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
며칠 전에 동생이 취업을 하게 됐다. 나와 같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해서 동생은 졸업학기동안 구직활동을 하고, 나는 코스를 들으며 각자 구촉수당을 받는 상황이었다.
처음에 동생이 이력서를 넣은 한 회사에서 바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길래
면접에 붙어도 걱정, 안 붙어도 걱정이었다. 지금 금전적인 상황도 그렇게 좋지 못해서, 코스를 들어오기 전 학원에서 근무하며 모은 돈으로 스스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계속 공부만 하고 있자니 동생과 엄마한테 자꾸 부담이 되니, 그냥 이젠 이 공부도 그냥 갑자기 사치인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너무 생각없이 덜컥 시작한건 아닌가?
그래서 그냥 차라리 그만두고, 원래 하던 학생 가르치는 일로 다시 돌아가서 돈 버는게 더 현실적이고 가족한테도 짐이 덜 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오늘 동생이 첫 출근을 했다 보니 집에서는 나 혼자 반나절을 보내다보니 자꾸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 혼자만 집에 박혀서 그냥 공부만 하고 돈은 못벌고 하니까 자꾸 자괴감 들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생각도 했다.
그냥 코스 중간에 떨어지면, 바로 영어 화상과외 알아보고 돈이나 버는게 났겠다고 결심했다. 진짜 그냥 개발에 대한 미련은 그냥, 진짜 싹 다 버리려고. 그냥 꿈이랑 공부는 돈 부족한 사람한텐 사치인것같다.
모르겠다. 그냥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 어제는 그냥 자는데 갑자기 그냥 너무 우울해졌다. 그냥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밖에 안되는것 같다.
저녁 먹고 엄마는 지금 하는 공부에 일단은 집중하라고 했는데 하루하루가 그냥 가족한테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동생은 취직했는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그냥, 이번에 마지막으로 내가 힘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 하고, 안되면 정말 미련 하나도 안남기고 바로 돈 벌러 갈거다. 그때는 진짜 개발의 ㄱ자도 안쳐다볼거다. 진짜 그만두면 많이 아쉬울 것 같지만.
오늘도 페어랑 같이 공부하면서 페어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중간중간 질문을 받아주고, 답을 해드렸다.
지난 4일동안 페어와 같이 진행하면서, 페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여러번 물어볼때마다 사실 속에서 조금 올라오는게 있긴 했다. 어떨 때는 (좀 심한 말이긴 하지만)복습을 제대로 안했나? 뭘 공부하신거지..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조금 쉬면서 4일간 내가 페어분에게 했던 말투들을 되돌아봤을때, 내가 어쩌면 완전 처음 코딩을 접했을때, 처음 반복문 코드를 나 스스로 만들어볼때의 그 심정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무서운 것 같은게, 초심을 너무 잘 잃어버리는것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이제 초면인 페어분일텐데, 그분의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답답해하고, 화도 좀 났었다. 그래서인지 그 마음이 말투에 조금씩 녹아나왔던 것 같았는데, 오늘 시간을 갖고 되돌아보니, 나도 언젠가는 그 페어분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페어분의 입장을 이해를 제대로 안 하려 했던 게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금 막 클래스 개념을 다시 살펴보면서, 기본 문법들을 다시 쳐다봤는데, 그 분 마음이 어떨지 이해가 갔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할 수가 있구나, 싶었다.
문법을 열심히 복습한다고 해도 그걸 익숙하게 쓰려면 적어도 한달은 잡아야 하는데, 배우고 3-4일만에 와다다 코드를 짜는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지.
섹션 2를 넘어가게 된다면, 정말 처음 이 마음은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