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테라 7주차 주간회고

샨티(shanti)·2022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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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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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며, 혹등고래 성장일기를 쓰는 샨티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언제나 힘들었지만(ㅋㅋ) 이번주엔 더욱더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고 흐른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의류매장을 가면 summer season off를 하고 있듯이.

결국 기록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힘듦과 소중한 추억, 배움도 날아갈 것이기에
7주차를 돌아보며 차곡 차곡 정리해본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부딪혔던 한 주

7주차가 시작되기 전, 금요일 밤부터 아이의 상태가 심상찮더니 토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열이올라 떨어지질 않았다.
보통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돌치레다, 두돌치레다 하며 아프곤 하는데
봄이는 5월생이여서 그럴만한 핑계도 없었고 특히나 코로나 이외에는 아플 이유가 없었기에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아이를 지켜보았다.

처음엔 37.5도, 38도.
그리고 밤새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쓸어내린 뒤 체온을 재었을 땐 39.2도.

그 때부터 손이 덜덜 떨리고 더 이상 아이의 체온을 잴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앞자리가 바뀌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과 공포가 함께 몰려왔다.
보통 주말엔 아이를 재우고 밤을 새다시피 노트정리를 하곤 했는데, 이번 주는 아이 옆에서 꼬박 밤을 새었다.
꾸역 꾸역 먹여놓은 해열제를 토하고, 3~4시간 뒤에 또다시 해열제를 먹였지만 약이 듣지 않는 경우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여전히 아이의 체온이 39도가 넘어가고 있었고 그 시간이 어언 10시간이 지속되었다.

새벽 5, 6, 7시. 매 시간마다 제발 해가 빨리 뜨기를 바라며 오전 9시에 여는 소아과에 8시 반부터 뛰어가서는 아이를 안고 기다리는 일상이 하루 이틀 이어졌다.


도무지 컨트롤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주 마카오뱅크 강의는 이월 직전에 초 고난이도(;;)로 느껴지는 강의들이었고 이미 그 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수두룩 했기 때문에 이번주에는 무조건, 어떤일이 있어도 내용을 이해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런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이가 아프니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고, 어린이집을 가지 않으니 집에서 공부할 수 없고, 또 아이를 케어해야 하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특히 입원을 하라고 소견서를 받아오는 길엔 정말 암담했다.

'아, 이렇게 또다시 같은 강의, 같은 지점 앞에서 무너져야 하는건가.'

너무 큰 상실과 좌절감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건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서 주어진 과제를 하는 것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아이를 탓할수도, 나의 사정을 봐달라고 할 수 없다.
핑계를 대자면 끝이 없고 이유를 찾는 것 역시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근 3일을 쭉 밤을 새고, 커피샵에서 눈치 볼 겨를도 없이 쪽잠을 자고.
지난 TIL에도 썼지만 몸이 힘들고 졸린건 뭐래도 상관 없었다.
쫓아가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겪는 마음의 불안함과 어려움이 싫었기에 어떻게든 최소한의 기준은 채우고 싶은 한 주였다.

그렇게 겨우 겨우 한 주를 쫓아왔다.
강의도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고, 주어진 퀘스트 과제도 동료들의 것을 있는대로 배끼고 참고하여 제출하고 또 피드백을 기다린다.

언제나 '이게 맞는건가?' 라는 질문 속에 갇혀있는 느낌이지만.
이번 한 주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그것 하나에 감사하고 또 마음 한 켠을 위로해보고자 한다.

아이도 큰 고비를 넘기고 지금도 잘 회복되고 있으니...
모든 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최악을 피해갔음에 감사하며...


사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음에도 또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을거란 보장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아이들은 병원 안가면 1주일 아프고, 병원 가면 7일 아프다고 하겠는가...ㅎㅎ

특히 이번주엔 아이가 심각할만큼 아팠기에 정말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몸과 마음 모두 지쳤었는데...

다음번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1) 먼저는 이번과 같이 잠을 줄이는 것 이외에는 공부시간을 확보할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밤을 새는 것에 대한 효율성을 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을 자는것 -> 아예 시간이 사라지는것.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잠은 줄이자. 그리고 잠을 줄이고도 할 수 있는 그나마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자. -> 예를 들면 반복하는 주간과제를 밤새 미리 작성하고 제출해놓는 것(그래야 낮시간에는 밀린 퀘스트 과제를 한다거나 강의를 한번이라도 더 복습할 수 있으므로)

(2) 도움을 청한다. 무조건. 특히 빠르게!
이번주에 노아님께 도움을 청하고 이야기를 나눈건 사실 코딩과 관련된 건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내 마음이 너무 힘들고, 이대로 가다간 중도 탈락할 거란 위기감과 불안감 때문이었다. 특히 나를 제외한 모든 동료들이 퀘스트 과제를 1차로 끝내고 제출한 것을 보면서 진짜 '조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강의를 단 1분도 제정신으로 들을 수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아마 잠을 자지 않은 시간들이 누적되면서 더욱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정말 놀라운 타이밍에 노아님이 접속하신걸 보고 다짜고짜 도움을 청했고, 멘탈을 잡아주셔서 빠르게 학습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 도움이 아니었으면 장담컨대 이번주는 정말 말아먹었을 것이다. 정말로.

동료들, 그리고 트레이너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학습에 대한 공감은 결국 '해 본 사람'이 제일 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간혹 남편이 안쓰러운 마음에 무슨 잠을 그렇게까지 줄어야하는거냐고, 도대체 소화를 할 수 있는 양의 과제를 주는게 맞냐고 타박하듯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마음은 나도 충분히 이해하나 학습을 하는 입장에서 그런 말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양을 소화하고 또 학습을 해야 하는 입장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이 과정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준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도움이 필요할 땐 빠르게 요청하고, 또 앞뒤를 생각하지 말아야곘다고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동료, 그리고 또 동료

이번 한 주는 특히나 동료들과 즐겁게 웃고 떠드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웃고 떠들기만 한 건 아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도 많았고 과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나는 무던하다는 평을 많이 듣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바운더리가 아주아주 명확한 인간이다.
그 허용범위가 넓을 뿐,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가면 절대 나의 곁을 내주지 않고 철옹성 같이 웅크리고 있는 경직된 사람이란 걸 안다.
근데 이 부분이 이번주에 많이 무너지고 깨진 것 같다.
여러 동료들의 노력과 또 쾌활함 덕에 나의 모순과 단점도 많이 드러내놓을 수 있었던 한주였다.

메가테라 과정을 진행하면서 정말 진지하게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던 한 주.
동료에게 '코딩'이라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서로가 지치고 쳐져있을 때 툭툭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라고 손내밀어 주는 것도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좋은 동료가 되고싶다. 정말로.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자주 가는 이마트에 유기농코너로 가면 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영상이 나온다.
저 영상 앞에만 서면 저렇게 춤을 추기에 나도 같이 따라 추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ㅎㅎ.

성경에 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으로'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미 머리가 커버리고 어른이 된 우리는 이를 자꾸 말로 설명하고 표현하려 하지만,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으로는 논리나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일례로, 봄이는 내가 침대 근처에 앉아있으면 밑도 끝도 없이 침대에서 데굴 데굴 굴러와 바닥으로 떨어지려 한다.
본인의 무게도 생각지 않은 채...후... ㅎㅎㅎ
그럼 나는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황급히 잡고 다시 침대위로 던져놓고, 또다시 아이는 데굴 데굴 굴러떨어지고.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이란 이런 것과 비슷하다.
아이는 신뢰하는 대상이라면 상황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물리적인 위험성이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거나 상상하지 않은 채 달려들고 뛰어든다.

공부도 그런 것 같다.
노아님이 '어린아이'처럼 공부해야 한다고, 재미있고 즐거우니 공부할 거리를 찾아나간다고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으나 이미 관성과 타성에 젖어버린 으른이 된 나는 참.. 이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공부할 수 있을까?
지금은 데드라인에 맞춰 과제하기 바쁘고, 그 와중에 중요한 것과 조금이라도 덜 중요한 것을 가려내어 어떻게든 하나라도 줄이려고 머리를 쓰고 수를 쓰는데...
아마 '놀이'라는 즐거움에 가득 찬 아이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찾아서 하고, 같이 하자고 사람들을 당겨오고,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물어가며 해내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개발 공부를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나도 나만의 소소한 재미 요소를 넣어가며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 동료가 내 TIL을 보면 '내가 죽어야지~' 하며 울고있는 모습이 떠오른다던데 ㅋㅋㅋㅋ
사실 틀린말은 아니다.

언제까지 이 개발 공부가 힘겹고 어려울수만은 없으니...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넣고자 한다.

그 방편으로 하루 20분 책읽기를 당장 내일부터 실천하련다.

30분은 체감상 좀 길고, 15분은 짧은것 같아. 20분.....ㅋㅋㅋㅋ
지난번 골든벨 우승 선물로 받은 '서버구조'에 대한 책이 좀 가볍고 괜찮아보이고, 또 읽다가 만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라는 책도 있으니 매일 20분씩. 밥시간에라도 읽고 TIL에 단 한줄의 독후감이라도 쓴다면 그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TIL을 모으면 한 편의 독후감이 되지 않을까?

책 읽는게 그나마 나에게는 재미요소이니 이렇게 더 '개발'이란 영역과 친해져보고자 한다.


코딩 얘기도 아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고 길게 쓰는 이유는...
올해가 끝날 시점에 이 주간회고들을 읽어보며 추억하기도 하고 회상하기도 하고... 그러고 싶어서이다. ㅎㅎ.

이 또한 지나간 한 주가 되었듯이, 오늘 내가 뿌리는 씨앗이 올해 말엔 큰 열매가 되어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주위 , 그리고 동료들과 우리를 위해 함께 뛰어주는 페이스메이커들인 트레이너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샨티. 고생했다. 힘내. 넌 할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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