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많이 믿는 편이다. 아마 지인이 이 글을 본다면 '또 그놈의 MBTI. 첫 줄부터 헛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워워. 다 뜻이 있다.
내 MBTI는 INFP, 인프피다. 성격검사를 잘 믿기로 유명한 건 둘째 치고, 낯가림과 게으름의 정석인 유형이다. 실제로 내가 위코드를 한 달 경험하면서 가장 날 힘들게(?) 한 요인들이 저 두 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이를 극복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1차 프로젝트를 앞둔 지금까지 내 원동력은 친한 동기들이었다. 특히 사전모임팀이었던 치킨팀의 인원들. 15기 사전 모임을 하던 중 14기로 앞당길 수 있었지만 마음 맞았던 치킨팀을 믿고 15기에 남았던 나를 지금도 칭찬해주고 싶다.
신기하게도 치킨팀에는 나와 너무 달라서 배우고 싶었던 사람도 많았고 잘 맞아서 금방 친해진 사람도 많았다. 치킨팀이 '계판'같으면서도 신나게 우당탕탕 굴러갔던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진은 본문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나와 달랐던 사람들에게는 내게 없는 부지런함과 철두철미함이 있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위코드를 향했던 그들을 보면서 난 존경을 넘어선 경이로움을 느꼈다. 난 계획이 없으면 아침 해가 뜰 때나 돼서야 잠을 자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그렇게 부지런한 이유도 참 멋있었다. 남들을 돕기 위해서 앞서 달려 나가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신중하느라 천천히 나아가는 나는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앞서나간 이들은 한 달 동안 동기들을 돕기위해 동분서주했는데, 이런 모습을 참 본받고 싶었다.
나도 이러한 동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코딩과 관련한 실질적인 것은 물론. 천천히 가도 된다며 흐늘흐늘 거리고 있는 나를 우쭈쭈해주고 북돋아 주는 멘탈적인 부분도 있었다.
내가 게으름을 조금은 덜 부리게 된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에 앞서 아직은 도움이 될 정도로 나아가진 못했을지라도 누군가의 발목을 잡진 말아야겠다는 생각(특히 프로젝트에서!!!!!)까지 덧붙이고 싶다.
한편, 특유의 매력과 친화력으로 동기들에게 다가간 팀원들도 있었다. 동기들이 즐겁다면 광대가 되어도 좋다는 팀원. 실제로 💩 광대가 된 팀원. 곰돌이같이 푸근하지만, 어딘가 폭력성이 보이는 팀원. 조곤조곤하게 일진미를 뽐낸 팀원. 그리고 나랑 취향이 너무 잘 맞는 팀원 등등... 모두가 착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었다.
팀원들은 치킨팀 내에서는 물론 15기 전체에서도 특유의 매력으로 다른 동기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을 보면서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들과 안 친해졌으면(술을 안 먹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너무 매력적이다.
내가 위코드를 선택한 이유의 반은 사람 때문이었다. 열정적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개발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INFP들은 분위기를 잘 타는 편이라 노는 물이 좋을수록 덩달아 성장하기 때문이다. (MBTI 얘기는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난 이들 덕분에 많이 나아가고 있다. 개발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전 직장에서 칼퇴를, 워라벨을 울부짖던 내가 저녁 10시 넘어서까지 지치지 않고 개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 때문이다.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한 달 후기를 이렇게 진중하게 쓰게 될 줄 몰랐다. 그리고 이후 다른 사람들과 더 친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한 달 후기를 망설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달 동안 나와 같이 많이 놀아준 치킨팀원,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누군가를 떠올리며 작은 시 한 편을 남기고 싶다.
조막손으로 코드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고 여린 내 코드들. 이들을 보듬고 다듬어 끝내 키워내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렴.
람세스의 무덤이 크다고들 한다. 하지만 코딩을 향한 내 마음보단 아마 훨씬 작을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