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미국에서 귀국 후, 개발자로 취업준비하고 있는 백수입니다.
마지막 20대를 취업 준비에 힘쓰며, 느낀점은 취업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후에 면접에서 떨어지면, 자신감도 같이 바닥을 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떠올려봐도 이유를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은 한 해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달라진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 보려고 한다.
2020년 1월 ~ 2020년 2월: 패스트캠퍼스 NKLCB 프론트엔드 개발자 양성과정 지원 및 합격
당시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언어를 자세하게 이해하고 싶어 You don't know JS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this, scope, prototype 등을 학습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립 도서관을 다녔고 아침 9시 부터 밤 9시 까지 밥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문득 패스트캠퍼스에서 주최하는 네카라쿠배를 무조건 보내준다는 프론트엔드 양성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의 되내었던 의문과, 함께 나아갈 든든한 동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런 TOP급 IT기업을 타켓팅하는 부트캠프가 많아있지만 당시에는 이 같은 마케팅형 부트캠프가 거의 없었다. 이 양성과정이 이슈화되어 지원자 수는 4000명에 육박했는데, 지원자들을 상대로 1차 기본역량을 테스트했고 2차로는 몇 주간 스스로 학습하도록 교육자료를 준 후 고사 시험처럼 CS에 대한 지식을 물어봤다. 2차까지 합격하면 3차로 면접을 본다. NKLCB 현직자분들이 인성면접을 진행했고 당당하게 합격했다.
2020년 3월 ~ 2020년 10월: 10AM to 10PM 12시간 교육 및 4건의 프로젝트 진행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코로나 환기시간 때문에 하루에 2번 의무적으로 공간을 비워야 했다. 시립 도서관의 PC존은 고정석이 아니기 때문에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다. 정신승리하기 위해 본인 자랑을 좀 하자면, 학습에 욕심이 있어서 거의 아침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쉬지않고 공부하는 벌레였다. 등하교 시간이 왕복 3시간이었는데, 나중에는 이 시간도 아까워서 지하철에서도 노트북을 펴고 코딩하는게 일상이었다.
물론, 시간을 많이 쏟아붓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면 답변은 No일 수도 있다. 단편적으로 학습의 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에 몰입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를 했다.
내가 행했던 방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그에 따른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은 서있는 것 보다 앉아있는게 좋고, 앉아있는 것 보다 누워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당연히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친구와 연락하고 싶고, 재밌는 유튜브를 보며 누워서 자고 싶어한다. 하지만 막상 주변에 핸드폰과 침대 처럼 유혹할 만한 물건이 없으면 그 환경에 적응해 완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핸드폰을 보지만, 없어도 잘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핸드폰을 집에 두고 학원에 갔다. 점점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집중하다보면 나름 공부의 재밌는 구석을 발견하게 된다. 핸드폰 대신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동료들과 배드민턴을 치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건강하게 생활했다.
2020년 11월: 한강설비 프로젝트
이 때 부터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우선 네카라쿠배 취업에 실패했고, 이는 준비했던 시간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악영향을 미쳐왔다. 마침 개발자 양성과정도 수료했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돌았고, 방향을 잃기 딱 좋은 시기였다. 그래도 아직은 뭐라도 해보고자 배웠던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지인의 제안으로 한강설비라는 업체의 소개 홈페이지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 지인과 팀원이 되어 두 명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미완성 이지만 컴포넌트 구조 설계, 라우터 설계, 웹팩 설정, 크로스브라우징, 성능 개선 등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시도했다.
2020 12월: 휴식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약 1달 동안 휴식 기간을 가졌다. 거의 15시간을 잤고, 일어나면 유튜브를 보는게 일상이었다. 점점.. 잔고가 바닥을 치는게 보여서일까? 아니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마음을 읽어서 일까? 돈과 관련된 것들을 주구장창 추천해 주었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말해주고 있었다. 스마트스토어로 성공한 사람, 주식으로 대박난 사람, 부동산 투자 방법 등 여러 유튜버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개발자 말고 다른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동안 현실을 회피했고 꿈을 잃었었다. 충분한 휴식 때문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마음을 되찾았다. 사실 내 본모습을 돌아보면 어려서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게 장점이었다. 친구들이 너는 너무 긍적적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말이다.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최악의 최악까지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친구가 나를 보며 했던 말이다. 그 친구에게 나는 대책없는 근자감을 가진 사람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 미친듯이 노력해본 경험이 긍정의 근거가 되었고, 이제는 확신이 든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더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