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how Your Work!》를 읽으면서 블로그를 쓰고, Instagram과 YouTube 같은 여러 채널에도 조금씩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좋은 작업을 만드는 것만큼 사람들이 그 작업을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런데 실제로 공유하기 시작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나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것인가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내가 가진 생각이 잘 전달되는지, 개발자로서의 전문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경험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좋은 콘텐츠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표현이나 구조를 따라가게 되고,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사람인지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어진 콘텐츠처럼 보일지를 고민하게 될 때도 있다.
Austin Kleon은 “You can't find your voice if you don't use it.” 이라고 말한다. 목소리를 계속 사용해야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에 꽤 정확한 답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에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어떤 문체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은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도 있다.
글을 계속 써봐야 내가 어떤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영상을 만들어봐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전에 작성한 글을 다시 읽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주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봐야 비로소 내가 어떤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지 조금씩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작성하는 글들이 모두 같은 스타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어떤 글은 기술적인 내용이 많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은 책을 읽고 느낀 생각에 가까울 수도 있다.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개발을 배우면서 기존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런 기록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결국 그 안에서 반복되는 관심과 관점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억지로 만들어낸 브랜드 문구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나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다.
Kleon이 이 부분에서 소개하는 영화평론가 Roger Ebert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Ebert는 암 치료 과정에서 수술을 받은 뒤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지만,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그는 블로그와 Twitter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2011년 TED 강연에서도 인터넷에서 자신의 진짜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TED 역시 Ebert가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뒤 블로그와 Twitter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목소리를 찾았다고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bert의 상황과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을 얻었다. 목소리는 꼭 말하는 방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선택해서 이야기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며,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지 역시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최근 AI를 사용하면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누구나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글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개발에서도 AI를 통해 코드를 작성하고, 모르는 개념을 설명받고, 문제의 해결 방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정보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비용 자체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나 역시 개발자로서 AI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글을 정리하거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개발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AI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누구에게나 만들어줄 수 있다면,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무엇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점점 정보 자체보다 그 정보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경험에 가까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의 특정 개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은 이미 수없이 많고, 이제는 AI에게 질문해도 몇 초 안에 꽤 괜찮은 설명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같은 정의를 다시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내가 왜 그 개념을 다시 공부하게 됐는지, 처음에는 어떻게 잘못 이해했는지,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게 됐는지, 다른 개념과 어떻게 연결해서 이해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AI는 이런 글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어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할지는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voice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더라도 무엇을 말할지에 대한 판단을 나에게 남겨두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내 경험과 관심, 선택, 실패, 질문이 들어가지 않은 콘텐츠는 쉽게 다른 콘텐츠와 비슷해질 수 있다. 반대로 같은 기술을 이야기하더라도 내가 실제로 경험한 문제와 그 과정에서 바뀐 생각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조금 더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이 장에서 또 하나 강하게 공감했던 문장이 있다.
“If your work isn't online, it doesn't exist.”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이 문장을 받아들인 방식은, 오늘날 내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없는 상태로 두면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웹사이트도 만들고 앱도 만든다. 웹사이트를 배포하면 인터넷 어딘가에는 분명 존재한다. 주소를 입력하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트를 온라인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만든 웹사이트라도 그 존재를 아무도 모른다면 사람들이 직접 주소를 찾아 입력해서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람들은 검색을 하거나, SNS에서 링크를 발견하거나, 다른 콘텐츠에서 소개받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알게 된다. 결국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출발점이고,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이것은 내가 이전에 읽었던 A New Way of Operating과도 연결된다.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작업을 발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단순히 링크를 배포하는 것을 넘어 그 작업이 왜 나에게 중요하고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를 나의 목소리로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앱을 하나 만들었다면 “새로운 앱을 출시했습니다”라고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이 앱을 만들게 되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지, 개발하면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면 그 앱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연결된다.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URL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블로그에서 이야기하고, SNS에서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고, YouTube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러 콘텐츠와 연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뒤에 어떤 사람이 있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아직 나는 나만의 목소리를 찾았다고 말할 수 없다.
블로그에서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Instagram에서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지, YouTube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해야 자연스러운지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개발자라는 정체성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지, 책과 생각에 관한 콘텐츠를 어떻게 연결할지,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와 개인적인 관심을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지도 아직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완벽한 답을 찾은 뒤 시작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찾아가고, 영상을 만들면서 찾아가고, 내가 만든 것을 공유하면서 조금씩 수정해보려고 한다. 어떤 콘텐츠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몇 년 뒤 지금 작성한 글을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내가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Work → Learn → Document → Share라는 흐름을 생각했다. 그 중 Document에서 단순히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도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기술을 배웠다면 기술만 설명하지 않고 내가 어디에서 어려움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면 결과물뿐 아니라 왜 만들었는지를 남기고, 책을 읽었다면 내용을 정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그 생각이 내 삶이나 개발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를 기록하고 싶다.
그런 글과 콘텐츠가 쌓이다 보면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배우며,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글을 쓰고, 만들고, 공유하면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찾아가려고 한다.
목소리를 찾은 다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면서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
이번 《Show Your Work!》를 읽으며 내가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실험이다.
Kleon, Austin. Show Your Work!: 10 Ways to Share Your Creativity and Get Discovered. Workman Publishing Company, 2014.
Referenced chapter: Chapter 1, “You Don’t Have to Be a Genius”
Referenced section: “You Can't Find Your Voice If You Don't Use It”
ISBN-13: 978-0-7611-7897-2.
Ebert, Roger. “Remaking My Voice.” TED2011, March 2011.
Roger Ebert's TED talk documents how, after losing the physical ability to speak following cancer-related surgery, he used writing, blogging, social media, and technology as ways to continue communicating with the world.
이 글은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를 읽고 얻은 아이디어를 블로그, SNS, 개발 활동을 통해 나의 작업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해 재구성한 글이다. 원문의 번역이나 재수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책에서 제시된 개념과 개인적인 해석 및 적용을 중심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