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개발자야?"

문병곤·2020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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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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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내게 종종 묻는다. 왜 갑자기 개발자냐고. 사실 그럴 때마다 난 "비전이 좋으니까"라고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곤 했다. 구구절절 내 가치관과 과거를 늘어놓아봤자 그 사람들 술 맛만 떨어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쯤은 이유를 스스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느지막히 새벽 감성을 빌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내 꿈은 원래 영화 평론가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개발자를 마음먹기 전까지 쭉이니, 꽤나 오랜 기간이었다. 대학교에서 영화 비평으로 두 차례나 상을 받기도 했다. 비평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영화가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그리고 내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삶에 작은 행복이 됐으면했다. 나와 같은 영화를 본 누군가가 내 글로 인해 좀 더 행복해지길.. 그게 이유였다.

이후 나는 기자가 됐다. 짧게나마 정치, 연예 분야에서 일하게 됐다. 평론가가 되기 위한 발판이기도 했고, 당시 나는 기자는 사회에 어떤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내 예상과 달랐다. 나의 글이 사회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심지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해치는 글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 나는 영화 평론가라는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기자를 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개발자였어?

개발자라는 직업은 기자를 하기 전부터 관심있었다. 알파고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했던 무렵이었다. 그때 기사 하나를 읽었다. '간단한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추길 권한다'는 부제가 인상깊은 2016년도 기사였다. 당시 난 이 기사를 SNS에 올려놓고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같이 개발을 공부하자고 했다. 정작 나는 4년이 흘러서야 개발 공부를 시작하게 됐지만 말이다.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영화평론가나 기자가 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이유와 다르지 않다. 남을 돕기 위함이다. 내 기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적어도 개발이란 일은 (내 건강을 해칠지언정) 남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며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이제 겨우 두달 정도 밖에 안 된 쪼렙 개발자이지만 개발을 배우며,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

⌨️오픈소스

3년 간의 기자 생활에서 느낀 건 정보란 밥줄 그 자체라는 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남에게 흘러가는 순간 내 밥그릇은 그만큼 작아진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는 아주 작은 커뮤니티 안을 떠돌며 고여간다. 누군가는 그 정보를 얻고서 득의양양해하고 누군가는 얻지 못해 점점 도태된다. 이러한 군상을 보며 난 착잡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개발자 사회에서 정보는 고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순환을 이루며 세상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에 느낀 긍정은 여기서 출발한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돕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전 세계의 개발자들은 구글링과 스택오버플로우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답을 찾아낸다.

🙌함께

함께하는 것이야 말로 개발자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부트캠프에 와서 배운 개발자로서 멋진 태도는 '함께함'이었다.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한다. 그리고 소통하기 위해선 가독성이 좋은 코드를 써야하고, 가독성이 좋은 코드를 쓰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한다. 결국 개발자로서의 발전은 남들과 함께 하기 위함에 있다는 점이 개발자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빨리 성장한다. 서로를 믿어주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에서 힘이 나는 편이다. 전 직업이었던 기자는 어쩌면 그러한 점에서 나와 맞지 않았다. 엄격한 선후배 문화, 데스크의 일방적인 주제 선정 등은 나에게 스트레스였을 뿐 아니라 능률적인 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반면 짧게나마 겪은 개발자 문화는 이와 달랐다. 개발자들은 열린 정보와 마음으로 동료를 대한다. 수평적인 구조 안에서 서로가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개발자 문화를 보고 나는 나라는 사람이 성장하기에 알맞다고 생각했다. 1,2년 할 것이 아니라면 조금은 느리더라고 꾸준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끊임없는 공부

공동체 문화가 아무리 좋다한들 조화되지 못한다면 결국 민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성장을 위해 계속해수 공부 해야한다. 난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단순히 재밌을 것 같아서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한 것들은 나라는 사람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도와줬다. 국문과란 전공과 관련이 적은 철학, 비평, 미술, 영화, 과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게 된 것도 결국 나의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발자가 계속해서 공부해야하는 직업이란 점은 누군가에겐 곤욕일 수 있겠지만 내겐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최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보지 않았던 기능 구현들을 하게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공부하며 아무렇지 않게 밤을 새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밤을 새며 그림을 그릴 때, 프라모델을 만들 때 느꼈던 그 기분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배울 것이 많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기대가 된다. 그때마다 밤을 새가며 새로운 걸 배웠다는 점에 속으로 작은 탄성을 내지를지도 모른다.

🤟마무리

글이 길어졌다.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그냥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내다보니 이렇게 됐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함께 끊임없이 공부하는 열린 마음의 개발자가 되어 나와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

쉬운 길은 아닐테다. 짧은 길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개발자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느릴지라도 나만의 템포로 계속 걸어나가고 싶다. 계속 성장하는 멋진 개발자가 될 때까지. 난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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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1일

병곤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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