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계획은 원대하나, 정신차려 보면 일요일 밤이 되는 마법..
묵혀놓은 할 일들이 많아서 월요일만 되면 '이번 주말엔 꼭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들이 생기기도 하고 '귀차니즘'도 발동해서 계속 발효(?)되는 일들이 있다.
이번 주만큼은 꼭 해내기 위해, MBTI 'J'답게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메모는 이제부터 옵시디언으로.
나는 개발자를 시작하기 전 다른 직종에서 일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날그날의 일지와 일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쓰는 습관이 있다.
20대까지만 해도 스스로 머리가 좋고 회전도 빠르며 멀티태스킹이 잘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기억의 휘발이 급격하게 빨라짐을 느꼈다. 취미 생활 중 몇 번의 머리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한 일과 말조차 너무 빨리 잊어버리게 되어 필사적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옛날 그 시절엔 윈도우에서 사용 가능한 USB 기반의 '담비노트'라는 유료 툴을 이용했다. 오프라인 기반이라 분실하지만 않으면 데이터 유출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 (지금도 가지고는 있지만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열지 못하고 있다...)
개발자가 된 후 맥(Mac)을 접하면서는 기본 메모 앱을 쓰기 시작했다. 가볍고 익힐 게 전혀 없으며, 무엇보다 애플 생태계 안에서 모든 디바이스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메모 방식은 별거 없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적고, 일과가 끝나면 달성 여부를 색으로 표시한다. 달성 못한 일은 이유를 적고 다음 날로 넘긴다. 주로 업무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이나 이슈 사항, 해결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들을 적는다. 그 외에 회사 업무 아이디어나 개인 앱, 사업 아이템 등이 떠오르면 각각 폴더를 만들어 기록해 둔다.
이렇게 잘 써오던 메모 앱을 떠나 옵시디언으로 갈아타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능의 확장성: 좀 더 스마트하게 메모를 관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기술 블로그 운영: 공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다.
나만의 '자비스' 만들기: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옵시디언은 로컬 기반으로 데이터를 관리하지만, 설정에 따라 원하는 글만 골라 온라인에 배포할 수 있다고 한다. 거창한 기술 블로그보다는 일하다 알게 된 소소한 팁이나 편법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정기적으로 공유해 보려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기록을 남기는 본질적인 이유는 '망각'을 막기 위해서인데, 막상 실무 중에 데이터가 필요할 때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하는 게 너무 불편했다. 누군가 "예전에 그 작업 어떻게 처리했었죠?"라고 물을 때,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라며 컴퓨터를 뒤적거리는 그 딜레이가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졌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내 일상을 공유하며 나 대신 자료를 찾아 브리핑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데, 옵시디언이 그 토대로 적합하다는 제미나이(Gemini)의 의견에 적극 공감했다. 이번 주에는 옵시디언 사용법을 익히고 기존 메모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쓰다 보니 말이 너무 많아진 것 같다. 오프라인에선 말이 없는데 글만 쓰면 길어진다. 글 못 쓰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던데...)
클로드 코드 Max plan $200 결제
벌써 2주째 고민 중인데, 손이 떨려서 결제 버튼을 못 누르고 있다. 클로드 코드의 맛을 봐버렸는데, Pro 요금제는 쿼터(Quota) 제한이 너무 빡빡해서 200달러짜리 플랜을 한 달만 맛보기로 써볼까 싶다.
요즘 환율이 워낙 높아서 한 달에 30만 원이 훌쩍 넘어버린다. OTT 구독료도 아까워서 넷플릭스 하나만 유지하는데, 코딩 구독료로 월 30만 원이라니...
하지만 결제를 고려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현재 회사에서 작업 중인 AI 챗봇의 '회귀 오류'가 도저히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
처음엔 AI 챗봇 개발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관련 강의를 듣긴 했지만 대부분 휘발된 상태였고, '어차피 AI랑 같이 할 거니까 괜찮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전체적인 그림은 그려져 있었고, 코딩은 나보다 AI가 잘할 테니 지침과 프롬프트를 꼼꼼히 작성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컨텍스트가 너무 방대해서인지 의도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동작은 되는데, AI가 수정한 코드를 보니 if-else문의 남발과 하드코딩, 예외 강제 처리 등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짜놓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환경에서 꼭 필요한 '유연성'과 '정확도'가 결여된 구조였다.
노가다로 프롬프트를 하나씩 던지며 고쳐나갔지만, 하나를 고치면 다른 하나가 틀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대화 맥락의 유지나 끊어내기도 매끄럽지 않았다. 얕은 지식으로 RAG 데이터만 충분하면 AI가 알아서 의도를 분류하고 답변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단순한 수정 방식으론 안 되겠다 싶어 구글의 AI 에이전트인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써보기도 했지만, 베타 버전이라 그런지 자꾸 끊기거나 지침을 어기는 버그가 있었다.
결국 유지보수가 편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위해 랭그래프(LangGraph)를 이용한 전체 리팩토링을 진행했다. (물론 AI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데 오히려 비효율적이지만 확실했던 기존의 핵심 로직들이 걷히면서 현재 오작동이 더 심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쿼터 제한이 적고 똑똑한 클로드 코드를 제대로 투입해 보려는 것이다. (안티그래비티에서도 클로드 모델을 지원하지만, 동작 중 오류를 뿜는 버그가 있다.)
한 달만 진득하게 사용해 볼 생각이다. 기왕 큰돈 쓰는 거, 쿼터가 남는다면 뽕을 뽑기 위해 기존에 구상했던 앱 개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웹으로 만들어둔 몇몇 서비스를 플러터(Flutter) 앱으로 전환하고, 익숙한 Flask 서버도 FastAPI로 전부 교체하려고 한다.
내 개발 스튜디오를 상징할 대표 캐릭터와 도메인은 이미 만들어 두었다. 이 도메인 하위에 여러 서비스를 배포할 계획인데, 클로드 코드를 통해 이 작업들을 가속화해 보려 한다. 이미 보안 설정과 다중 프로젝트 환경 구축은 끝났다. 결제만 하면 되는데... 손이 참 떨린다.
일단 이번 주말에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이 두 가지다.
물론 코딩테스트 준비를 위한 공부도 해야 하고,
매주 주말마다 2~3시간씩 와이프 도시락 반찬 만드는 일도 해야 하지만
(장 보는 시간까지 하면 생각보다 시간 엄청 잡아먹음)
조금 바쁘게 움직이면 달성 가능할 듯싶다.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