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터키어를 전공했다가, 영업직이 되었다가 이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어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왔다.
이 기간동안 나는 성장했을까? 24년을 되돌아보자.
일단 24년을 돌이켜볼 때 "비전공자"라는 타이틀을 떼고 돌아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자격지심이 있다고 하면 맞다.)
아니 내가 생각보다 더 돌머리더라고!?
물론 이게 비전공자가 다 돌머리라는 소리는 물론 아니고. 모르는 게 정말 많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 TCP를 아시나요?
나: 들어는 봤어요.
??: 뭔가요?
나: ...
프론트로서 배웠던 것들(그마저도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을 제외하면 백엔드니 서버니 네트워크니 하는 것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했다.
그리고 대체 어디까지가 전공자면 당연히 아는 것이고 하는 기준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뭐라도 공부해보자 싶어서 SQLD와 정처기를 공부했다.
특히 정처기는 어쨌든 "기사"자격증이니까 그래도 전공자들이 4년간 배우는 것들의 일부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취득은 성공했다. 그런데 그래서 공부한 게 남았냐? 전공자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냐? 라고 물으면 여전히 난 대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한창 공부를 하던 4~7월은 운동에 공부에 회사에 친구도 못만나고 그렇게 예민한 고라니가 아닐 수 없었는데 난 결과적으로 그냥 자격증을 취득한 돌머리로 남아있었다.
(고라니는 그래도 외형이 제법 귀엽다.)
예민한 고라니 시절에 프론트엔드 스터디도 시작했다. 프론트 외 지식을 모를 뿐 아니라 프론트엔드 영역에서도 아주 바보라는 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서울시 우먼잇츠에서 진행한 스터디 프로그램 중 하나로, "모던 자바스크립트 딥다이브"를 완독하는 스터디에 참여했다.
스터디 깃 레포: https://github.com/deep-dive-everything/deep-dive
이 책을 완독하고는 달라졌을까?
아니오.
그냥 한 번 읽어본 사람이 되었을 뿐 또 다시 모든 것은 휘발되어 날아갔다.
처음엔 그래도 오 이런 메서드가 있었네 한 번 써봐야지! 했던 것도 같은데,
오히려 더 쓰레기(...) 같아지는 코드를 보며 그저 지피티를 다시 찾았다.
내 실력이 어떻게 되어감과 별개로 이것마저 안 하면 제자리 걸음도 못하고 후퇴하게 될까 두려워서
스터디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고, 우아한 타입 스크립트 with 리액트 책 완독까지 했으며
결국 타입스크립트에 대한 부채감까지 하나 더 떠안았다. ^^!
23년 11월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대표님, 영업 1명, 디자이너 1명, 풀스택 1명 그리고 나 한 명. 총 5명의 작고 작은 스타트업이었는데, 24년이 되면서 인원이 7명까지 늘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백엔드 신입이 들어왔다는 건데, 무려 2년차(만 5개월차)로서 면접을 보는 경험까지 해보게 됐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말 스타트업을 추천한다. 긍정적 의미.)
아무튼 기존에는 풀스택이던 사수와 일을 하다보니 나 때문에 오히려 일이 느리게 진행되는... 죄책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백엔드의 등장은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그리고 아주 럭키하게도 백엔드분은 아주 친절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며, API 명세를 내가 요청하기도 해보면서 백엔드 - 프론트엔드 사이의 그 붕 뜨는 시간을 거의 없애가며 일을 잘 해오고 있다.
앞서 말했듯, 5개월 남짓 되었을 때 면접에 들어가기도 했고 (그 와중에 마케팅 뽑는 면접에도 들어가봤다.) 무려 실서버 배포 권한도 받았다.
이제 오류가 나면 정말 책임을 져야하는 거다.
한 번은 (개발서버기는 했지만) css 코드 하나를 날려먹어서 사이트 온 UI를 다 깨먹었던 경험도 있다. 이건 뭐 그냥 내가 봐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났다.
실서버 디비 권한도 받았는데,
그냥 데이터 뭐 쌓이는지 궁금해서 디비버에서 스크롤을 주루루룩 내렸다가
구글챗 서버 경고 알림을 몇십개 발생시킨 전적도 있다. (조회하는데 일정 시간 이상 소요되면 알림이 발생한다.)
개발자 세명의 핸드폰 / 맥북 알림이 동시에 와다다 울리던 순간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수백차례의 사소한 사고와 수십차례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난다는 법칙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이 작고 작은 사고들이 결국 큰 사고가 될까 계속 주의하려 한다.
지금까지의 글에서 느껴졌겠듯이, 개발자로서의 자존감이라고 해야할까 자신감이 굉장히 낮아졌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좀 해보려고 했다.
예를 들어, 매장의 요청 사항와 개발 일정을 한 페이지에 정리해 파악을 용이하게 했다던가, 상담 접수가 발생하면 구글챗으로 알림이 오게 하는 웹훅을 적용했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다.
동료들이 만족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나는 꽤 만족스러웠다. 간만에 쓸모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하며 고민하게 됐다. 개발직이 나에게 맞는 걸까?
24년 회고를 사실 쓰기까지 굉장히 망설였다. 이룬 것이, 해낸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말이다. 25년에도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몇 가지 일을 또 벌여놨다.
내 공부의 깊이가 너무 얕았던 건가 싶기도 하고, 이놈의 비전공자 자격지심 좀 떼어낼 겸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 3학년 편입 신청을 해두었다. 아직 합격자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아마 큰 이변이 없는한 올 한 해는 낮에는 회사가고 밤에는 수업 듣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내 공부법을 본 결과 써먹지 않으면 그냥 기억을 다 날려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배운 지식을 어떻게 실무적으로 계속 끌고와서 잊지 않고 가져갈지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내가 비전공자로서 가지고 있었던 무기들 중 하나가 영어였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아주 급속도로 퇴화함을 느껴서... 말해보카도 1년 결제해버렸다.
이건 당장 개발 커리어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겠다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 꾸준히 가져가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더 더 부끄러워지는 거다.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의 피드백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 전 피드백 폼도 하나 만들어서 지인들과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틈새 홍보
저에게 피드백을 주고 싶으신 분은 편하게 아래 링크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모든 응답은 익명으로 기록되고 있으니, 편안하게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forms.gle/bpVQKSnRrLuVWR6y5
이 피드백 결과는 언제 한 번 정리해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링크드인에 글쓰기 같은 것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이전에는 뭔가 내 모자란 글솜씨와 전문성을 누가 비웃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나서기가 꺼려졌는데,
비웃어주기나 하면 다행이겠더라고! 그걸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만들 수 있으니까.
고해성사와 자학에 가까운 글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이 부끄러움을 공개적으로 기록했음에 일단은 한 번 스스로를 칭찬하고,
25년은 조금이라도 스스로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25년 한 해도 화이팅!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민한 고라니님, 정처기 실기 꿀팁 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