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된 다음 시작해야 할까?

vx_developer·2026년 9월 16일

독서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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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이상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저것 만들어본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일단 실행해보고, 코드를 바꿔보고, 에러가 발생하면 검색하면서 해결한다.

그런데 조금씩 아는 것이 많아지면 오히려 조심스러워진다.

이 정도 지식으로 설명해도 될까? 내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맞을까? 더 잘하는 개발자들이 보면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직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질문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면 내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전문가가 되는 순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마추어인 지금이 배우고, 시도하고, 공유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 수도 있다.


아마추어라는 말은 왜 부정적으로 느껴질까?

우리는 누군가를 아마추어라고 부를 때 종종 부정적인 의미를 담는다. 특히 개발처럼 실력과 전문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나 역시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가능한 한 빨리 아마추어의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Kleon은 아마추어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다. 아마추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다. 정해진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패했을 때 잃을 것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모르는 것을 인정할 수 있고, 새로운 방법을 시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아서 한다는 것이다. 돈이나 명성, 직업적 성공 이전에 그 분야 자체가 재미있어서 계속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개발을 시작하고 계속 공부하게 된 이유 역시 비슷하다. 어쩌면 개발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도 전문가라는 타이틀보다 이런 아마추어적인 마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초보자에게는 아직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다

Kleon은 이 부분에서 Zen teacher Shunryu Suzuki의 beginner's mind를 소개한다. 초보자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적다는 관점이다.

전문가는 경험이 많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알고, 어떤 방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지도 안다. 하지만 경험은 동시에 우리의 선택지를 줄이기도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판단은 대부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초보자는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전문가라면 애초에 시도하지 않을 방법을 시도한다. 대부분은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바로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한다.

전문가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것들이 초보자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질문들이 반드시 나쁜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때로는 모르기 때문에 질문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잘하는 것과 시작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이 장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생각이 있다. 형편없는 결과와 좋은 결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큰 차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라도 하는 것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은 개발을 공부하는 나에게도 상당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결과를 너무 쉽게 비교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훌륭한 오픈소스, 유명한 개발 블로그, 프로젝트를 본다. 그런 것을 보고 나면 내가 만든 작은 프로젝트나 글은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한 다음, 조금 더 잘하게 되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아지면...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작점은 계속 뒤로 밀린다. 처음부터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좋아지는 과정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

공개적으로 배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개발 글을 작성했다가 잘못된 설명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좋은 구조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몇 달 뒤 내가 과거의 코드를 보고 “왜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것도 기록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했는지, 그때 무엇을 몰랐는지,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몇 달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과정이 남아 있다면 성장도 보인다. 완성된 지식만 기록하면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배우는 과정을 기록하면, 내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남는다.


오히려 초보자가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다

Scenius에 대한 이전 글을 쓰면서 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장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어떤 경우에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전문가는 어떤 개념을 너무 오래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처음 무엇을 어려워했는지를 잊어버릴 수 있다.

반면 이제 막 그 개념을 이해한 사람은 기억한다. 어느 부분에서 막혔는지, 어떤 설명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어떤 예제를 보고 갑자기 이해됐는지, 어떤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아직 기억한다.

나는 이것이 내가 기술 블로그를 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몰랐던 사람이 이해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가르치는 대신,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이 부분에서 막혔고, 이렇게 생각하니 이해할 수 있었다”고 기록할 수 있다. 그 글은 같은 지점에서 막힌 다른 사람에게 오히려 더 가까운 설명이 될 수도 있다.

개발이라는 분야에서는 이 개념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가 개발하는 방식 자체를 계속 바꾸고 있다. 몇 년 동안 전문적으로 일한 개발자도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면 다시 초보자가 된다. 그렇다면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좋은 개발자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다시 초보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Work → Learn → Document → Share

앞선 글에서 나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습관을 이렇게 정리했다.

Work → Document → Share

이번 장을 읽고 한 단계를 추가되었다.

Work → Learn → Document → Share

일을 모르는 것을 만난다. 배운다. 배우는 과정을 기록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모른다면 모른다고 시작하면 된다. 틀렸다면 수정하면 된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이전 생각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기록하면 된다. 그 자체가 하나의 성장 과정이다.

이 생각은 내가 앞으로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고 싶은지와도 연결된다. 나는 이곳을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전문가의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공간 으로 만들 수 있다.

몇 년 뒤 내가 지금 작성한 글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그때 지금의 글이 완벽하게 느껴진다면 그동안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는 전문가가 된 다음에 이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블로그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더 좋은 개발자가 되어가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배우는 것. 배운 것을 만들어보는 것. 그리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공유하는 것. 좋은 기록은 완벽한 나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나를 남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References

Kleon, Austin. Show Your Work!: 10 Ways to Share Your Creativity and Get Discovered. Workman Publishing Company, 2014.

Referenced chapter: Chapter 1, “You Don’t Have to Be a Genius”
Referenced section: “Be an Amateur”

ISBN-13: 978-0-7611-7897-2.

Beginner's Mind

Kleon references the idea of the beginner's mind associated with Zen teacher Shunryu Suzuki.

Suzuki, Shunryu. “Beginner's Mind.” Lecture delivered November 11, 1965, Los Altos, California. Shunryu Suzuki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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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cept was later presented in Zen Mind, Beginner's Mind.

이 글은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 를 읽고 얻은 개념을 개발을 배우고 기록하는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해 재구성한 글이다. 원문의 번역이나 재수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책에서 제시된 개념과 개인적인 해석 및 적용을 중심으로 작성했다. 저자의 전체 논지와 구체적인 표현은 원저를 통해 확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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