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이다. 보통 이 말을 내뱉을 땐 뒤에 물결이 붙으며 능글맞은 뉘앙스로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말하게 되는데, 건강하지 못한 조직의 표본을 보여주는 언사라고 할 수 있겠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딱 이 소리를 듣자마자 단 한 마디도 더 하고싶지 않은 기분이 든다. 그냥 그 이야기를 내뱉은 사람을 회의자리에서 내쫓고 싶어진다. 내가 조직의 최상급자라면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사적인 자리에서 가볍게 하는 이야기라면 물론 안될 것이 없다. 의견 하나하나에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것도 아닌데 모든 일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 옳고그름을 따진다면 그것만큼 피곤한 사람도 없으니. 하지만 문제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다. 절대 이 말을 내 뱉어선 안된다. 보통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이 나오는 프로세스 는 이러하다.
누군가 하나 의견을 낸다.
무리 중 누군가가 반대 의견을 아주 조심스럽게 내비치거나 혹은 그 의견에 대해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어떠세요?
몇몇은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지만 아무도 이의제기하지 않는다
한 명이 '좋은게 좋은거지~'를 내뱉는다
마치 술자리 마냥 모두 다 '아 그래 좋은게 좋은거지~' 합창
결정
모두들 호탕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고있지만 배는 바윗돌을 향해 맹렬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이정도의 과정이다. 당연히 망한다. 이의제기는 오히려 당사자에겐 매우 감사한 일이다.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제 의견은 이러한데 혹시 제가 놓치거나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제발 지적해주세요' 혹은 '동의하지 못하는 분이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추가 설명 하겠습니다'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그럼 여기서 피드백이 들어오고 서로 서로 의견을 조율해가며 최종적으로 조직에 가장 긍정적인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아주 건강한 조직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인정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서로서로 발전해나가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화인가. 누군가 내 의견에 정중하게 이의를 제기해주면 나는 그 순간 희열마저 느껴진다. 내가 이런 건강한 그룹 에서 토론을 하고있다니!
이 아름다운 문화가 펼쳐지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상대에게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무례한 행동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상대의 기분이 상하진 않을까, 그래서 내가 좋지 못한 인상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혹은 나 혼자 조직의 튀어나온 돌이 되는 건 아닐까 염려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주는 것보다 기분이 좋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중하게 반대했다면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 기분 나쁘게 생각한 상대방의 잘못이다. 개의치말고 할 말은 하자. 나는 잘못이 없다.
첫 번째 이유보다는 사실 이 두 번째 이유 때문에 잘못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상급자의 잘못이다. 대부분의 경우 상급자가 의견을 먼저 낸다(사실 이것 부터가 문제다. 현실적으로 상급자는 입김이 세 질 수 밖에 없으므로 최대한 의견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게 내 지론이다) 반대 의견이 나오는 순간 상급자는 '감히 니 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놓고 무시할 순 없으니 의견을 존중하는 척하며 다른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 혹은 그 사람을 아무 근거없이 대놓고 비난한 다. 이 전례 때문에 하급자중 누군가는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입밖으로 내지 못한다. 이의를 제기한다고해서 자신에게 이득 될 것이 전혀 없음을 알기에 침묵한 다. 요즘말로 '답정너'라고 할 수 있는데, 백 퍼센트 상급자의 잘못이고 치졸한 꼰대짓이다. 힘없는 약자에게 '당장 다가올 현실적인 불이익에 맞서 정의롭게 맞서야 한 다!'고 그 누가 말 할 수 있겠는가.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반대 의견이 나오질 못하고, 딱히 할 말이 없으니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마무리 지어버린다. 잘 생각해보면 아무 근거없는 결론이다.
반대되는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조직을 구성할 이유가 없다. 번거롭게 바쁜 사람 모아놓고 토론할 이유가 없다. 박수치는 로봇들 데려다 가 한 마디 끝날 때마다 박수치는 버튼 누르는게 낫다. 그냥 시키는대로 일하는 로봇들 몇 대 사라. 인간은 불완전하고, 아무리 완벽한 사람일지라도 모든 생각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 불완전한 부분을 보충해주기위해 우리는 사회를 구성한다. 서로의 잘못된 생각을 대화를 통해 보완하고 머리를 모아 더 나은 결론을 내기 위해 그룹을 만든 다. 아무리 하찮은 의견일지라도 충분히 고민해라. 그리고 또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정중하게 답해라. 이의제기한 사람을 칭찬해라. 자신의 의견이 잘못됐다고 인정 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마라. 고민하고 의견을 냈다는 것에 자랑스러워해라.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면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입이 막힌다.
남의 의견을 제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어때요?'라고 하면 안된다. 그냥 통보해라. 의문문으로 마무리 지은 것만으로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결론지었다'고 자위 하지마라. 누군가의 의견에 아무런 반박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순간 우리 조직은 무너지기 직전이다고 판단하고 개선해야할 지표라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