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문과 씨름하며 바쁘게 살다보니 시간은 모래알처럼 흘러, 어느새 11월 26일,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서포터즈의 3번째 활동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1조를 맡게된 다른 두 서포터즈분들과 함께 제10회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 STAFF로써 대회를 보조하고, 중간중간 촬영한 영상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모두가 추억 속에서 미소지을 수 있게하는 낭만적인 역할을 맡았다.

내가 바로 제10회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 STAFF!!!
전날 다른 일정으로 이미 부산에 와있었기에, 아버지께서 디베이트대회가 열리는 부산외국어대학교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모교인 부산과학고등학교의 바로 위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기에, 차를 타고 가는 길이 익숙해보였다. 벌써 졸업한지 3년이 지났지만 길을 바라보면서 패기 넘치던 고등학생 때의 향수가 일으키는 추억 때문인지, 매일같이 바쁜 일상 때문에 울다 지치기도 했던 고등학교 생활의 악몽 때문인지 여러 생각이 얽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부산외국어대학교 캠퍼스 O_O
부산외국어대학교를 들어가자 너무나도 아름다운 캠퍼스에 깜짝 놀랐다. 고등학생 때 과학고 생활이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주변의 학교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어 이번이 첫 방문이었고, 주로 진학하는 학교가 외국어대학교와는 방향성이 너무 멀었기에 한 번쯤 방문할 생각을 못해봤던 것 같다. 대학에 와서도 여전히 바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보니 하나씩 포기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캠퍼스가 늘 바쁘게 쫓겨 살기만 하던 나를 멈추고 마치 잠시 주변에도 소중한 것들이 많으니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 풍경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기에, 그동안 잠시 서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나 자신의 조급함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는 각 대학교에서 차출된 팀들이 주어진 논제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 역할을 부여받은 뒤, 아래의 순서로 각자의 주장을 조리있게 펼쳐나가는 대회다.
(1) 긍정 주장 - (2) 부정 반론 - (3) 부정 주장 - (4) 긍정 반론 - (5) 부정 반론 1 - (6) 긍정 반론 1 - (7) 부정 반론 2 - (8) 긍정 반론 2
크게 영남권 대회와 서울권 대회로 나누어져 있고, 오늘 열리는 대회는 영남권 대회와 서울권 대회에서 각각 1, 2등을 한 팀들이 모여 최종으로 실력을 부딪히는, 이른바 그랜드 파이널이었다. 4강에서 명지대학교와 부산외국어대학교 A팀이, 건국대학교와 부산외국어대학교 B팀이 맞붙었고, 부산외국어대학교 A팀과 건국대학교에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제10회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 평가표. 주장 및 반론 과정을 란으로 나눠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형식
이 과정에서 내가 속한 영상제작팀 1조도 바쁘게 움직였다. 영상 편집의 경우 카카오톡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역할을 나누어 놨었기에, 촬영과 관련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의견을 나눈 후, 각자 촬영을 시작했다. 초반부에 들어갈 부산외국어대학교의 전경과 외부에서 토론하는 모습을 찍은 나와는 다르게, 다른 두 서포터즈분들은 디베이트대회의 모든 과정을 열심히 찍어주셨기에 빠지는 내용없이 수월하게 영상에 모든 과정을 담을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서라도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제10회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 관계자 단체사진
경기가 끝난 후에는 디베이트대회 참가자와 관계자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에 대한 애정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시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과 대회에 참가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의 화합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다. 우리 서포터즈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과거 JENESYS 출신인 관계자분을 찾아내어 방일에 대한 경험을 물어보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분들이 어느새 서로 친해져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연락처를 교환하고 있었다. 다른 서포터즈분들과 JENESYS로 방일한 후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분들의 행복힌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 제10회 한국대학생 일본어 디베이트대회의 우승은 4:1의 스코어로 건국대학교가 차지했다. 내심 동향의 부산외국어대학교 A팀이 우승하길 바라고 있었지만, 건국대학교 학생들의 실력도 출중했기에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후 건국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팀들과도 인터뷰를 하면서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서 몇 달간 정말 치열하게 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를 느꼈다.

잘 끊어지는 소바는 액운을 끊는다는 의미로 확장되어 해넘이국수(牛肉面)로도 사랑받고 있다
서포터즈 활동을 마친 후, 감사히도 차장님께서 지하철역까지 태워주셔서 다른 서포터즈분들과 함께 부산외국어대학교의 높은 경사를 경험하지 않고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마침 다른 용무로 부산에 잠시 내려왔던 우림 선배와 만나기 위해 부산대학교로 향했고, 인근의 유명한 맛집 겐로쿠우동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서포터즈 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언제나 일식을 먹게 되는 것을 보면 운명의 붉은 실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볼 수 없는 인연의 실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자루우동을 고른 우림 선배와 달리, 늘 먹던 자루소바를 골랐다.
내가 먹은 냉소바와는 많이 다르지만, 일본에서는 메밀면이 잘 끊어지기에 한 해의 액운 역시 끊어주기를 바라며 매년 새해에 해넘이국수(牛肉面, 토시코시소바) 를 먹는다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문득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머릿 속에 떠오른다. 몇 명은 JENESYS로 1월에 함께 방일한 후에 JENESYS로는 다시 방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인터뷰에서 우승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내비쳤다. 그 날 먹었던 소바가 내년에 다시 도전할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느꼈던 애환도, 아쉬움도, 슬픔도, 액운도 모두 끊어주길 바란다.
넘어져도, 실패해도, 괜찮다(大丈夫).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