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취업 성공기

Somi·2021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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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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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발자가 되기로 한 이유는 아래의 글에 상세히 적혀있습니다!
NGO활동가가 개발자에 도전하는 이야기

이래가지고 개발자 할 수 있겠어요?


지원한 회사를 노션에 위와 같이 정리하여 관리했다. 지원은 8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80개 정도 했다.(다 디져써 내가 우주최강 개발자다!!...가 인상적이다.)

다섯번째 정도의 기업에 면접을 갔을 때 들었던 말이다. "이런건 코더지 개발자가 아니에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면접와서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보다는 뼈를 맞았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만큼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눈물이 찔끔 날뻔 했지만 곧이어 있을 인성면접을 앞두고 꾹 참아야 했다. 내 앞에서 한숨을 푹 쉬던 리드 개발자는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면접을 마치겠다는 말과 함께 인사도 없이 면접장을 나갔다. 처음 면접도 아니고, 이미 여러 번 면접을 보고 난 뒤인데도 내가 이 정도 밖에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이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은 면접은 그저 운이고, 서로 잘 맞아야 붙는 거라며 위로를 해줬지만 사실 면접을 본 나로서는 이게 내 실력의 문제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그간 공부한 것들을 쭉 살펴보았다. 눈물 콧물이 묻은 코드들을 보며 저것이 정녕 눈물 콧물 쏟으며 짜야했던 코드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노션을 켜고 면접을 복기했다. 분명 내 손으로 짠 코드들 중에 답이 있는 질문들인데 답을 못한 것을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짰던 코드가 맞았다. 나는 진짜 코더였다.

다 디져써 내가 우주최강 개발자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면접에 나온 질문들을 노션에 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작성한 코드들을 한줄씩 보며 이 코드가 왜 필요한 코드인지를 공부했다.

그리고 떨어진 자존감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친구가 스윙스의 <나는 자기 암시>라는 곡이 있다며 추천해줬다.

내가 마치 스윙스가 된 것 처럼 근자감이 생겼다. 멘탈이 무너질 것 같으면 자기암시를 틀고 공부를 했다. 이 노래(?)만 틀면 아무것도 없는데도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이 자기애가 차올랐다(이 자리를 빌어 스윙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마음맞는 동기와 함께 면접 질문에 답을 달고, 면접이 잡히면 면접스터디를 통해 답변을 하는 연습을 했다. 답변을 직접 만들고 말을 하며 연습하니 금방 머릿속에 지식들이 자리잡는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연습을 하면 할 수록 자신감이 올라갔다. 또 서류전형에서 합격률을 더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위코드 멘토님의 도움을 받아 이력서를 더욱 탄탄히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런 준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면접을 여러차례 보다보니 그 기준이 어느정도 서게 되었다. 면접 전형 중에 면접관이 충분히 존중해주는지, 채용공고가 얼마나 상세하지 등이 해당 기업의 기업문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을 기준으로 회사를 고르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은 언어능력과 해외경험을 살려 외국계에 지원해보라 권했다. 나는 친구의 말을 계기로, 로켓펀치와 원티드에 한정짓지 않고 링크드인에서 외국계 회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링크드인에는 영어능력을 요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그중 한 회사의 채용공고만 보고 사랑에 빠져버렸다. 다급히 영어 CV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해당 스타트업의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게 맞는 회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수평적인 문화를 실천하는 회사, 다양성을 존중하는 회사, 직원의 성장을 응원하는 회사.

이 이상적인 조건들을 아주 상세하게 채용공고에 명시해둔 회사는 여기뿐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곧바로 일정을 잡고 첫번째 관문인 컬쳐핏 면접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다행히 컬쳐핏 인터뷰는 한국어로, 그리고 1:1로 진행이 되었다. 해당 인터뷰는 내가 작성한 영문 이력서와 영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대표님께서 정말 놀랍게도 노션으로 만든 내 포폴의 모든 링크를 눌러보신 것 같았다. 블로그에 올린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시간을 적은 글도 봐주시고 이와 관련하여 질문을 주셨다. 시간내어 나에 대해 알아봐주신 것에 굉장히 감사했다.

면접이 끝나고 얼마가지 않아 과제를 통해 실력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도 괜찮겠냐는 메일이 왔고 나는 기쁘게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과제는 덩어리로 만들어진 코드를 컴포넌트 별로 쪼개 그대로 기능을 유지하되, 재사용성을 높이는 목적의 과제였다. 일주일의 기한을 주셨고, 놀랍게도 작업 시간을 알려주면 이에 맞는 시급을 제공하겠다고 하셨다.(사랑해요 대표님,,)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 최종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이번 면접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라이브코딩과 기술면접, 그리고 문제풀이까지 있는 정말 저세상 난이도의 면접이었다. 최종면접을 앞두고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자기암시를 했음에도 이번 면접은 꼭 떨어질 것만 같았다. 동거인을 붙들고 난 이번 면접 진짜 안가고 싶다. 창피만 당하고 올 것 같다며 울며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이미 최종면접에 합격한 회사가 있어 가고 싶지 않은 욕구는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동거인은 내게 안가면 분명 후회한다며 단호하게 가라고 말해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치열하게 준비한 끝에 면접에 임하게 되었다.

면접은 무려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되었다. 면접은 생각했던 것 처럼 정말 어려웠다. 특히 라이브 코딩 테스트의 경우, 다른 누구의 앞에서도 코드를 쳐본적이 없는 내가 4명의 현직 개발자가 보는 앞에서 코드를 치려니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영어로 중계하며 하려니 손가락은 굳어지고 시야는 흐려졌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면접의 차례가 되었다. 영어로 열심히 준비했던 예상 질문들이 하나하나 나와 당당히 대답했다. 그렇게 라이브코딩, 기술면접, 코딩문제까지 풀고나니 그 긴 시간이 지나있었다. 모든 진이 빠진채로 면접장을 나오니 대표님을 비롯한 직원분들께서 수고했다며 박수를 쳐주셨다.

라이브코딩과 코딩문제를 너무 못 풀었다는 생각에, 떨어져도 일단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며 정신승리를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평소 써본 적이 없는 땡큐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긴 시간 존중받는 기분으로 면접에 임했던 경험이 처음이라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며칠 뒤, 합격 메일을 받았다.

나는 이렇게 최선을 다한 경험을 얻었다.

합격메일을 자다가 새벽 1시 반에 확인했는데, 두근거려 잠이 안와 코딩을 했다...ㅋㅋㅋㅋ 다음 날이 되어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어디보다도 가고 싶은 회사였고, 내가 정말 애정을 쏟을만한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노력하여 쟁취한 성과 중에 제일 그럴듯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최선을 요했던 일은 크게 두 번이 있었는데 한 번은 대학입시이고 한 번은 취업이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스펙이기도 한데, 나는 이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먹은 경험이 있다. 두 번 모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겁에 질려 발을 뺐던 경험이다. 이 경험은 30살이 된 내게 상당한 콤플렉스였고, 나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개발자로서 꼭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니 이번에 한 고생은 누구든 한번쯤은 했을, 치열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조금 늦게 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좋은 곳에 좋은 조건으로 취업한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했어야 할, "최선을 다한 경험"은 상상 그 이상으로 뿌듯한 경험이었다. 나는 이렇게 전혀 새로운 분야로 성공적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다만 나 혼자였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거다. 옆에서 사랑으로 보살펴준 예비 배우자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개발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 위코드의 멘토님들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끝!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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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8일

너무 멋진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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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저도 오늘 면접보고 왔는데 글을 통해 힘을 받고 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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