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해야 한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이 말을 정말 자주 듣는다. 회사에서, 컨퍼런스에서, SNS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도.
특히 요즘은 AI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이 이 말에 더 큰 압박을 얹는다.
“Claude Code 안 쓰면 뒤처진다.”
“LLM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기본이다.”
“AI 자동화 못 하는 개발자는 도태된다.”
처음엔 동기부여가 된다. 새로운 LLM API를 붙이고,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실험하며 뿌듯해한다.
“나 성장하고 있는 거 맞지?”
하지만 머지않아 피로가 몰려온다. 끝없이 따라잡아야 한다는 불안, 남들과 비교하며 느끼는 조급함.
어느 순간 '성장'은 희망이 아니라 압박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 세 가지를 섞어 쓰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명히 구분된다.
책이나 아티클을 읽고, 강의를 듣고, 튜토리얼을 따라 한다.
이건 자기계발이다. 구체적인 성과나 변화는 아직 없지만,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습관을 만드는 행위 자체다.
예를 들어, ChatGPT API 문서를 보면서 간단히 질문-응답 챗봇을 만들어 보는 것.
분명 유익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행위
에 머문다.
같은 개발자가 회사 내 업무지원팀이 직접 하나하나 답변하던 Slack Q&A 채널에,
Spring AI를 활용해 사내 문서와 코드를 Context로 사용하는 AI Model을 붙여 문의 처리 시간을 평균 10분에서 2분으로 줄였다면?
이건 발전이다. 단순히 배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개선과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발전에는 목표와 결과가 있다.
새로운 기술 습득으로 팀의 생산성을 올리거나, 더 나은 포지션으로 이직하는 것 역시 발전에 해당한다.
개발 커리어에서 흔히 “성장 스토리”
라고 불리는 것 대부분은 사실 발전에 가깝다.
기술 스택 확장, 연봉 상승, 성과 지표 개선. 측정 가능하고 비교 가능한 것들이다.
성장은 더 깊다.
앞선 예시 개발자가 AI를 단순히 자동화 도구
로 보는 것을 넘어, 팀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인프라
로 이해하게 되었다면?
이 순간이 바로 성장이다.
단순한 성과를 넘어,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와 태도가 달라진 질적 전환.
성장은 수치로 측정되는 결과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태도의 변화로 드러난다.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성장”의 대부분은 사실 발전이나 자기계발에 가깝다.
자기계발
발전
성장
문제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성장”이라고 부르면서, 개발자들에게 불필요한 압박을 주는 데 있다.
특히 AI 트렌드 속 개발자들은 이런 압박을 더욱 자주 느낀다.
“MCP, LangChain, HuggingFace를 다뤄봐야 성장한다.”
“AWS Bedrock, GCP Vertex AI 등 관리형 AI 서비스도 경험해야 한다.”
“매주 논문과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런 메시지들이 반복되면, 개발자는 자기계발과 발전을 쌓으면서도 “나는 왜 성장하지 못했지?”라는 공허감을 느낀다.
실제로는 이는 성장이 아니라, 스펙 확장일 뿐이다.
따라서 압박을 느낀다면, 먼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발전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은 그 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자기계발과 발전은 의도할 수 있다.
내일도 책을 읽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은 다르다.
성장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예전 같으면 기능 구현만 빠르게 끝냈겠지만 이제는 유지보수와 확장성을 먼저 고려하게 되고,
작은 버그 현상에만 집중했었다가 어느 순간 시스템 전반을 보고 근본 원인을 찾은 경험.
이런 순간들이 모여 성장이라는 훈장
을 받게 된다.
성장에 집착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성장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되어 있는 것’이다.
개발자에게 “성장해야 한다”는 말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매달리기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자기계발과 발전에 집중하는 것이다.
성장은 어느 날 문득, 이미 와 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자.
매일의 작은 자기계발과 발전의 노력이, 언젠가 “이미 이루어진 성장”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