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며, 혹등고래 성장일기를 쓰는 샨티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주간회고. 좀 더 여유있게 일찍 쓰고 싶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일과시간이 끝난 뒤 아이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고 쏟았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어릴 적, 아빠가 퇴근길에 한 손에 통닭을 사오시는 날이면
그날은 유독 아빠가 힘들었던 날이었다고...
나는 그 말이 너무나, 정말 너무나 절절히 이해가 간다.
이번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락'이었다.
아니... '나락'으로 구글링을 하면 좀 deep한 짤이 나올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웬 희한한 아재 한명이 저러고 나락송을 부르기에...
내 주간회고의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덜고나 방어짤을 썸네일로 설정하고 ㅎㅎㅎㅎㅎㅎ. 한주를 돌아본다.
과제를 제대로 못했다. 인출을 제대로 못했다. 못외웠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고 좌절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스스로 보기에 못났다고 느꼈다.
내가 봐도 못났다.
근데 괜시리 자격지심만 불쑥 올라왔다.
하필 이런 시기에 아픈 남편과 아이가 갑자기 미워졌다.
어떻게든 아등바등 공부시간을 확보해보려고 친정 엄마 아빠가 있는 강원도로 갔는데, 엄마도 아픈 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아 결국 일주일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부랴부랴 다시 아이와 남편을 싣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붙잡고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엉엉 울었다.
뒷자리에 앉아있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운전이라도 하면 생각이 사라질까 하여 운전대를 잡았는데.
고속도로를 달려와 올림픽대로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외롭다. ㅎㅎㅎ 정말 외롭다.
아무리 큰 도움을 받아도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란 게 있고 그 몫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큰 편이구나.
그리고 각자의 사정이 있듯이 나도 나의 사정이니 만큼 타인의 이해를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구나.
그렇게 나는 못했고, 못나고 못된 모습을 마주하며 와장창 무너졌다.
곰곰히 따져보면 아주 소소하게, 아주 아주 미미하게나마 의미 있는 일들도 있었던 한주였다.
난이도가 낮은 과제였겠으나... 5시간을 때려넣어 완성해 본 피보나치 수열 과제.
정말 온-전하게 TDD 방식을 활용하여 풀어본 것이 개인적으로 의미있었다.
근데 근 3개월 가까이 TDD의 중요성을 배웠고 모든 과정의 요소에 TDD가 녹아있는데도
왜 난 이제서야 작정하고 TDD를 실행해본걸까...-_-
어쨌든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면 또 방구석에서 엉엉거리고 어떡하지~ 고민했을텐데...
1차로 문제를 해결했고, 리뷰를 받은 내용에다가 아주아주 운좋게 홀맨님의 코드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리팩터링 할 수 있다는 감을 잡고
노아님의 코드와 비슷하게 리팩터링을 해낼 수 있었던 점은 꽤 의미있는 이벤트였다.
근데... 지금 쓰면서도 느끼는건...
분명 내게 벌어진 일이었는데도 아주아주 남 일처럼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
뭐지... 이 이상한 기분은.
가만 보니, 이거 습관이다. 습관.
부정적인 것은 아주 극대화 하고 증폭시켜서 어찌 보면 그리 큰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하게 확대시켜버리고.
나름 의미있는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자신감과 효능감을 불타오르게 할 땔감으로 쓰지 않고 그냥 저냥 묻어버리는.
왜 이런 이상한 습관이 생긴거지? 이건 겸손도 아닐 뿐더러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결과밖에 낳지 않는 것을...
근데. 정말, 진심인 것은
내가 나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인 것 같다.
부정적인 것을 극대화한다기 보다는 실제로 그렇게 극대화된 크기, 양만큼 부담을 갖고 느끼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긍정적인 것을 애써 최소화한다기 보다는 정말 그렇게 미미하고 작은 크기로 느낀다는 것이다.
왜곡이 굉장히 심해졌다.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금 깊이 생각해보니, 크나큰 이벤트들이 있었던 그 상황들과 잘 이별하지 못했다.
그 이벤트들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이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는, 이번주와 반드시 이별해야 한다. 절대로 얘를 끌고가면 안된다. 아주 단호하게 이별해야 한다.
이별이라는 건 남아있는 과제 망령을 마무리짓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내가 끌고왔던 감정, 과제, 생각, 미해결 문제 등. 그것이 해결되었건 미해결 상태이건 도끼로 나무를 베어버리듯 강력하게 끊어내야 한다.
어줍잖게 묻어두고 있다가는 또다시 불쑥. 새벽 2시에 카톡 보내겠지...
'자니...?'
하. 반드시 이별해야 한다. 잘 정리할 수 없다면 피가 철철 흐르더라도 끊어내야한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듯.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다짐, 새로운 그릇에 쏟아지는 지식을 받아내야 한다.
9주차와의 이별. 방식은 간단하다.
(1) 아까 일과시간이 끝나고 적어둔 이별 리스트가 있다.(ㅎㅎ) '이것을 하고나면 9주차랑은 이별할 수 있어!' 하는 몇 가지 목록. 그 목록들을 해내고 난 뒤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번주차를 흘려보내준다. 기록에만 남기자.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만 머릿속에 남기고 힘들었던 순간과 감정은 이제 기록하였으니 곱씹지 말자.
(2) 토요일, 일요일 뽀모도로 시트를 미리 작성한다. 뽀모도로의 가장 큰 강점은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확실히 줄여준다. 근 1주동안 충분히 느꼈던 것 같다. 어차피 아이와 남편이 아픈건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일. 나는 신이 아니기에... 그러므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은 남겨두되 의사선생님이 빨리 낫게해주실 것을 강!력!히! 믿고 나는... 토요일 7시 30분. 눈 뜨자마자 스타벅스로 향하고 미리 적어둔 뽀모도로 시트를 페이스메이커 삼아 새로운 주차를 달리자.
9주차야.
큰 좌절과 절망도 느꼈지만 그 가운데에서 소소한 의미도 느끼게 해주고, 동료들의 소중함도 느끼게 해준 9주차야.
고마웠어.
근데 우리 다신 보지말자. ㅎ.... 빠빠.... 안뇽.... 꺼져줄래 내 감정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