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내 인생인데 남의 의사에 따라 남의 결정에 따라 흘러간다면 잘못된 것 아닌가. '나는 남의 결정에 따라 살아갈거야!'라고 인생의 방향을 잡겠다면 뭐 할 말은 없겠지만 이 방향 마저도 자신이 결정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약간의 말장난같기도 한데)
어린 아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결정이라는 것은 그 결과에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인격과 가치관의 생성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결정을 돕고 결과에 따르는 책임을 같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스스로 결정하는 일을 훈련하게 된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그게 이치다. 헌데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물론 나조차도 백프로 그렇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자각조차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어준씨의 강연에서 나온 이야기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모든 어린 아이들은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노력하며 성장한다. 걸음마를 했더니 엄마가 좋아한다. 계속 걸으려 노력한다. 말을 했더니 아빠가 좋아한다. 더 말하려 노력한다. 시험에서 백점을 받았더니 선생님이 좋아한다. 더 공부하려 노력한다. 아주 정상적인 성장 과정이다. 하나의 중요한 성장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헌데 나이를 먹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만약 내가 인생의 로드맵을 이렇게 정했다면. 졸업 후 공무원이 되려한다. 한 서른 즈음엔 결혼을 하고 아이는 둘 정도 낳을까 한다. 이 모두 내가 한 결정같지만 사실은 아닐 수 있다. 부모님이 공무원을 원하니까, 그 즈음엔 결혼을 했으면 하니까, 친구들이, 사회가 아이는 둘 정도 낳는게 좋다고 하니까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자신의 결정인 양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 정말 깊게 생각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무얼하며 먹고 살지, 서른살에 결혼을 한다는 건, 아이를 둘 낳는다는건 어떤 의미인지 단 한 번도 깊이있게 생각해 본 적없다는 것을. 혹여 생각해봤더라도 내가 지금 내린 결정이 그 '나만의 이해'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성인이라면,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 속에서 자신만의 이해와 결론들이 도출되고 이 결론들이 모이고 모여 자신의 가치관이 되는 것이다. 가치관이 없는 삶은 개성이 없는 삶이다. 자신만의 그 무엇이 전혀 없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나는 현대사회가 점차 바빠지고 복잡해지는 데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심화 되면서 해야할 것들은 늘어만가고 이 것들을 다 소화해내기에도 인생이 부족하니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데에 인생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더라도 보편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당장 내일 일이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보장되지 않은 길로 인생을 나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을 남에게 맡겨버린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오롯이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올바른 인생일까. 남의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결과를 참고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좁은 시야로 살아가는 인생은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하는 것과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따르는 것은 분명 다르다. 남의 인생을 보고 의견을 들으며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나의 인생의 질을 높이는 것이 올바른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정이,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 오롯이 자신의 결정에 의존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어준씨의 강연에 좋은 방법이 나온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기 자신외의 모든 것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나의 사회적인 평판, 가족, 친구들과같이 나와 엮인 모든 이해관계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 생각한다면, 그럼에도 내가 같은 결정을 내리겠다면 그것이 바로 나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만이 오롯이 내 개성이 담긴 인생이라 할 수 있겠다.
인생이란 한 폭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 했다. 인생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키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것보다 슬픈일이 더 있을까. 죽을만큼 노력해 나무 한 그루 그려넣었지만 내가 왜 이 나무를 그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허망한 일이 있을까. 나만의 그림을 그리자. 세상이라는 미술관에 나만이 그릴 수 있고 그림만 보고도 누가 그려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을 걸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