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나 해볼까? 하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분들께

Somi·2021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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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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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을 그만두고 싶은가?

왜 국제개발협력을 그만두고 싶은가? 박봉이라서? 미래가 없어서? 요구되는 학력은 높으면서 대우는 좋지 않아서?

만약 이런 고민으로 국제개발협력을 그만두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 국제개발협력은 웬만한 신념과 의지로는 살아남기 힘든 바닥이고, 직업의 조건들로 인해 그 의지가 흔들린다면 안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의지도 없는데 현직업을 애써 유지하는건 더 나은 조건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필자는 진심으로 당신의 퇴사를 응원한다.


지금 이 직업이 의심된다면 fuck everything을 외치자!

필자의 경우, 앞서 적은 글에서는 개발이 좋은 이유가 훨씬 많아서 NGO 활동가를 그만 뒀다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이 더이상 하기 싫었던 이유도 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직업을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가는 정글같은 서울에서 거지꼴을 면치 못할 것만 같은 공포감에 휩싸인 탓이 컸다.

개발이나 공부해볼까?라고 나도 생각했다.

싱가폴로 출장갔을 때, 카페마다 맥북프로를 펼치고 앉아 도통 알 수 없는 언어를 써내려가는 너디한 개발자들을 보고 있자니 반할 것만 같았다. 나도 그렇게 선망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게다가 연봉도 높고 미래도 창창하고 실력만 있으면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섹시한 회사들에서 모셔간다고하니 내가 개발을 안할 이유가 전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런 아주 세속적인(?) 망상은 생각에 그쳤고, 개발에 입문해야겠다는 다짐은 선뜻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웹페이지 개발에 대한 호기심에 눈을 떴고(이전 글 참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땐 정말 개발이나 공부해볼까?하는 마음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현실은 (예상대로) 정말 가혹했다. 이직을 다짐한 이상, 국제개발협력을 향한 나의 의지가 약해진 만큼 개발에 대한 의지는 강해져야 했다.

커리어 전환시 마주할 현실


현실은 어떨까? 비전공자이고 독학 또는 학원을 통해 개발을 배운 국제개발협력업계 출신 개발자 지망생이 처할 현실을 상상해보자.

1. 내가 원하던 조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NGO 다닐때보다 좋은 복지와 급여수준을 원했다면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신입 개발자를 뽑는 곳은 정말 소수이고, 뽑는다해도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더 많다. 그렇게 힘들게 신입개발자를 모집 중인 스타트업을 발견했는데, 공고를 읽다보니 어쩐지 작은 규모의 NGO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사수도 없고, 이렇다할 복지체계도 없고, 생각했던 수준의 급여도 못맞춰 주는 스타트업이 상당수이다.

2. 개발은 정말 어렵다.

개발을 공부하면 왜 대기업들이 실력있는 개발자를 모셔가는지 이해가 절로 될 정도로 개발공부는 정말 쉽지 않다. 개발자들이 흔히들 하는 말 중에 개발자는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와 기술스택들이 나오고 (타 업계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상이다. 게다가 코딩교육이 대세가 되면서 미래가 창창한 젊은 개발자들은 계속 치고 올라오고, 개발이 취미인 개발자들이 널려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이 어려운 공부를 즐기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3.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인정받기까지

학원출신(또는 독학러) 개발자는 채용시장에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글을 올리는 벨로그만 봐도 학원 출신 개발자를 비난하는 글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다. 물론 그만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이미 컴공 또는 유사학과 출신, 거기에 실력을 곁들인 개발자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부기간이 짧은 학원출신, 독학러 출신의 개발자들은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시장의 편견을 깨고 인정을 받으려면 몇배의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당신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전공자만한 실력을 갖추면 구직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도 개발은 못참지

그래도 개발은 못참겠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1. 언어를 배우기보다는 만들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서 각 언어마다 다른 문법과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언어를 구사하려니, 어떤 문법으로 어떻게 말하느냐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때가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마찬가지여서 당신이 파이썬을 공부하느냐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느냐보다 어떤 개발을 하고 싶으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선택해야할 언어도 달라진다.

2. 로드맵을 찾아보자

어떤 것을 만들지 결정하고 어떤 분야(웹개발, 그중에서도 프론드엔드, 백엔드 아니면 앱개발, 데이터 사이언스 등등)로 진출할지 정했다면 이에 맞는 로드맵을 찾아보자. 구글을 켜고 xxx(원하는 직군) roadmap이라고 검색하면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제 그 로그맵에 따라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3. 어떻게 공부할지 정하자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퇴사하지 않고는 이직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때 말이다. 그런때가 도래하면 어떻게 공부를 할지 정하자. 필자가 수강한 비전공자를 위한 개발자 취업개론을 참고해도 좋고 다른 블로그들을 참고해도 좋다. 독학, 부트캠프, 온라인 수강 등등 자신에게 최적의 학습환경을 마련하자.

4.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응책을 마련해두자

개발공부는 어떤 방식을 취하든 돈과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퇴사통보를 했을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니라면 생활비와 수강비, 도서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책을 세워두자. 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앞으로 공부할 학원 등의 개강시기는 언제인지도 체크해두면 좋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대학에 다닐때 일본에서 정말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친구가 그랬다. 여기와서 겪어보니 어느 나라든 다 X같은 면이 있는데 그 이유가 다 다르다고. 일도 같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든 X같은 면이 다를 뿐이지 X같은 면이 없지 않다. 개발의 경우 위와 같은 이유가 여기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의 의지와 신념을 불태울 수 있는 일,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라 굳게 믿는다. 내게 개발이 그러하듯 당신에게도 개발이 그런 일이 될 수 있다면 과감히 도전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험난한 길을 함께 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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