 있었지만,
그래도 3회독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한다.
이를 마치면 4회독까지는 무리고 곧바로 N4 챕터로 넘어가야 할 듯 싶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도 월, 수, 금을 기점으로 복습을 진행하기 위해 시간을 어떻게든 내보고 있다.
지금도 사실 문법을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대화 과정에서 바로바로 꺼내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는 회화 프로그램을 통해 별도로 쌓아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괜찮다! 아직 시작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기초를 탄탄히 다지면서 회화도 짚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일본어 고수가 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처음으로 맡게 된 ‘책임’이라는 자리, 생각보다 어렵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올해 2월, 나는 기존에 몸담고 있던 조직의 리더가 되었다.
이전 리더님은 상위 조직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나는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내가 입사한 지 불과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어났다.
처음 리더 제안을 받았을 때는 호기롭게 수락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개발 업무와 조직 운영을 병행할 수 있을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일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에는 정말 수많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되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팀원들에게,
이제는 내가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우리 팀이 회사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지
비전을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무거웠다.
자연스레 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세우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해야 할지, 무엇을 직접 맡고 무엇을 위임해야 할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한 날들이 많았다.
매일이 선택의 연속이었고,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도 컸다.
개발 업무는 여전히 병행해야 했고,
기획자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기획 문서도 직접 작성해야 했다.
타 부서와의 협업 요청이 들어오면 개발 공수를 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내 몫이 되었다.
그러는 동시에 팀의 비전과 방향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내가 이 조직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며 집중력을 흐린 탓에, 책상 앞에 앉아도 좀처럼 몰입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참 어렵지만 하나씩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개발에만 집중하던 개발자가 고장 나기까지는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상위 리더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위에 로드맵을 세우고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상기하며,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VoC (Voice of Customer) 수집 전략을 수립해 나갔다.
우리 제품을 알리기 위해 사내 직원 분들을 대상으로 제품의 탄생과 목적에 대한 발표도 진행했다.
준비 기간이 짧아서 정말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반응이 제법 좋아서 한숨 돌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모든 걸 혼자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더 많이 일하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리더로서의 역할이 아니었다.
내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팀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드는 것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고, 팀원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업무를 위임하기 시작했다.
아직 서툴고 미숙한 부분도 있었지만, 하나씩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동시에, ‘왜 이 일을 하는가’ 에 대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문서에 꼭 기입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도, 그리고 우리 팀도 조금씩 안정시키려 한다.
물론 지금도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나는 외부의 우선순위 앞에서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이다.
제품 관점에서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못했고,
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기존의 계획이 어그러진 경우를 몇 차례 겪었다.
솔직히 개발에 집중하고 싶지 않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당연히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회사에서 내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나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반성하고,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가장 놓치지 않으려는 건,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진짜 일’ 이라고 인지한 지금,
리더로서 처음 발을 내딛은 내가 스스로에게 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의 나의 업무 퍼포먼스는 낙제점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하반기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개발 공부를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명색이 개발자인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올해 상반기에는 개발자로서의 공부에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못했다.
운동, 자기관리, 조직 운영, 일본어 공부 등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수많은 시도 속에서
정작 내가 본업이라 여겼던 ‘개발’이라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된 것이 사실이다.
올해 초 나는 아래의 다짐을 했었다.
"올해는 프론트와 백엔드를 모두 잘 아는 개발자가 되어보자."
지금은 풀스택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백엔드 역량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상반기 동안 백엔드 개발자 분들과 업무 논의를 거치면서 최대한 책임감 있게 소통에 임하려 노력했지만,
기술적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가끔은 내가 대화의 맥락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핵심적인 기술 용어나 아키텍처의 구조, 선택지에 따른 장단점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회의 중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의견을 내더라도 자신감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동안은 문서나 동료 분들의 리뷰, 그리고 현장에서의 경험에 의존해 어찌어찌 버텨왔던 백엔드 개발.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상반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MongoDB 자격증과 AWS SAA-003 자격증은 다행히 취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되 기술적 기반도 단단히 다져보자.
그래서 나는 다시 결심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되, 개발자로서의 기반 역시 단단히 다져나가자고 말이다.
당장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해지다 보면
지식의 깊이가 얕아지고 결국 더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는 걸 상반기를 통해 절감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핵심 개념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모두에서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풀스택 개발자” 라는 타이틀이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기초를 다시 다지고 시스템적인 사고를 더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나아가려 한다.
그 일환으로, 상반기에는 시도했다가 중단했던 기술 서적 스터디를 하반기에는 다시 이어가 보려 한다.
이번에는 단순히 혼자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정리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흐트러지지 않게 이어나가고 싶다.
스터디 주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개발자로서의 토대를 깊게 쌓을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 중이다.
예를 들면,
이런 주제들은 단순히 기술 스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과 철학을 가지고 개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해주는 좋은 재료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단순히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개발’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시작을, 다시 여기서부터 차근히 밟아 나가려 한다.
7개월 째 중단된 팀 내 개발자 스크럼, 다시 한번 부활 시켜보자.
그리고 한동안 멈춰 있었던 팀 내 개발자 스크럼도 다시 재개할 시점이 왔다.
리더 역할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크럼이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되었고,
그 공백이 팀 내 기술적 공유와 성장의 흐름을 조금씩 끊어놓았다는 걸 뒤늦게 실감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조직 운영에도 숨통이 트였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중심의 루틴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주간 단위든, 격주 단위든 팀원 각자의 인사이트를 나누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스크럼은 단순한 업무 공유를 넘어서 "서로에게 배움의 자극을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처럼 바쁘더라도 성장의 리듬만큼은 놓치지 않도록 다시 가볍게라도 시작해보자.
내가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설정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하반기는 기술적 기반과 팀 내 성장 루틴을 정비하는 데 더 집중하고자 한다.
지금의 흐름을 잃지 않되,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페이스를 지키며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 역량 강화
팀 운영 & 협업 루틴 재정비
자기계발 및 관심사 프로젝트
라이프 밸런스 유지
2025년은 나에게 있어 조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본 한 해였다.
올해의 상반기는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비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되짚어보며 자신을 점검해보는 해였다.
사실 나는 올해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더 나은 개발자가 되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매일 성공하고 매일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있을까.
중간중간 실수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중요한 순간에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제부터는 자신을 자신(自身) 하는 사람이 되자 고 마음 먹었다.
올해는 유난히 일과 자기관리, 감정과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었다.
그만큼 나도 많이 흔들렸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한 상반기였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래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 했던 나 자신에게는
작년보다 조금 더 너그러운 평가를 해주고 싶다. 그래도 이룬 게 적지는 않으니까!
내년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그리고 어제보다 더 성숙한 속도로 걸어가길 바라며
2025년의 나는 잘하고 있다. 괜찮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다독이는 말로 회고를 마무리한다.
갓생아닌가 이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