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4 강의가 24개

샨티(shanti)·2022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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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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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잔잔히 되짚어봅니다.
성공과 실패의 모든 요소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더 성장하는 내일의 나를 위해 'action plan'을 세웁니다.

몇주 째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독박육아를 담당하는 남편의 짐을 좀 덜어주고자 어제 강원도 친정으로 내려왔다.

금요일만 되면 긴장이 풀리는건지 몸이 두드려맞은 듯 아픔...ㅋㅋㅋ 여러 생각좀 정리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를 씽씽 달렸다.

아침에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같이 시내(그래봐야 시골시내 ㅎㅎ)에 나와 스터디카페에 앉았다.

주말엔 좀 압박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솔직히 디스코드의 알람을 좀 꺼놓고 사는데... 띠링띠링. 뭔가 급박한 메시지같은 알람이 들려왔다.
종종 함께 모여 오프를 하던 동료들의 메시지였다.

강의 페이지를 봤냐는 메시지였다.
종합선물세트라던데...
뭔 선물이지? 하고 열어봤더니 강의가 모두 합쳐 24개에 달했다.

처음엔 응? 했지만.
뭐 나한테만 24개인가... 모두에게 24개인것을. 하는 무덤덤한 마음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를 시작했다.

요즘 정신이 나간건지 뭔지 별 감흥이 없는것도 문제네..;;
그래도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아무리 우리가 배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24개의 강의. 총 16시간에 달하는 이 강의를 배속 없이 듣는다고 할 때 주말동안 모두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너무 아쉽고 죄송했지만 일요일에 2시간정도 진행되는 TDD 스터디에 불참하겠다고 알렸다. 오고 가는 왕복 시간도 거의 2시간이 넘어서 집에서 성수까지 스터디를 하고 오면 총 4시간 30분은 훌-쩍 사라질 것이기에. 죄송했지만 빠르게 결정하고 양해를 구했다.

오늘 코딩도장 알고리즘에 대해 조사하고 블로그 글을 하나 써보려 했는데 역시 강의 페이지를 보고 빠르게 마음을 접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은 여러가지를 연속적으로 빠르게 '포기'했다.
TDD 스터디를 포기하고, 블로그 글도 포기하고.
느긋하게 밥먹기도 포기하고, 조금 일찍 들어가서 아이와 놀아주기를 포기하고.

원래 하나의 선택은 그 반대편에 위치한 선택의 포기를 수반하기에 당연한 흐름이다.
그 선택을 빠르게 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지부진. 늦게까지 고민했다면 양해를 구하는 시점도 늦었을 것 같다.

밤을 샐 자신은 없기에 오늘 역시 페이스대로, 눈 떠 있는 시간 동안 키워드를 추출하고 들을 수 있는 곳까지 강의를 들어보려 한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별다른 말은 아니지만 여러번 들려왔던 아샬님의 짧은 한 마디였다.

"음...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

너무 신기하다.
정말 신기하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나는 오늘 강의를 들으며 에러가 발생했을 때 아샬님이 하시던 이 짧은 한마디를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뭐랄까...
약간 전율이랄까...?

나는 메가테라 과정을 하며 '그래, 컴퓨터는 잘못이 없지...' 라고 생각한게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에러가 뜨면 도망다니기 바쁘고 홀딱 지우기 바쁘고.
TIL에도 여러번 썼었다. 에러가 무섭다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빨간 글씨나 줄줄이 뜨는 영문 메시지만 봐도 기분이 확 상하고 나빠진다.

'도대체 왜이래!!!!' 할 줄이나 알았지.

근데 아샬님은 에러 메시지가 뜰 때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 멘트를 반복하셨다.

'제가 뭘 잘못했죠? 음. 제가 지금 뭘 잘못한걸까요?'

오로지 내가 맞고, 난 잘못한게 없고, 이건 통과가 안될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기 바빴는데.
코딩의 신이라는 분 조차 에러가 발생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이 어떤 오류나 또는 실수를 범했는지부터 시작해서 에러를 찾아나간다.

강의의 양이나 난이도도 충격이었지만(ㅋㅋㅋㅋㅋ)
사실 오늘 가장 충격은 바로 저 짧은 한마디였다.

귀에서 맴돈다.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

모든 해결의 실마리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심지어 '나의 잘못'을 찾는 것은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지 그것이 나의 가치나 자존감을 깎는 일이 전혀 아니다. 사실 이게 너무 두려웠다.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거.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

TDD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빠르게 Green을 보는 것 역시 일부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에러메시지를 본다는 것은 절대 마음 편안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전체 상황을 통제하는 상태에서 일부러 에러를 내는 상황이 아니라면...)

근데 오늘 아샬님의 짧은 한마디로 시작하는 트러블슈팅의 과정을 보면 '나의 잘못'을 찾아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그 자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지금 코딩을 배우는 내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애티튜드라고 생각했다.

강의는 많이 남아있다. 들으면서 보니 배운 내용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도 쏟아져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강의를 들으며, 키워드를 정리하며.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점이 있다면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질문하고자 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모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한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수십년 개발자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 하신 한 마디가 오늘 왜이리 나에게 위로가 되고 위로가 되는건지 모르겠다.

ㅎㅎ. 또 강의들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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