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하나의 앱을 만들어 출시했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개발을 시작했고, 출시한 뒤에는 내가 만든 앱을 Show Your Work 하기 위해 Instagram과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왜 이 앱을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리해서 공유했다.
하지만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에서 “Take People Behind the Scenes” 를 읽고 나서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앱을 보여주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Kleon은 화가의 작업을 예로 들면서 완성된 작품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갤러리에 걸린 완성된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 그림을 만들기 위해 매일 반복했던 수많은 과정이 있다. 아이디어를 찾고, 스케치를 하고, 재료를 고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시간들이다.
개발도 다르지 않다. App Store에 올라간 앱은 결과물이다. 사용자는 아이콘을 보고 앱을 다운로드하고, 화면을 열어 기능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앱 하나가 나오기까지는 훨씬 많은 과정이 있다. 처음 어떤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기능을 어디까지 넣을지 고민했던 과정, 처음 생각했던 구조가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어떤 기능은 왜 포기했는지, 예상하지 못한 버그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배포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같은 것들이다. 완성된 앱만 보면 이런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과물만 공개하면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내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번에 앱을 출시하고 나서야 그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개발하는 동안에도 기록을 남겼다면 어땠을까. 처음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부터 기능을 정리하고, UI를 고민하고, 개발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부분을 공유했다면 사람들은 완성된 앱을 어느 날 갑자기 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앱을 개발할 때 이 과정을 조금 더 공개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전에는 왜 그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야기할 수 있다. 개발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문제나 인사이트가 있다면 정리해서 공유할 수 있고, 처음 계획했던 방식이 실제로 잘 작동하지 않았다면 왜 바꾸게 되었는지도 남길 수 있다. 업데이트 과정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어떤 기능을 수정했는지, 왜 UI를 변경했는지, 배포하면서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두 앱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리고 이런 기록은 단순히 콘텐츠를 많이 만들기 위한 행동만은 아닐 것 같다. 과정을 공개하면 사람들과 더 일찍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앱을 출시한 다음 사람들에게 “이 앱을 사용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어떤 기능이 필요할까요?”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관계를 만든다. 후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단순한 사용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누군가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용 방법을 알려줄 수 있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기능을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능이 사용자에게는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앱은 내가 만들고 싶은 기능을 계속 넣는 프로젝트에서 조금씩 사람들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예전에는 피드백을 주로 결과물이 완성된 뒤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정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점 자체가 훨씬 앞당겨진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반응을 볼 수 있고, 기능을 만들기 전에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UI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의 관점을 얻을 수 있고, 개발 중에 공유한 문제를 보고 다른 개발자가 더 좋은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다. 이것은 앱의 완성도뿐 아니라 나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혼자 개발하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방식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과정을 외부에 보여주면 다른 사람의 질문과 의견 때문에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설명해야 하고, 때로는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이전 글에서 나는 Show Your Work를 단순한 자기 홍보가 아니라 내가 배우고 만드는 과정을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정을 공유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내 작업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내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완성된 결과물을 한 번 보여주는 것은 순간적인 관심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을 계속 보여주면 사람들은 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봤던 사람이 몇 달 뒤 실제 출시된 앱을 볼 수도 있고, 자신이 남긴 의견이 업데이트에 반영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능이 생길 때마다 왜 그 기능을 만들었는지를 알고 있다면 앱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깊어진다.
나는 이것이 앱을 더 잘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앱을 더 오래 기억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과 과정까지 보게 된다. 그렇게 관계가 형성되면 앱은 단순히 우연히 발견한 수많은 앱 중 하나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알고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이번 앱은 대부분 완성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 아이디어를 얻은 순간부터 모든 것을 공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공유할 가치가 있는 과정은 조금씩 남겨보고 싶다. 블로그에서는 조금 더 깊게 생각과 과정을 정리하고, Instagram이나 다른 SNS에서는 짧은 변화와 진행 상황을 보여줄 수도 있다.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문제 해결 과정은 기술적인 글로 따로 정리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하나의 앱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앱을 홍보하는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인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그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울 것 같다. 결과물을 완성한 다음 정리하려고 하면 이미 많은 생각을 잊어버린다. 반면 개발하면서 기록하면 내가 왜 특정한 판단을 했는지 더 정확하게 남길 수 있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앱과 함께 내 사고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히 내가 원하는 앱만은 아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고,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를 배우면서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앱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숨기지 않고 함께 보여주고 싶다. 완성된 제품만 보여주는 개발자가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까지 공유하는 개발자. 그 방식이 내가 만드는 서비스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사람들과 더 오래 연결되게 하며, 결국 나 자신도 더 좋은 개발자이자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줄 것 같다.
Kleon, Austin. Show Your Work!: 10 Ways to Share Your Creativity and Get Discovered. Workman Publishing Company, 2014.
Referenced chapter: Chapter 2, “Think Process, Not Product”
Referenced section: “Take People Behind the Scenes”
ISBN-13: 978-0-7611-7897-2.
Bayles, David, and Ted Orland. Art & Fear: Observations on the Perils (and Rewards) of Artmaking. Image Continuum Press, 1993.
Poe, Edgar Allan. “The Philosophy of Composition.” Graham's Magazine, 1846.
Provost, Dan, and Tom Gerhardt. It Will Be Exhilarating: Indie Capitalism and Design Entrepreneurship in the 21st Century. Studio Neat, 2012.
이 글은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 중 “Take People Behind the Scenes”를 읽고 얻은 생각을 최근 앱을 직접 개발하고 출시한 경험과 연결해 재구성한 글이다. 원문의 번역이나 재수록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완성된 제품뿐 아니라 개발과 업데이트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제품과 사용자, 그리고 개발자 자신의 성장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중심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