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태도에 대해서

숲사람·2023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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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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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CHEF (잡스-셰프) 를 읽고
작성 2022년 2월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코딩 붐이 일었고, 미디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라는 직업이 매력있게 그려지는것을 종종 보았다. 여러 동기가 작용하겠지만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대한 막연한 우려, 최근 미디어에 엄청나게 노출된 일명 네카라쿠배 개발자 연봉인상 이슈, 앱이나 웹서비스를 멋지게 만드는 상상을 하며, 많은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학과에 진학하거나, 애초에 다른분야의 직장인들이 코딩을 배운다고 한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고 코딩 학원에 등록한다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 현상이 다소 우려스럽다. 내가 경험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은 생각했던것 보다 멋지지 않고 어려움이 굉장히 많다(적어도 사람들이 직장만은 그만두지 말기를..). 일단 코딩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있는 창작 업무는 비중이 굉장히 작다. 대부분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작업(디버깅)이다.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임박한 데드라인에 의해 야근과, 끊임없이 날라오는 이슈 해결요청에 시달린다. 의외로 많은 고객응대와 업체의 갑질. 새로운 기술이 계속 탄생하고 개발자는 그것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공부해야 뒤쳐지지 않는다. 몇년 전만해도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계는 3D 업종으로 분류되었다는 사실이, 최근 미디어에 비춰지는 극히 일부 회사의 연봉인상으로 한순간에 녹아 없어졌다.

나는 취미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리사가 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종종했다. 하지만 이 책 JOBS-CHEF(잡스-셰프) 을 포함해 여러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것이 얼마나 순수했던 생각인지 아찔하게 느껴진다. 나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만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봤드시 요리사의 일은 음식만드는 일 외에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한다. 요리사들이 순수하게 요리라는 창작행위만 하는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엄청난 노동강도와 단순반복 작업들, 촉박한 데드라인 빡센 근무환경, 가혹한 워라벨 등에 놓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 위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야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요리사가 되면 과연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못한다. 나는 당장 부엌에서 2시간만 서있어도 다리가 아프다. 무언가를 하기위해 뛰어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보여서 쉬워보여서, 짧은 경험만 가지고 무턱대고 뛰어드는것은, 그만큼 어려움에 직면했을때 쉽게 포기하게 만들것이다. 어떤 분야든 쉬워보이고 재미있어 보여도, 막상 그 분야에 깊이 들어가보면 그 이면에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대단히 많이 숨어 있다. 내가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는것만큼 직업을 선택할때 중요한것도 없는것 같다.

직업과 전문성에 대한 태도와 창작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기꺼이 희생해야하는 것들. 다른 직업에 비해 요리사의 이야기에는 이 모든게 압축되어 담겨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항상 많은 것들을 배운다(게다가 그들은 환경도 생각한다 -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그래서 요리사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다. 그래서 책, 유튜브, 넷플릭스 다큐등에서 요리사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는것같다. 또한 반복되는 루틴을 대단히 힘들어 하는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행위로 승화시키는 요리사의 태도가 인상적이었고 공감이 많이 되었다. 뛰어난 창작자는 미세한 변수를 인식할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일텐데,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훈련을 통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고백하는 부끄러운 흑역사, 그리고 어렵고 힘겨웠던 시절을 들으며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고, 응원하게 되었다.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 / 문장들

p14
루틴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 매일 반복하는 일을 더 체계화하려 노력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미세한 변수를 제어하려 힘쓰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p22
셰프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반복되는 루틴을 받아들이고 그 루틴 자체를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인내심과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요.

p39
요리에 이어 음악까지 그만두고, 부모님 댁에 다시 얹혀 살면서 생활비를 벌기위해 동네 피자가게의 주방으로 돌아가야했을 때만큼 절망적인 순간은 없었습니다.

p44
과거 제가 주방에서 불행했던 이유를 찾았죠. 나보다 앞줄에 있는 사람들을 따라잡는데 연연했거든요. 나의 이야기, 남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다는 하고신이 들면서 요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어졌습니다.

p77
거의 13년만에 귀국했는데요. 의욕 넘치게 내 레스토랑을 열어볼까 하다가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우울증까지는 아니어도 혼자 3~4개월 무기력하게 보낸적이 있거든요.

p137
음식을 새벽4시 까지 준비하다가.. 잠시 나갔는데 주방문이 잠겨버렸다. ... 극도의 패닉상태를 겪게된 댄은 갑자기 몸 전체가 가렵기 시작했다. 그는 길가에 주저않아 울면서 몸을 긁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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