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중2병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사춘기 정도의 나이에 자신이 세상의 중심 이라도 된듯이 허세를 부리거나 오그라드는 행동을 하는 것을 중2병에 걸 렸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 단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단어가 생겨난 의도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점점 남용되어가며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단어 하나로 인해 온 세상이 '저맥락 사회'가 되어가는 듯하다.
실제로 이 단어 하나로 인해 아주 좋지 않은 문화가 생겨버렸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진지한 분위기를 잡으면 두드러기가 난듯이 모두들 질색하는 것이다. 그나마 사회적 으로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 정도는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얄짤 없다. 마치 그 사람이 하는 모든 깊이있는 고민이나 생각들, 소신있는 언행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오타쿠들(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오타쿠'들을 어떠한 면에선 매우 존경한다. 오타쿠들을 예찬하는 글도 조만간 한 번 쓰고 싶다)의 그것인 마냥 무시 해버린다. '진지충'도 이와 같은 맥락의 단어인데, 누군가를 조롱할 때 사용하는 신조어인 '충'자에 '진지'를 더해버렸다. 마치 '진지'라는 단어가 좋지 않은 의미가 되어버린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사색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모든 사물에 대해 자기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가치관을 성립하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서는 누구나 각기 다른 결론과 정의를 내리기 마련이고 이것들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면 모두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들이다. 여기선 당연하게도 아직 설익은 생각들이 생겨 날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헌데 이런 생각들이 대체 언제부터 '우스운 것'이 되어 버렸을까. 조금이 라도 사회적인 통념에 맞지 않으면 바로 배척해버리고 '진지충' 스러워지는 작금의 사회 풍토는 사람들이 '치열한 고민'을 멀리하게 만들어버렸다. 자신이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혹시 내가 중2병은 아닌지하는 걱정에 마음속 깊이 생겨나는 당연한 궁금증들을 밟아버린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사물의 정의를 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답답한 일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인 생각에 자신의 머리를 내맡겨버린다. '남들이 그렇다 하니까', '어른들 말씀이니까'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버린다. 남들의 생각은 '참고할 가치가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 모든 사물의 정의는 스스로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만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저맥락사회'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왜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아주 간단한 답이다. 사는 것이 바쁘기 때문이다. 사는 것이 바쁘니 여유를 가지며 생 각하고 고민할 겨를이 없다. 물리적인 일들을 해나가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여유가 사라진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줄어들지만 그 와중에 간간히 자신만의 개 성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대중의 눈에 그들은 이상해보인다. 대체 왜 저런 '가치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골머리를 썩히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그 속 마음엔 그들이 가는 길이 맞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무심결에 자신이 뒤로 미뤄버린 '진짜 개성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생각 나며 마음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 해서 이 불편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맞고 그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며 자위하고 싶어진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그들에게 '중2병' 딱지를 붙여버린다. 그 사 람의 생각이 어떻든, 어떤 사람이든 중요치 않다. 일단 이 '중2병' 딱지가 붙는 순간 온 사회가 마녀사냥이라도 하듯이 그 사람의 모든 언행을 '철없고 오그라드는' 일 로 만들어버린다. 온 사회가 '저맥락'에 빠져드는 길이다.
'진지충', '중2병'이라는 딱지를 붙여 누군가를 비웃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나는 무엇이든지간 에 단 한 번이라도 그 사람처럼 남의 눈치 보지않고 내가 스스로 내린 결정대로 행동해본 적이 있는지. 단지, 살아가면서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를 유예한 것에 스스로 정당성을 내리기 위해 누군가를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