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 사두고 두고두고 읽고 있는 책이 몇 권 있다. 공자의 논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리고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다. 몇 개 더 있긴 한데 나중에라도 시간을 내 이 책들을 주제로한 글을 한 권 한 권 써보고 싶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군대에 있을 때 처음 읽었는데 당시 나에겐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가장 놀랐던 내용은 '남에게 충고해도 소용없다' 이었다.
책의 내용이 정확히 '충고하지 마라'는 아니었지만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러했다. 내용의 요지는 사람은 본디 이기적이고 자기방어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을 수용하기 보단 변명을 찾고 자기 합리화 한 다음, 그 충고를 한 남에게 감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안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도 그 비판을 이성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따라서 남에게 하는 충고는 실제로 어떠한 효과도 없고 오히려 그 사람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이야기다. 효과가 적은 것도 아니고 전혀 효과가 없다니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때마침 군대에 있었고 살면서 가장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던 시기였으므로, 그리고 계급이 꽤 올라서 숨통이 좀 트이던 때였으므로 나는 몇 가지 실험을 했었다. 당시 내 머리 속엔 모두들 그렇듯이, 당연하게도 선후임, 동기들과의 심각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신경쓰이는 트러블들이 있었고 나는 책을 토대로 이것들을 해결해보기로 했다. 몇 번의 잔소리를 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왔고 그 때마다 최대한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그 사람의 생각과 충돌하지 않도록 어휘를 고르고 골라 나는 신중한 몇 마디를 건낼 뿐이었고 그 중에는 잘못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고 넘어간 적도 여럿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무심하게 잔소리를 하던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나의 별 생각없이 내뱉던 잔소리들은 정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 사람은 스스로 이것이 해선 안되는 행동임을 당연히 알고 있었고, 나의 충고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려줌으로써 상대에게 짜증만 유발할 뿐이었다.
상대에게 반하는 충고들을 줄이자 좋은 일들이 생겨났다. 첫째로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줄었다. 이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라니 역시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여기서 다시 한 번 들었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속 편하게 사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더 효과적이었으니 마냥 손놓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둘째로 상대방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 이 관계의 개선이 가져오는 효과가 있었다.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그리 큰 스트레스로 다가가지 않았고 내가 하는 신중한 충고 하나하나가 상대에게 주는 거부감이 줄었다. 거부감이 줄어드니 내가 하는 잔소리들은 효과가 좋았고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잘 먹혀 들기 시작했다.
잔소리와 충고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상대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일이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최대한 상대의 입장에 반하게 말하지 말고,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전달'로 끝나도록 말을 내뱉어야했다. 내가 전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상대가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을 고치도록 만들어야했다.
충고를 신중하게 내뱉는 것은 굉장히,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들도 조절할 수 있어야했고 많은 단어들 가운데 상대를 배려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빠르게 생각해야했고 결과적으로 이 말을 하는 것이 상대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수없이 생각해야했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나는 이것이 옳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감정적으로 내뱉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탓에 연습중에 있다. 하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하나의 딜레마가 생겼다. 나는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