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일정 텀을 두고 정기적으로 회고를 쓰곤했는데 묵히고 묵혔다가 너무 오랜만에 쓰게 됐다.
하다보니 현직자 특강
지난 연말엔 NHN Academy에서 2시간 동안 특강을 하게 됐었다.
정해진 형식은 없고 예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는 자리다보니 같은 시기에 어떤 고민들을 했고 나아갔는지, 학생 시절 생각했던 이상과 현직에 와서 겪고 느낀 현실(?)을 가감없이 이야기 했었다.
당시 7개월 경력으로 내가 저자리에 서도 될까,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많은 도움을 주고 와서 뿌듯했다.
당시 개인적으로 여러 고민들이 많아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특강 준비를 하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서 나에게도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이런거 할 때마다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하다. 온라인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이 한번씩 계셔서 답변을 드리거나 주윗 사람들의 멘토가 되곤 했는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해보니 더더욱 이상하다.
벌써 2년차 개발자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니 몇주 전에 어느덧 2년차가 됐더라.
당연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다만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여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잘 자리잡고 있어 이전보단 초조한 마음은 확실히 사라진 것 같다.
연초에 팀장님과 개인면담을 한 이후로, 덧붙여 그시기에 FE 기술지원 업무 중에 가이드해주셨던 FE팀 수석님, 책임님 덕분에 마인드 셋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해야할까...
팀 내에서 모두가 에이스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반대로 나에겐 부담감이 너무 컸다. 기대에 못미치면 어쩌지, 팀 리빌딩 시기라 없다시피 돼있는 팀 내 컨벤션과 업무 체계는 어떻게 잡아가야하지 등등 1인분 이상을 하고자하는 욕심과 거기서 나오는 부담감 및 초조함이 한때 나를 너무 갉아먹었었다.
면담때 들었던 말중에 '잘하려고 하지마'라는 피드백이 당시엔 '나대지 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았다.
- 스킬적인 부분은 계속 해야 향상된다. 단기간에 절대 메꿀 수 없다.
- 특히나 이론과 실무는 정말 다르다. 경험이 쌓여야 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 거의 대부분의 주니어가 실력이 모자란게 아니라 경험적으로 부족해서 걸리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 ex) 예외 케이스를 한정적으로만 보고 개발한다던지, 개발 하고 있는 서비스의 규모를 망각하고 오버 엔지니어링을 시도하려 든다던지...
- 프로젝트 중에 리뷰를 받았던 것들, 고민했던 것들을 다음 프로젝트에선 더 개선할 수 있다. 그렇기 위해 계속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 지금은 그때 그때 내가 모르는게 뭔지를 인지해야 하는 시기다. 업무 외적으로 그 항목들에 대해 부족함을 메꾸자. 시간이 없다면 프로젝트 끝나고 휴식기에 점검하고, 내 개발 범위 외를 포함해서 전체를 리뷰받자.
- QA때 나왔던 issue들과 해결책은 쌓이고 쌓일수록 나중에 다양하게 쓰이니 소중하게 간직하자.
- 맺고 끊음을 잘해야 한다.
- 30분 이상 고민하다 안되면 반드시 도움을 요청하자. (나같은 경우엔 이딴걸 질문해도 될까 싶은 정도도 그냥 도움을 구했다.)
- 내 수준에서 할 수 없는 범위는 윗사람이 하는게 맞다. 그러라고 선임, 책임, 수석, 실장이라는 직책이 있는거다.
-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협업 이슈, 업무 프로세스 개선, 팀에서 자체 구축한 범위 외의 개발 환경 이슈 등
- 주니어의 역할은 문제점을 잘 기억하고 기록해뒀다가 리더에게 불만(?)을 가감없이 제기해야 한다. 말 안해도 리더가 하나하나 다 알 수 없다.
- 이건 죄송할 필요도, 눈치볼 필요도 없다. 당연한거다.
위 리스트 항목들을 온전히 혼자 다 할 수 있을 때가 1인분을 하는 것이다. 운동으로 따지면 주니어의 시기는 세미 프로 ~ 프로 초년차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프리미어리그를 보든 좋아하는 스포츠를 보면 수 많은 프로선수들 중 매년 신인왕은 1명이다. 개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정도를 다 할 줄 아는 재능을 가졌다면 어느 회사에서든 모셔갔겠지...
그래서 '잘하려고 하지마'의 의미는 바로 이런거였다.
그럼 내가 좀 더 노력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뭔지에 대해선 정답이 나온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 내려놓고 이건 꼭 지키며 일하자란 마인드로 사는 것 같다.
- 내 담당 feature 외의 것들도 바라보기.
- 내가 다른 feature를 땜빵해야 하는 경우도 당연히 생길 수 있기 마련이고 그보다 앞서 본질적으로 전체 프로덕트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게 진짜 중요하다. 난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 잡담도 좋으니 커뮤니케이션을 굉장히 많이 하기.
- 사소한 잡담으로도 건강한 마인드가 팀 전체에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 팀원들이 어디서 고민하다 막히는지, 어떤 관점으로 개발하고 있는지를 보면 공부가 많이된다. 덧붙여 코드리뷰를 해줄 때 좀 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
- (팀원들은 뭐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더 잘한다는 생각이 1도 없고 나혼자 모든걸 해결할 수 없으니 팀원들의 의견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 팀 차원에서 기술 및 이슈 공유 용도의 팀 블로그(우리 팀의 경우 Dooray Project)를 마련했으니 활용 많이 하기.
- 내가 사적으로 개인 블로그에 게시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으니 개인적으론 팀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쓴다.
- 기본이 되는 팀 내 가이드를 내가 작성할 수 있다면 무조건 작성해서 제공한다. (당연히 피드백은 환영)
- 팀원이 쓴 글을 보고 질문하기.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당장 내 일이 바쁘고, 당장 나한테 중요한게 아니니 안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마인드는 버려야 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태도다.
-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무조건 기록해두기.
- 기술적인 문제든, 협업 이슈, 업무 프로세스 등등 이번 프로젝트에선 사정상 할 수 없는 것들은 적어뒀다 리더에게 정리해서 말해야함.
-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솔직히 일하기 싫다.
- 업무 외적으로 실험 많이 해보기.
- 직접 해보지도 않고 '~ 같은데요'라고 확정해서 말하는 바보가 되면 안된다.
- 특정 기술이나 아키텍처를 도입하려면 그만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 알고 있는 것이라면 도입하면 안 된다. 개발 효율성이 떨어지는건 무조건 배제해야 함.
- 가능하면 휴일에는 꼭 쉬자.
- 본가에서 리모트로 근무하던 시기엔 시골이라 나가도 할게 없어서 집에만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와 자취하니 밖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았다.
- 한강 러닝
- 혼자 산책하며 사진 스팟에서 풍경 사진 찍기
- 친구들과 시간보내기
가끔 현타가 올때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발이 즐겁다. 그래서 이 직업을 오래오래 하고싶은 마음이다. 두번 다시 혼자 조급해하며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 천천히 나아가다보면 또 원하는 기회가 생기겠지.
끝으로, CTO님을 비롯하여 우리 사업부에 존경하는 네 분이 계시니 늘 너무 많이 배우고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저 사람들 처럼 좋은 리더가 되겠지.
롱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