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서포터즈 7기 - 2편: 화합, 化合, 和合

Seonuk Kim·2024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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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黎明)

지난 2022년 10월 2일 일요일, 제17회 부산세계시민축제에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아침 일찍 예매해둔 KTX에 몸을 맡겼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이 때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뇌로 덧없이 시간을 보내며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고민도 없는듯 경쾌하게 일직선으로 부산으로 향했다. 기차에 가는 방향으로 물 흐르듯이 같이 향해서였는지, 잠시 흐르는대로 몸을 맡기고 고민에서 자유로워진채로 20분 동안의 기차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부산세계시민축제를 준비 중인 여러 부스. 부산역 광장을 꽉 채워 신기했다 O_O

울산에서 바로 부산역으로 도착하면 되서 그런지 서포터즈 중에는 처음으로 도착했는데, 평소 넓게 펼쳐진 공간이었던 부산역 광장이 여러 부스로 꽉 채워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규모가 큰 것도 있었고, 가까이에 이 정도의 행사가 있었다면 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줄 걸 그랬나라는 아쉬움에 여러 감정이 커졌던 것 같다.

주부산일본국대사관 부스. 부스를 꾸미느라 관계자분들이 많이 고생하셨다!

처음으로 도착한만큼 총영사관분들을 도와 짐을 옮겼다. 다른 서포터즈분들도 하나둘 도착하여 도와주셨고 가장 어려웠던 부스 배경 천막치기와 인형 전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날은 날씨가 특히 더웠는데, 기숙사에 썬크림이 없다보니 활동을 마쳤을 때 확인해보니 피부가 옷으로 덮인 곳과 노출된 곳, 각각 투톤이 되어있었다(...) 그만큼 관계자분들의 고생도 많으셨고 다들 피곤하셨겠지만, 날씨가 맑았던만큼 사람도 붐비고 관심도 많이 받았으니 즐거웠던 해프닝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2022년 제17회 부산세계시민축제

일본의 전통완구. 차례대로 와나게, 겐다마, 다루마오토시, 만화경, 파타파타.

축제동안 완구체험 보조를 맡았는데, 겐다마 같이 눈에 익은 완구도, 다루마오토시, 파타파타 같은 처음보는 완구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파타파타 같은 경우는 그 원리가 궁금하여 여러 방면으로 만져보고 공학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묶여져 있는 줄이 1개냐 2개냐에 따라 나무 판자가 돌아가는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완구체험 보조를 하고 있는 차장님(위)와 나(아래). 날아가는 다루마오토시를 주워오느라 일이 많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완구는 단연 다루마오토시였다. 다루마오토시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달마(다루마) + 떨어뜨리기(오토시), 달마를 (바닥까지)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하노이탑 같이 층층이 있는 나무 조각을 형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바닥부터 하니씩 나무 망치로 빼내는 놀이다. 하나씩 쳐내는 특성 때문인지 어린 친구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인기가 많았고, 많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살살 쳐내려는 실수가 많았는데, 이 경우 거의 100% 확률로 무너진다. 빠르고 강하게 나무를 쳐내는 것이 팁인데, 다루마오토시에 익숙하신 히로시마 출신의 일본인분께서 이런 방식으로 한 번에 성공하셔서 많은 사람이 놀라기도 했다.

화합, 化合, 和合

부산세계시민축제는 정리까지 합쳐서 6시 즈음에 마무리됐다. 주부산일본국대사관 부스는 좋은 자리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들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으셔서 그런지 축제 처음부터 끝까지 붐볐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여러 다문화가정에서 축제에 참여하고 즐겼다는 점이었던 것 같다. 일본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아프리카계 어린이가 다루마오토시를 즐기며 나와 일본어로 대화하기도 했고, 히로시마에서 오신 일본인분께서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분들이 완구체험을 많이 즐겨주셨고, 그에 맞추어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나 역시 일본어, 영어로 최대한 일본 문화를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한국인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햇빛을 피해 구석에서 쉬고 있을 때 소매가 길고 짧은 기모노의 차이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마침 주부산일본국대사관 페이스북 카드뉴스에서 관련 글을 본 적이 있었기에, 소매가 긴 기모노(振袖)는 미혼여성이, 소매가 짧은 기모노(留袖)는 기혼여성이 입는 기모노라고 소개해드릴 수 있었다. 카드뉴스를 주의깊게 봐두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문화적 배경,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데 있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으로 먹은 카츠동. 여러 재료로 이루어진 카츠동처럼 한국도 다문화에 포용적인 나라가 되길

축제가 끝날 때 즈음,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란의 히잡 착용 문제와 관련하여 다문화 여성분들을 중심으로 공론화를 위해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때, 가장 진보적인 중동 국가 중 하나였던 이란이 종교 극단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다른 문화를 배척했고, 결국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들이 살해당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마음이 착잡했다. 한편, 그동안의 많은 차별과 혐오표현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문화에 대해 포용적인지를 자신할 수 없었기에 행진을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화학에서의 화합(化合). 단순한 샐러드 같이 본 재료의 투박함을 유지한채 섞이는 혼합과 다르게 물질이나 원소가 섞여 완전히 물질을 생성하는 일을 의미한다. 일본은 많은 문화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문화를 발전시켜왔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중화소바에서 시작된 라멘이나, 포크커틀릿에서 시작된 돈카츠, 그리고 역으로 일본의 스시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롤이 만들어지며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고 서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다.

화합(和合). 그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다보면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고, 동시에 자신에게는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어렴풋이 일본인이 추구하는 와(和) 라는 가치를 마음에 품게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부산세계시민축제에서 깨달은 진정한 화합의 의미에 대해 되내이며 기차가 이끄는 방향으로 몸을 맡겼다.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서포터즈 7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선욱

해당 게시글은 시리즈로 연재될 예정이며,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서포터즈 7기로써의 활동 후기와 개인적인 솔직한 감상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춰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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