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15 고장

샨티(shanti)·2022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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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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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잔잔히 되짚어봅니다.
성공과 실패의 모든 요소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더 성장하는 내일의 나를 위해 'action plan'을 세웁니다.

텅 비어있는 오늘의 내 뽀모도로 시트처럼 완전히 고장난 하루.
강의를 다 소화하지 못한 여파도 있었고 또다시 아이, 그리고 이번엔 남편까지 다 퍼져버렸다.
솔직히 어제 1시간 자고 집에서 앉아 있으면 망할것 같아서 카페에 나왔는데...

남편이 아이를 볼 수가 없어 시댁에 데리고 갔다가 발작적인 울음이 멈추지 않아
결국 본인 집에 5분도 앉아있지 못하고 다시 아이를 데려왔다.
전화기 뒤에서 들려오는 난감함과 달래지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

그 순간 나도 이성의 끈이 놓아졌고 황급히 전화를 끊은 뒤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뭐해?? 바빠?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서진이가 너무너무 힘들어해."

그리곤 전화기를 붙잡고 15분을 통곡했다.

"엄마. 나 공부도 해야하는데, 이거 진도 밀리면 정말 감당이 안되는데..
엄마 근데 애가 너무 힘들어 해. 밤에 잠도 못자고 나만 찾고, 나 너무 힘들어"

주말에 아이를 맡긴 뒤에 올라온지 하루도 되지 않아 다시 강원도로 갈 짐을 쌌다.
이번엔 일주일치였다.

아픈 남편과 나를 찾는 아이. 그리고 공부.
나는 더이상 늘릴 수 있는 캐파도, 버퍼도 없는 전소된 상태이다.

추적 추적 비가 내리는 강원도행 고속도로.
올해 4월에 갓 면허를 딴 나는 인생 두번째로 빗길에 고속도로 운전을 했다.
내가 가자고 한 거니까 내가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두어시간 자고 운전을 하니 정말 피곤하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공부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과 아이와 남편을 케어할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더 절박했다.

이렇게 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엄마에게 아이 재우는 일을 간신히 맡겨놓고 자리에 앉으니 벌써 5시간이 그냥 지나가있다.
나는 또 다른 이들보다 그렇게 뒤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다리를 놓지 않고 다시 컴퓨터를 켰다.
압박을 받아도, 이월의 두려움이 눈앞을 가려도 울면서라도, 동료들의 코드를 배껴서라도 꾸역 꾸역 ... 꾸역 꾸역.. 그렇게 한다.

그나마 나를 지켜주는 것은 뽀모도로 시트.
일기장같은 TIL이고 뽀모도로 시트이지만, 그 속에는 흔들리는 나를 위한 응원도 있고, 구체적인 계획도 있고, 또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내가 있고, 내일을 기대하는 나도 담겨있다.

오늘의 실패 원인을 아이와 남편에게 돌릴 수 없다.
실패 원인이 그들이라 하더라도, 나는 언제나 실패의 원인이 '나'라고 할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보호하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메가테라.

오늘의 힘듦과 고통은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겨두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늘의 과제를 다시 시작한다.

  1. 40분, 10분 단위로 뽀모도로를 돌리며 강의 반복과제는 강의를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1차 제출에 목표를 둔 뒤 다시 인출하여 학습한다.
  2. 퀘스트 과제를 열어보는 것 조차 하지 못했는데 열어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미리 파악한다.
  3. 자바스크립트 공부를 어제 미리 한 부분이 있었는데, 객체에서 '대괄호' 부분이 이해가 안되서 넘어갔었는데 그걸 이해해야 스파이럴 매트릭스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 미뤄둔 이해는 결국 미래의 내 발목을 잡기 때문에 스파이럴 매트릭스를 좀 더 수월하게 풀 수 있도록 자바스크립트 자습서 해당 항목을 다시 공부하자

지지난주 같았으면 오늘같은 상황일 때 정말 멘탈이 터지고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은데,
노아님 말대로 내가 쪼렙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다음에 한걸음이라도 내딛으니 예전만큼 마음이 미친듯이 불안하지는 않다.

이 것 역시 2주동안 한뼘 더 성장한 '나'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힘내서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자. 내가 좋아하는 넉살의 필라멘트 가사처럼..
그 사이에 좋은 날은 다 지나가버린 것만 같지만,
더 좋은 데로 가고 있어 벨트 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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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사진, 그렇지 못한 글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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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8일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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