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차 신입 회고 - 멍청함이 허용되는 시기

JISU LEE·2024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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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기 앞서 본 글은 특정 회사에 대한 후기가 아닌, 신입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개인적인 회고 글임을 밝힙니다.

들어가며

작년 7월 말에 입사해서 오늘까지 약 8개월이 지났는데요.
누군가에겐 굉장히 짧은 기간이겠지만, 저는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간에 느꼈던 것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목표를 잃다

합격을 하고 입사까지 약 1년의 시간이 남아있었어요.
학교생활을 해야 했지만, 취업을 했으니 더 이상의 대외활동은 안 해도 됐고..
전공 공부(+꿀교양)만 하는 학교생활은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즐거웠..ㅎ)

고민이 하나 있다면, 목표를 잃었다는 것이었어요.

성인이 되고부터 제 목표는 "취업"이었어요. 그럴듯한 취업.
그럴듯한 취업을 하고 나니, 전 사춘기 이후 처음으로 목표를 잃은 거죠.

처음에는 너무 불안했어요.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하는 허탈감..
제가 이제껏 노력한 것이 알고 보면 다 틀린 선택이었을까 봐 두려웠어요.
그래서 회피했고, 남은 1년 동안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가장 수동적인 시기

저런 태도로 해결됐을 리가 없겠죠..ㅋㅋ 결국 그 상태 그대로 입사했어요.
그래도 저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니까, 입사를 하면 불안감에 뭐라도 열심히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웬걸. 입사를 하고 나니깐..
나만 모르는 이야기들에 기죽어서,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막막해서, 더 하기 싫더라고요.
평일 내내 보는 코드, 주말까지 보기 싫기도 했고요. 회피할 이유가 너무너무 많았어요.
회사에서도 아무도 저를 뭐라 하지 않았고요. (회사는 학교가 아니니깐..)
그래서 그냥 시키는 것만 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수동적이었던 시기였죠.

점점 더 작아진다.. ◼︎▪︎..

그러다 하루는 과제 회의에서 앞으로의 계획 산정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지 확신이 안 서서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바로 답해주길 바란 게 아니었을 수 있는데, 그때는 제가 당장에 꼭 대답해야 할 것처럼 느껴졌어요.
많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제가 너무 창피했어요.

그날 오후에는 같은 팀 동료에게 간단한 질문을 해야 했는데, 차마 그분을 부르지 못했어요.
갑자기 말 한마디 꺼내는 게 너무 무서워진 거죠.
순간 제가 너무 한심하고, 먼지만도 못한 존재 같았어요. 동시에 작아진 스스로가 안타까웠고요.

멍청함이 허용되는 시기

감정적인 동요가 지나고 나서, 내가 그때 왜 작아졌을까 고민했어요.
입사 직후부터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 가능한 혼자 해결해야 해.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민폐야.'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질문을 하지 못해 모르는 것들이 쌓였고, 아직까지도 이걸 모르냐는 이야기를 들을까 두려워 더 묻지 못했어요.

악순환이었어요.
지금이라도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페어(선배)에게 부족함을 다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고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페어(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Q.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멘붕이 왔는데, 이런 상황이 다시 온다면 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조금 있다 답해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저랑 논의하면 돼요.

Q.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물어봐도 될까요? 민폐일까 봐..
A. 지금은 모르는 게, 질문을 하는 게 당연한 시기예요. 편하게 물어보세요.
...

말을 거는 게 뭐 그렇게 어려웠는지.. 페어 앞에 찾아가고 나니, 그 뒤의 일은 제 입이 알아서 하더라고요..ㅋㅋ
한 번 악순환을 끊고 나니 다음 시도는 더 쉬웠어요.
신입이기에 모르는 게 당연하며, 질문을 하는 게 제 역할이라는 아주 든든한 결론도 얻었고요.

작은 목표도 맵다?🌶️

그 이후, 하루에 한 번 동료에게 말 걸기 그리고 질문하기를 첫 목표로 잡았어요.
그러고 몇 주가 지나자 동료들과 대화하거나 질문하는 게 전처럼 어렵진 않더라고요. (뿌듯)
그래서 지금은 작더라도 스스로의 일(접근성 개선, 리팩터링 등)을 찾아보는 것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목표가 없는 게 고민이었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작은 목표들이 생기더라고요.
바랐던 목표의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성장해나가는 제 모습이 아주 기특해요ㅋㅋ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게 있다면 더 좋겠지만, 다행히도 전 이런 자그마한 목표로도 꽤 큰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껴요.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저만이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못 찾더라도 다행인 건, 지금 저의 모습도 꽤 좋다는 것이에요 !! :)

...Thanks to

깃헙 피드를 보다가 우아한 테크 코스 글쓰기 미션을 보게 됐는데요.
한 분 한 분의 진지한 글이 너무 인상 깊더라고요.
갑자기 저도 신입으로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 해둬야겠다! 싶어져서.. 오랜만에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됐어요.
덕분이에요.. 우테코 관계자분들 고맙습니다 (_ _)

쉽진 않겠지만 주기적으로 이런 글을 쓰도록 노력해 봐야겠어요. 언젠가.. 다음 회고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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