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삐까뻔쩍한 사옥이 있기로 유명한 포스코DX(구 포스코ICT)
얼마나 유명한지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도 포스코ICT 정류장이다.
주식하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종목이기도 하고...ㅋㅋ
아무튼, 포스코DX는 언제부턴가 채용연계형 교육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근데 이번에는 공채도 같이 올라왔더라??
최근에 제조업 IT 인턴을 했어서 그쪽에 흥미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포항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했다.
포스코DX 서류전형은 자소서가 매우 빡세다. 한문항당 4000자에 총 4문항을 묻는다. 아니 1000자도 쓰기 힘든데 4000자라니요? 그것도 4문항씩이나?? 하지만 취준생은 까라면 깔 뿐이다... 열심히 적었지만 도저히 4000자는 못 채웠고, 각각 1500 2200 1100 2200자 정도 적어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요렇게 인성검사를 하라고 메일이 온다. 자소서 글자수가 부실해서 탈락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내 노력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
인성검사는 그냥 솔직하게 하면 된다. 250문항~300문항정도에 본인 소신껏 답변하자.
아마 이 전형에서 제일 어려운 과정이 아닐까 싶다. 여기만 통과하면 8부능선 건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려운 이유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면접장소에 도착하고 나면 첫번째로 필기시험을 본다. Java 필기시험인데, 전공 기말고사 느낌의 문제가 나온다. 이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으니까 Java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가고, 모르는 사람들이면 Java의 정석 기초편? 정도 공부하고 가면 될 것 같다.
Java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인성검사를 또 한다. OMR카드에 마킹하는 형식이니까 컴싸를 챙기도록 하고, 이것 역시 솔직하게 하되 일관성있게! 하면 된다.
여기까지 끝났다면 10분 쉬고, 대망의 기술면접 전형이 시작된다. 혹자는 다른 블로그나 오픈채팅방을 통해 어느 정도 들었을 거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20대 1 면접(면접관이 1이다 ㅎㅎ)을 보게 된다고, 비트교육센터 회장님이 엄청나게 혼내신다고, 인신공격도 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글이 보인다.
면접 질문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이것을 잘 설명하고, 회장님의 질문(을 빙자한 공격)을 잘 받아치면 무리없이 넘어가지만, 우리가 100가지를 준비했다면 회장님은 101가지 질문을 들고오시기 때문에...ㅋㅋ
개인적으로 면접을 보면서 안 혼나는 조건은 아래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것 같다.
1. 나는 컴퓨터공학과를 충실히 이수한 전공자다.
2. 나는 지금까지 프로젝트 결과물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공백기가 없다).
3. 나는 웹 개발(특히 백엔드)을 중심으로 한다.
4. 나는 여러 언어를 다룰 줄 안다(특히 비전공자라면 이거 꼭 물어보심).
5. 나는 SSAFY 전공자반 출신이거나 그에 맞먹는 교육을 이수했다(6개월짜리 국비 안됨).
그래서 난 안혼났냐고? 아니, 나도 혼났어...
대화록을 잠깐 적어보자면...
나: (대충 자바스크립트를 메인으로 한 팀플 소개와 이외에도 스프링 활용한 프로젝트, 안드로이드 프로젝트 경험 소개함)
회: 근데 싸피가 작년 6월에 끝났잖아요? 지금은 8월인데? 그 이후로 아무것도 안했어요?
나: 아뇨, 싸피 끝나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지인 소개로 스타트업에서 3개월정도 일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GraphQL API 개발하는 업무를 하면서 역시 백엔드가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백엔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제조 회사 IT팀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NET으로 API 개발하는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회: 뭐 전공자니까 닷넷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 거고, 근데 다 너무 짧은데? 왜 그렇게 짧게 했어요?
나: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불안정한 면이 있으니까, 제가 재직했던 스타트업도 경영 상황이 악화돼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인턴십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계약한 만큼 다녔구요.
회: 그러면 그 뒤로는 뭐했어?
나: 예전에 스터디 그룹 활동하면서 만난 개발자 분들하고 보드게임 웹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회: 보드게임 그거 유니티나 그런거 쓰면 그냥 뚝딱 만들어주는데? 그게 다야?
나: 아뇨 저희는 직접 JavaScript랑 CSS로 보드게임 그래픽 구현했습니다. 유니티 안 썼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가다가 공백기에 대한 훈계가 이어졌다. 대충 내가 개발실력이 있다면 뭐라도 만들고 싶어서 토이를 하든 팀을 구해서 하든 뭐라도 했을 텐데, 왜 안했냐고. 아니 그래서 그뒤로 팀 플젝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공격 들어올 걸 알고 준비해갔는데, 그래도 마음에 썩 들지는 않으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런 부분이 약점이네요... 하고 다음 사람 면접으로 넘어갔다.
면접이 다 끝나고, 면접비 수령서에 사인하고 나오니 거의 4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나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 이거 너무 애매하다.' 였다. 원래는 면접 자리에서 합/과제/불합격을 알려줬는데, 이번 기수부터 그 자리에서 알려주지 말고, 과제도 내지 말라고 포스코 측에서 단단히 말씀하셨다며 결과는 본인의 면접 느낌으로 파악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옛날 기준으로 평가해보자면 '애매하니 과제 결과물 보고 판단할게요.'에 해당하는 느낌이랄까...?
까보니까 결과는 탈락이더라. 아무래도 공백기 동안의 개발 활동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론트엔드 위주로 프로젝트 경험을 해왔어서 그 부분에서도 맘에 안 드신 모양이다. 뭐, 그렇다고 회사가 포스코DX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른 곳도 지원해야지.
취준일기 다 읽어봤는데 되게 멋지시네요 하시는 일 모두 잘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