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선택할 때 돈, 명예, 재미 세 가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세 가지 모두 충족되는 것이 최선이고, 적어도 둘은 만족되는 것이 차선, 하나밖에 채워지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야한다. 나 또한 학생 시절부터 장래의 직업을 놓고 그 누구보다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이제는 나 또한 동의하는 것이며 최근 목표로 하는 직업 또한 이를 놓고 선택한 것이다. 결정을 단순하게 해주는 아주 유용한 선택법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내가 꿈꾸던 직업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창작'이라는 것. 그 방법과 성질이 어떠하든간에 내가 관심있어하던 분야는 모두 세상에 없는 그 무 엇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때문에 가장 창작과 연관된 분야인 예술과 관련된 직업은 모두 한 번씩 고민했었던 것 같다. 크게는 미술, 음악, 문예 세 가지 분야를 모두 고민하고 나름의 노력을 했었다. 지금까지 이어나가지 않은 이유야 뭐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 흐지부지 된 것이 가장 크겠지만 한 가지 변명을 해보자면 이것이었다. 쉽게 말해 '돈'이 안되는 일이었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예술 분야는 대체로 돈이 안된다. 사회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예술이라는 분야의 특성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내가 장래의 일로 이어나가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돈이었다. 당시에는 '내가 속물인걸까', '돈보다는 내가 할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 각이들어 별로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진 않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돈만 많으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은 행복에 있어 아주아주 중 요한 요소 중 하나다. 행복은 아주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 대부분은 돈이 필요한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잠자리에 들고, 취미를 통해 또 다른 자아 실현을 이루고 하는 행위들은 모두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인생의 100퍼센트가 '업무'로 채워져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돈을 얼마나 버는가'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아주 명예롭고 즐겁지만 찢어지게 가난하다면 그 인생에서 행복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두 번째는 명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명예는 특히 주관적인 요소인데, 누군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 정도는 되어야 명예롭다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부족한 살림에 자신의 것을 희생해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명예롭다 생각할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과시욕'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충족됨에 따라 오는 행복감은 꽤나 크다. 내 인생이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나의 인생이 남부끄럽지 않다는 이런 생각들 은 돈으로 충족되는 만족감보다는 고차원적인 행복이며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명예롭지 않은 일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명예롭지 않 은 일이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누구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명예를 구분지으며 여기에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에 통용되는 기준에 따라 이야기 하자면(매우 좋지 않은 생각이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단순 노동직보다는 유명 기업가를 사람들은 명예롭다 생각한다. 평범한 월급쟁이보단 자원봉사 자들을 명예로운 일이라 말한다. 이처럼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직업의 귀천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도 올바르다 생각하진 않지만 사회적인 기준을 속마음으로 동의하는데 어쩌겠는가?) 남부럽지 않게 돈도 많고 하는 일도 즐겁지만 남들에게 소개할 때 내 마음속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직업을 사랑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재미다. 자신이 하는 일 자체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남의 돈 버는 일 중에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상대적으로 느끼는 즐거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평생 글쓰기 하던 사람과 운동선수가 같이 출판작업을 한다면 누가 더 만족을 느끼겠는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으로 삼으면 즐겁지 않은 일이 된 다'며 일적인 즐거움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고 스스로 노력하고 싶지 않아 변명하는 꼴이 된다(즐거움을 느끼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일하는 내내 너무 끔찍하고 괴롭다면 인생이 즐거울 수 있을까? 좋은 차, 좋은 집, 당당히 내밀 수 있는 명함을 갖고 있더라도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 이상을 할애하는 업무활동이 괴롭다면 행복할 수 없다.
헌데 이 재미라는 부분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들은 뭐가 되었든 자신이 잘하는 일에는 재미를 느끼고 못하는 일에는 흥미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절대적인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는 맞다. 현재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게임같은 유흥거리야 애초에 즐거움을 위해 있는 것들이니 누구나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외의 일들에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건 아마 자신에게 익숙하고 어느정도 잘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잘하게 된 과정 속에는 우연하게든 어떻게든 '묵묵히 해내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어떤 분야든지간에 묵묵히 하다보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잘하게 되면 누구나 그 분야에 즐거움 을 느끼는 것이고, 그럼 '이것이 내가 재밌어하는 일이었구나' 착각을 하게된다. 즉 자신이 현재 이 일에 즐거움을 못 느끼는 이유가 단순히 실력이 미숙하기 때문은 아 닌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냥 묵묵하게 해보라. 조금씩 더디게 실력이 늘어날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즐거운 일이 된다. '지루한 부분'을 해내는 것이 익숙해진 다. 해서 나는 '재미가 없어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잘 믿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이 실력이 더디게 늘어나는 지루한 구간을 버티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 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또한 아무리 잘하게 되도 이 일만큼은 절대 재밌게 할 수 없겠구나 싶은 것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피부로 확 와 닿을 정도의 차이를 느끼기 때문에 착각할 일이 별로 없다.
직업이란 자아실현의 도구라 했다.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목적 하나를 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다. 이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 수많은 도구들이 필요하고 그러한 도구들을 모두 안겨줄 수 있는 일을 나의 직업으로 택해야 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자.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일인데 남의 선택과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 결정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나 자신을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깨닫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