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 데브코스 3주차 과제

te-ing·2021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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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맵단맵. 데브코스를 진행하는 다른 사람들은 힘든 과제 이후에는 편한 과제가 온다고 하는데, 난 한번도 과제가 달았던 적이 없었다. 1주차 과제였던 알고리즘 구현하기, 2주차 과제 함수형 프로그래밍으로 알고리즘 문제 풀기, 그리고 3주차에는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로 Todolist 컴포넌트를 만드는 과제까지, 한 번씩은 책상을 내리쳤던 것 같다.


이번 과제는 자바스크립트를 배웠다면 한 번쯤은 해봤을법한 Todolist 만들기였기 때문에, 쉬울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이번 주차 과제가 제일 쉬운 것 같다며 좋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점이 날 가장 힘들게 만들었다. 자바스크립트 문법만으로 구현하는 것이 아닌, 컴포넌트의 구조를 이해하고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코드를 구현할 수가 없었다. 코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니, 강의를 여러번 다시 듣고, 이런저런 코드를 수정해보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구글링했다. 하지만 강의를 여러번 다시 들어도 역시나 이해를 못하고 코드만 다시 따라칠 뿐이었다. 무작정 코드를 수정하고 구글링으로 에러를 해결하면서 코드를 완성하긴 했었지만, 이런 지저분하고 근본없는 코드로 코드리뷰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쉽게 과제를 해결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과제를 가뿐히 마치고 재밌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날 더 조급하게 만들고, 작아지게 만들었다. 몇 시간을 쓰고도 변하지 않는 내 코드와 실력을 볼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단 것이 다행스러웠다. 대학시절이었다면 난 재능이 없다며 진작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면 실패자가 될 것 같았다.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던 힐링 에세이들은 포기해도 실패자가 아니라 하지만, 그렇게 살아도 행복하지 않았던 걸 알기 때문에 난 그것들을 믿지 못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다시 코딩을 하는데, 갑자기 코드가 술술 풀렸다. 그렇게 오랫동안 붙잡아도 풀리지 않던 것들이 단 몇시간 만에 풀렸고, 그날 밤 과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단순히 컨디션이 안좋아서 지금껏 힘들어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성장한걸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변한 것이 없는데. 어쨌거나 또 3주차 과제를 이겨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재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봤다. 내가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프로그래밍이었지만, 역시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그렇게 재능이 없어도 괜찮은걸까 인터넷을 찾아보던 중 재능에 대한 하소연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고, 더 재미있던 것은 그곳의 꽤 많은 사람들이 재능에 대한 하소연을 싫어하고 있었다. 그 반응을 요약하자면 재능은 슈-퍼 개발자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결국 우리같은 사람들이 재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없다는 것이었다. 부족한 노력을 재능 탓으로 돌리던 나에게는 최고의 비판이자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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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못해도 어떤가. 지금까지 한 집단에서 가장 못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 겪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버티고 노력해서 슈-퍼 개발자 주인공의 사이드킥으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손오공 보다는 크리링, 해리포터 보다는 론. 헤르미온느와 결혼할 수 있다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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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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