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테라 4주차 주간회고

샨티(shanti)·2022년 6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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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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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며, 혹등고래 성장일기를 쓰는 샨티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24주 중 4주가 지났다.

이번 4주차는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주차였다.
3주차 회고에 for문 어렵다~ 징징거렸던 건 기억 안 날 정도로 높아진 난이도 때문이기도 하고 ㅎㅎ
메가테라 과정의 1/6이 지났다는 사실에 한 주 내도록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던 것 같다.

열심히 뚜드려맞는 것 같은 너낌. 살려조!!! ㅠㅠ.

4주라는 시간동안 내가 희소인재가 되기 위하여 희소한 가치와 지식을 쌓아두었는지 잠시 돌아보았는데. 사실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4주동안 뭘 한거야? 하고 자문할 만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 어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커리어에 대한 경로 의존은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삶과 학습의 영역에 있어서 아직 경로 의존을 벗어나지 못한 탓인듯 하다.

사실 '학습'의 영역은 메가테라 트레이너분들이 여러가지 방법론과 커리큘럼, 교육 철학 등을 통해 바로 잡아 주시지만 결국 삶의 영역은 나의 몫이다.

나는 지금 공부하고 있는 다른 동료들보다 경로의존성을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의지 부족이라기 보단 처한 삶의 상황이 그렇다.
'공부에 때가 있다'는 말이 유독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이 탄 요트나 제트스키라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탄 큰 배가 방향을 바꾸려면 거리상의 버퍼도 필요하고, 배가 기울어 침몰하지 않도록 서서히 방향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가테라 입과 전 약 3주동안 방향을 바꾸기 위해 버퍼를 확보했고, 과정 시작 후 4주동안 삶의 방향성을 바꿔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다행히 아이는 약 2달동안 단계적인 확대 끝에 어린이집 3시간 재원->10시간 재원으로 잘 적응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꾸린 나는 더 이상 내 삶이 '나 혼자만의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방향키를 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 남아있는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방향을 바꿔내야 한다.

이제 새롭게 다가오는 5주차. 삶의 패턴은 어느정도 잘 잡혔으니 이제 강도를 높이고 반복하는 일만 남았다.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트레이너분들과 교육철학, 그리고 나 자신을 깊이 신뢰하며 걸음을 멈추지 말자.




장인의 장독대는 드러나지 않는다.

메가테라 입과 전 시드웨일 사무실에 찾아가 트레이너분들과 얘기한 이후로 노아님과 오랜 시간 이야기한 건 처음인듯 한데.

늦은 시간 젭에 들어오셔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신 것 중에 '짝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기록해둔다.

많은 사람들이 '짝프로그래밍'이 좋다는 것을 알지만, 이것을 문화로 정착시키고 목적과 의도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였다.

짝프가 원활하게 잘 작동하려면 적어도 3~6개월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이를 기다려 줄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된 'tool'로만 활용되거나 아예 정착되기 전에 폐기된다는 것이다.

우선,
(1) 짝프가 짝프다워질 수 있는 시간이 3~6개월이나 된다는 점에 놀랐고,
(2) 그 문화가 정착되도록 시간을 허용한 시드웨일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일했었던 회사들은 그래도 환경이 젠틀한 편이었기 때문에 소위 블라인드에서나 볼법한 그런 빌런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 상 3~6개월의 시간을 마냥 기다려주지는 않았다.
회사가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이해하지 않는가. (납득하긴 어려워도, 왜 그런 행태가 벌어지는지 고개는 뭐 슬쩍 끄덕일 수 있는 정도)


얘기나누던 중간에 아이가 꺠서 우는 바람에 다 듣진 못했지만...
짝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먼저 떠오른 건, 간혹가다 TV에서 나오던 장인들의 장독대였다.

궁중요리 장인이나, 하물며 지방 종갓집에서 대대로 음식을 담당해오던 집안 사람들을 보면 가보처럼 모시고 있는 장독대들이 있다.
그 안에는 최소 수십년, 길게는 거의 100년 가까이 된 간장, 된장 등의 전통 발효음식들이 들어있곤 하다.

대형마트 매대에 보면 온갖 간장, 고추장, 된장이 쏟아지듯 나열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장인의 그것과는 절대 비교하지 않는다.
그 식품들의 라벨에 소위 '60년 전통 깊은맛'이라는 문구가 써 있어도 사람들은 그 된장, 간장이 정말 '60년'을 숙성시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의를 위해 각종 '발효 촉진제'를 넣은 것과 오랜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빚어낸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그저 우리는 편의를 위하여 전자를 선택하지만, 희소가치를 가지며 깊은 맛을 내는 것은 결국 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희소가치들은 대형마트와 같이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곳에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이 6개월의 메가테라 과정은 우리가 장인의 장독대로 가기 위한 방향성을 잡는 시간이자, 그 기틀을 잡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촉진제를 넣은 발효식품(이라 쓰고 가공식품이라 읽는)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결국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도를 걸으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내는. 장독대의 장인에서 탄생한 그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답답하고, 눈에보이는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도 끊임없이 정도를 걷기위해 분투하자.

그리고 정도를 걷는 이들을 따르자.


이번 한주도 고생했다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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