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 회고 (공개 SW 공모전 참가)

reloxo99·2020년 8월 31일
0

Retrospect

목록 보기
2/3

들어가기 전에

지난 글에서는 공모전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이야기만 했었죠.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공모전 엎어졌습니다.

몇가지 전조증상이 보이기는 했습니다만, 팀원들을 너무 믿었던 제 탓일까요. 제출일을 4일 앞두고 일방적인 통보로 공모전이 엎어지게 되었고, 오늘은 그 얘기를 해 보려 합니다.

전체적인 흐름

팀장이 갑작스럽게 공모전을 엎자고 통보를 해 왔고, 그 이유를 어플리케이션의 완성도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안드로이드를 처음 접하는 사람과 거의 해보지 않은 사람 둘이서 인스타그램 클론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초반 계획대로 2달이라는 기간이 흘러가지도 않았습니다. 저와 함께 하는 동기는 안드로이드 개발 자체를 처음 접하기에 저보다 더 힘든 시간이기도 했죠. 저와 동기가 유투브 구글링 등 여러 방면을 통해 공부를 하며 밤낮 없이 방학 내내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은 각자 개인의 일을 더 우선시 했어요. 코로나 시국에 가족 휴가를 다녀오고, 여행을 다녀오고, 게임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낭비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원래 계획이라면, 다른 팀원들의 할 일은 2-3주 안에 끝내고 인공지능 팀에 1명을 제외하고 전부 안드로이드 개발로 넘어와서 함께 개발을 하는게 맞는 것이였습니다. (팀장의 계획이고, 첫 회의때 전부 상의된 사항이였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제출 11일 전에 일이 끝났다 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이 안되서 일이 진행이 안된다며, 그나마 안드로이드를 다뤄본 3명이서 메뉴 하나 개발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만들어야 할 UI를 제공해주고, 다른 부분에 더 신경써서 조금 더 발전 시킬 수 있었죠. 그리고 5일 후 회의에서 못하겠다고 통보식으로 알려주더군요. 이 때가 공모전 제출 마감 6일 전이였습니다. 저와 동기는 멘탈이 심하게 흔들려서 계속해서 빠르게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팀장과 연락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연결도 해 둔 터였죠. 유저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는 인공지능 팀의 말에 따라 해당 부분이라도 완성을 시켜서 APK 배포용으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와 제 동기 없이 다같이 모였더군요. 그리고 그날 밤에 일방적 통보로 공모전 참가가 불가할 것 같다는 연락이 왔고, 제 방학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결과물을 제출하지 못하고 공부했다 치자는 말을 한 팀장에게 상당히 화가 나서 답장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제 동기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가 갔고, 제 동기는 다음날 아침에 알겠다는 답장 하나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엎어진 공모전 덕분에 개강까지 하루가 남은 저는 개강 준비로 바빴고, 갑자기 팀장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무슨 내용인고 하니 전날의 문자는 본인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랬다. 미안하며,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만 마무리 해서 내 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상당히 어이가 없었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더군요.) 팀장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다른 팀원들은 본인들의 일을 우선으로 하고 놀고 싶은것을 다 놀면서 진행되었고, 2-3주안에 보충된다던 인원도 마감 11일 전까지 아무 얘기 없었으며, 저와 제 동기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었는지 말했습니다. 또, 일방적인 통보에 굉장히 화가 났음을 이야기 해 주었죠. 그리고 팀장의 통보 대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끝낼 것이다'는 의견을 전달 했습니다. 제 동기에게도 비슷한 문자가 또 한번 갔고, 팀장 또한 제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큰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기 때문에 저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였습니다. 깃허브에 주기적으로 업로드를 하고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보였고, 그에 관심이 없었음을 이제서야 보였던 거죠.

전공 특성 상, 저는 팀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에 흔히 떠도는 "인류애 상실 조별과제" 이야기에도 타 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곤 했죠. 그랬던 제가 이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모전에 대해서 초반에 여쭤봤을 때, 아는 인생 선배님께서 그러시더군요. 5명 이상이서 함께하는 공모전은 참가하는게 아니라고. 당시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젠 너무나 이해가 잘 됩니다.

전조 증상들

위에서 말 했듯이 몇가지 전조증상들이 보였고, 이것들이 전제적인 흐름에 언급되었습니다만, 정리를 하자만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원 분배 미스

일단 이전 회고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안드로이드 개발에 2명만 배정된다는 것이 이상했죠. 노베이스의 막내 둘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못 끝낼 것을 알고 있었고, 첫 회의 때 인공지능 팀의 일이 최장 3주로 예정 되어 있으며, 이후에는 1명을 제외하고 전부 안드로이드 개발에 집중시킬 것이라는 팀장의 약속이 있었기에 저나 제 동기나 인정을 하고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였습니다.

2. 인원 보충 실패

인공지능 팀에서 데이터를 전부 수작업으로 쌓아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습니다. 2000개의 데이터를 쌓는데 2달이 꼬박 걸렸습니다. 4명이서요. 그로 인해, 안드로이드 팀에 인원 보충이 점점 늦어졌고, 저와 동기는 개발을 하며 서로 "이거 완성할 수 있을까?", "일단 하는데까지는 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3. 팀원들의 개인 일정 우선시

인공지능 팀이 네명이서 2000개의 데이터를 쌓았다고 했습니다. 저희도 그 데이터를 접속해서 볼 수 있습니다만, 단순 엑셀작업이였습니다. 동아리 선배들이였고, 함꼐 공통적으로 속해있는 단톡방도 많았으므로,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할 경로는 많았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이 늘 하는 이야기는 "오늘 내전할까?" 혹은 "오늘 롤 하고싶은데 내전 있음?" 이런 식의 게임 이야기 뿐이였습니다. 또 회의 시간을 정함에 있어서도, 커플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시간이 안되고, 가족 여행이 있어서 일정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았죠. 저와 제 동기는 가족 여행도 취소하고,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약속마저 미루는 상황인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미련했네요.. 놀건 다 노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발 동동댄게 얼마나 우스웠을까요.)

4. 팀 끼리의 원활하지 않은 소통

슬랙을 통해 다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채널도 있고, 단톡방도 있으며, 팀 끼리 이야기 할 수 있는 채널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팀이 진행이 부족해서 도와주겠다 혹은 안드로이드 개발이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등의 중요한 이야기는 항상 팀장을 통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언질이나 감 조차 오지 않았고, 서로의 진행 정도를 확인 할 방도가 거의 없었습니다. 안드로이드 팀의 경우에는 매주 전체 회의에서 어디까지 진행을 했으며, 어떤 식의 UI와 기능을 구현했고, 이 것들이 github에 올라와 있음을 자주 언급했습니다. 인공지능 팀의 경우,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본인들 컴퓨터의 jupyter 파일의 인공지능 학습 코드를 확인하는 것 뿐이라 저희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이런 일들을 겪으며, 저와 제 동기는 서로 지속적으로 "이거 기한 내에 완성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심해졌고, 서로 격려하며 더 개발에 집중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엎어진걸로 끝이 났네요.

앞으로의 계획

전 앞으로 5명 이상이 참여하는 공모전은 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배들과 함께라고 해서 제가 도움이 되는 추가적 요소가 아니라 기반이 되는 주축이 됨을 경험했습니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모두가 함께 하면 퀄리티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깨졌습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스스로 백엔드도 해 보는 것이 제 포트폴리오와 인생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저를 위한 방향인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으실 분이 몇분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공모전에 참가하시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나름 굉장히 뼈저리게 느끼고 후회하는 점들이며, 인류애를 잃게 한다는 팀 프로젝트 참여 후기니까요..)

긴 글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profile
한국외국어대학교 컴퓨터전자시스템공학부 전공중인 3학년 대학생입니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