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불안해 하지만 인스타그램만 구경하던 스스로를 마지막으로 용서하며 쓰는 회고 다짐록 (feat. '역행자' 책을 읽고, 자의식 해체!)

이성현·2023년 5월 7일
0

역행자

목록 보기
1/2
post-thumbnail

고3이 되기 직전, 서울대학교 방문 행사를 했다. 그곳에서 모교 출신 서울대 선배님들과의 만남 시간이 있었고, Q&A 시간에 나는 두 번째로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선배님께서는 서울대에 가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험생활을 하셨을텐데, 목표를 이룬 뒤, 요즘 생활은 행복하신가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400여명의 같은 학년 친구들이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수험생활이 너무 힘들었던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은 "너무 행복합니다." 였고, 이를 원동력 삼아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다짐하기 위해 질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은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고 나를 쪽팔려했다. 더구나 더욱 슬픈 것은 선배님의 대답이었다.

"사실 저도 제가 지금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찝찝함만 남긴 채 나의 질문은 끝나버렸고, 서른 살이 된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행복'한 삶이란 좋은 직장을 얻거나 창업에 성공해 엄청난 부자가 되는 것이라 규정하고 살았다. 학원비를 생각하면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는 들어가고도 남아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멍청한 나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만 탕진해버렸다고 한탄했고, 부자가 되는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렇기에 돈 못번다는 문과대학에 입학한 나는 입학 직후부터 행복하지 못한 여생을 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남들에겐 한문이 좋아 문과대학의 한문학과에 들어왔다고 늘 말해왔지만 거짓말이었다. 한문학과에 막상 들어와 수업을 들어보니 뭐먹고 살지 하는 걱정이 더더욱 커졌다. 친구들에겐 늘 '한문학과' 너무 좋다고 포장했지만 실은 경영학과로 복수전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학점이 필요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중국어와 한문을 해온 나에겐 전략적 선택이었다. 학점은 소프트웨어 전공에 합격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추후 취업 때 자소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문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가치관을 배웠고, 경영과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생겼습니다"고 포장했다. 실제로도 어느정도 맞는 말이기에 한문학과에 대한 나의 시선은 이렇게 잘 타협, 정리가 된 상태이다.

성인이 된 후 늘 부자가 되기를 꿈 꾸던 나는 어이없게도 제대로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 과외나 학원 아르바이트 외에는 한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서는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더 스펙을 쌓으란 말을 하셨고, 그 말을 방패삼아 내가 온실 속 화초로 살아오는 것에 늘 합리화해왔다.

대신 해왔던 것이 교환학생으로 견문 쌓는 척하기, 3개의 전공으로 화려해 보이게 나를 꾸미기였다. 결과는 대성공이긴 했다. 취업 준비 반 개월만에 삼성전자 개발자로 취직하게 되었다. 입사 직후 나는 죽을 때까지 행복한 삶이 보장된 줄 알았다. 멋드러진 5G 개발자가 되어 평생 남들에게 선망 받으며 살 줄 알았다.
그러나 3년차 개발자가 된 나는 여전히 행복한지 모르겠다. 대학시절 생각했던 목표인 '좋은 직장'에 들어왔고, 할머니의 1등 자부심이 되었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

  1. 프로그래머가 되었지만 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임베디드 개발자가 된 것을 한탄만 하면서, 앱 개발자가 되기 위해 그럴듯한 앱 조차 완성시킨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으쓱대기만 하고, 정작 컴공과를 다니는 대학생보다도 기본기가 없다. 그런데 불안해 하기만 하고 인스타그램만 본다.
  2. "네트워크라는 도메인에서 일하기 위해 개발자가 된 것도 아닌데, 월급도 적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서울이 아닌 수원에 매일 가는 일이 피곤하다." 라는 변명만 하고 실행하는 것이 없다. 인스타그램만 본다.
  3. 사실 개발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어깨 뽕에 취해만 있을 뿐 개발 공부는 안한다. (강의 영상 시청은 개발이 아니다.) 창업에 대한 기획할 때만 행복하고 정작 실력을 갖춰야겠다는 불안감에 지쳐있기만 한다.
  4. 개발 공부는 안하면서 간지나는 문과생 출신 개발자인 것에만 으쓱대고 있기 때문에, 불안함이 가시질 않아 놀 때도 불행하다.

결국 그간의 내 삶을 요약하자면,

어설프게만 실행하거나, 아예 실행조차 하지 않고, 불안해하기만 하며 합리화 하기를 좋아하는 멸치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 글을 씀으로써 그간의 나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졌고, 진정으로 바뀌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믿기에 나는 나를 마지막으로 용서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위한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이는 자청 님의 '역행자'라는 책을 읽은 덕분이다. 다음 글에서는 책에서 하는 말을 요약하며 앞으로 내가 이뤄야 하는 내용들의 다짐을 적겠다.

예고편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이 책의 요지는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 책을 읽고 글을 쓰자.
* 상황탓, 게으름, 관성 등 우리를 실행하지 않게 만드는 장벽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부순 뒤, 배운 것을을 토대로 꼭 실행하자. 이 때의 실행은 **사업, 투자**까지 해야 실행의 완성이 된다.
* 이 과정을 의식적이고 지속적으로 반복한다면 어느새 부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자청의 말을 믿기로 했다.~~~~
profile
삼성전자 C-Lab 21기 Creative Leader SW개발자 (쪼랩)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