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컴퓨터공학과 4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
그리고 백엔드 공부를 시작한지(전과한 지) 약 2년이 되는 시점이다.
현재 데브코스에 합격하고 교육을 시작하기 전까지 잠시 여유를 가지고 지내고 있다.
할 일이 없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저 하는 일 없이 웹서핑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나는 '왜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백엔드 개발자로 진로를 택한 시점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마침 백수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에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처음 전과하게 되었을 때, 나를 도와주신 학교선배가 공부방향과 더불어 진로에 대해서까지 알려주고 상담해주었다. 굉장히 다양한 진로가 있었지만, 나는 현실적이면서 가장 적성에 부합하다고 생각되는 백엔드 개발자로 정했었다.
여기서 불편한 부분은 뭐래도 결국 현실적이라는 부분이 적극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별로 불편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특히 면접관이) 나를 좋은 개발자로서 볼 때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점일 것이다.
사실 나는 무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쭉 해킹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내 개인적인 이상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세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AI에도 못지 않게 큰 흥미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컴퓨터공학이라는 분야를 벗어나서도 내가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은 굉장히 많다. 그러나 모두 2년 전 진로를 생각하게 된 그 시점에서 내 밥벌이로 삼을 수 있는 조건에는 크게 미흡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을 '취미'로 분류하였다.
그렇게 추려진 진로는 웹 개발자였고, 프론트, 백엔드, 풀스택 중에서 가장 내 적성에 부합하다고 생각되는 백엔드를 선택하였다.
그렇게 백엔드 공부를 2년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를 해오면서 굉장히 자주 느꼈고, 입 밖으로도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공부치고는, 가장 재밌는 공부다.
김태균 교수님 강의에서 컴퓨터언어들을 배우며 memory allocation되는 과정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감탄을 했다. '아 코드가 내부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구나'. 이후로도 무언가 배울 때 원리, 과정, 이유를 알게 될 때 마다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원래 나는 이해가 안 가면 좀 화가 나는 경향이 있는데, 백엔드 분야에서의 공부는 오히려 그런 점을 충족시켜주며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어떤 지식에 감탄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따라서 뭐니뭐니 해도 결국 적성에 맞다는 것이다.
또 위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이상이 있다고 말했는데, 웹 서비스가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므로 백엔드와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얻으면서 이와 관련한 호기심들이 충족되고 있다. 또 각종 기계들도 컴퓨터언어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결국 내가 이 세상에서 알아야 할 것 중에 손에 꼽히는 분야이기에 즐기고 만족하며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다. 겉으로는 숨기고 살지만, 사실 자존감도 강하고 자존심도 강하다. 나는 이 백엔드 개발자가 현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내 자아실현의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라고 써버리니 너무 함축되어 버려서 조금 더 풀어서 써보겠다.
첫 번째는 개발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유니콘기업~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선배동기들로 부터는 정말 열심을 다 했구나, 엄마한테는 주변에 자랑할 만 하구나, 나보다 대단한 내 친구들한테는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고 싶다.
두 번째는 더 나아가, 사업을 하는데 최고의 수단인 웹 개발 능력을 이용하여 근로소득으로부터 벗어나 자본소득으로 호의호식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내가 웹 개발을 공부하게 된 것이 정말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물론 나중에 충분히 실력을 쌓게 된 이후의 목표다.
사실 무엇보다도 우선, 가족을 포함하여 내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수많은 도움들을 내가 크게 내색하진 않아도 사실 모두 빚이라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다. 내 주식씨드 불리는 것 보다도 중요하고 우선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이 취업 후 소득으로 이 빚을 먼저 갚는 것이다.
'왜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가'. 면접에서 많이 물어보니 개발자로서 공부하다 보면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질문인데, 그냥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솔직하게 한 번 답을 해보자면 이렇다. 공부를 해가며 작은 성취가 쌓일 수록, 그리고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 질 수록 내가 공부를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더 생겨나기도 하고 명확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나의 답은 이러하지만, 개발자로서 인생은 앞으로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또 어떤 상당한 발전이 있은 뒤에 '나는 왜 백엔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가(2)'를 작성해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