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 부터 하고 오라는 답변에 숨어있는 폭력

숲사람·202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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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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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트에서 누군가의 질문에 달린 댓글이다.

"구글링 하심 문제 고대로 있을거같아요 ㅋㅋㅋ"
"음 컴공오신 이유가 뭔지 잘모르겟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보세요ㅋㅋ"

권력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거의 모든경우에 폭력이 발생한다. 지식(누가 더 많이 아는지)으로 부터 발생한 이 불균형도 마찬가지다. 상대방보다 내가 많이 안다고 생각(혹은 그 반대)한 순간에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권력 우위에 있게된 사람은 상대를 "지식약자" 로 여기게 된다. 우리는 글이나 대화를 통해서 "지식약자"를 만나면 일종의 반가움을 느낀다. 내가 아는게 나왔고 나의 지식을 뽐내며 그 순간에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상태에서 손쉽게 상대에게 폭력을 가하기 쉬운 취약한 상태가 된다. 특히 인터넷과 같이 익명으로 포장되어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는 해당 지식 뿐만 아니라 상대의 다른 분야의 지적 수준과 인격까지도 짓밟을 수 있다. 그리고 마땅히 자신은 그래도 된 자격이 있다고 착각한다.

공학 및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는 누군가 올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글 검색부터 좀 하고 오세요"라는 댓글이 많다. 나는 이 댓글이 일종의 "지적 우위 선언"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너보다 많이 알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언어적 폭력을 가할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라고 미리 선언하는 행위이다. 이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표면적 이유는 너무 초보적인 질문에 대답하기 너무 지겨워서 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대답하기 싫으면 그냥 댓글을 안쓰고 무시하면 된다. 굳이 "구글링 부터 하고 오세요" 라고 댓글을 남기는 수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답변하는 이가 조금이라도 그 순간에 지적 우위에서는 권력의 짜릿함을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구글링 하고 오세요"라는 답변으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문제는 많은 경우에 불필요한 가르침과 상대에대한 인격 모독으로 이어 진다는 것이다. 상대가 물어보지도 않은 인생의 가르침을 주려고 한다(일명 꼰대짓), 비아냥 거림은 기본이다, 심하면 이정도도 모르면서 감히 이 분야에 뛰어드려고하냐는 둥, 어림짐작으로 상대방의 재능을 얕보는 등. 초보자를 겁먹게 만드는 매우 폭력적인 언행들이 뒤를 잇기도 한다.

질문은 도움 요청이다. 누구나 도움 요청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폭력을 감당해야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모두 올챙이적 시절을 떠올리며 살아야한다. 누구나 한때는 지식약자였다. 그때는 간단한 개념조자 햇갈리고 어떤것을 검색해야할지 조차 흐릿한 경우가 많다. 그럴때 우리는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우리는 질문을 통해 누군가의 답변과 도움을 통해 지금의 지식을 얻었다. 구글링을 먼저 하고 오라지만 구글에 검색되는 질문과 답변도 어떤 초보자가 이전에 질문했던 것이었다.

어릴때에 우리는 질문하는것이 힘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동시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것이 성립되는가? 내가 보기에 이 사회에서는 질문하는 사람이 약자다. 나는 그동안 질문 하는 사람이 지식 약자가 되고 폭력을 당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경험했고 보아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보자. 질문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춘다. 문장 마다 눈물 이모티콘이 있다. 고작 질문을 할 뿐인데 마치 죄인이 된것 마냥. 이 사회에서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답변을 받기 위해 폭력을 당하는것은 어느정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질문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익명 커뮤니티 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 볼수있는 폭력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내가 모른다는걸 상대방이 아는게 부끄럽고 더 나아가 두려워질수밖에 없다. 질문을 할바에 모르고 있는 편이 낫다고 여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 이유에 대해서 집단주의 관계중심주의 문화 때문에 사람들이 튀는 행위를 하는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내가보기엔 이것은 핑계다. 더 이상 문화탓으로만 떠 넘기지 말자. 비정상적 권력 불균형과 폭력이 판을 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질문하지 못하는 이유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지식약자"가 되고, 그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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