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4분기
- 그동안 뭐든 열심히 하면 다 해낼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5년을 살아왔는데 시간, 체력, 정신력 모두 한정적인 자원이고 그것들을 내 앞에 벌어진 일들에 잘 분배해서 써야한다는 걸 올해 뼈저리게 느끼고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 제일 버리기 쉬운 게 취미여서 그동안 꾸역꾸역 해오던 밴드 2개를 그만두었다. 처음 그만두겠다고 말하기까지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멤버들은 아쉬워했지만 내가 그런 말을 쉽게 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아주고 감사하게도 내 의견을 받아들여줬다
- 멘토링은 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최소한의 개입만 했다
- 회사일은 처음에 내가 모든 걸 정리하면서 실행까지 하다가 이제는 실행이 필요한 부분들을 동료들과 나누며 진행하게 되었다
- 그 와중에 건강은 1순위임을 잊지 않고 필라테스는 바쁜 일이 있어도 가고 있지만, 아침 운동은 점점 소홀해지고 있다. 수면 시간이 그날의 체력을 좌지우지 하는 데 더 치명적이어서 요즘은 6시에서 7시로 일어나는 시간을 늦췄고 그러다보니 아침 운동은 자연스레 스킵이 되고 있다. 겨울이 되면서 확실히 생체 리듬이 바뀌게 되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
- 역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 해결된다
- 10/31자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히스토리가 가득한 과제의 인수인계도 끝났다. 이제는 일이 고단하더라도 왠만한 건 다 파악하고 진행할 수 있어서 이전보다 마음은 편하다.
- 11/23자로 SW 마에스트로 과정도 끝났다. 연초에는 패기와 열정이 가득했으나 2분기 말부터 허덕이다보니 자괴감이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무사히 끝맺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 12/18자로 올해 회사에서의 성과도 정리되었다. 이 시간이 오기까지 수많은 고뇌와 육체적, 정신적 한계가 있었는데 점점 연차가 쌓일수록 이 무게는 더 커지는 것 같아서 두렵다. 이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앞으로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져야하지 않을까.
올해 배운 것
- 1년간 개발서적, 인문학, 리더십, 자기계발,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고 내 상황을 대입해보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앞으로도 책은 꾸준히 깊이 읽으려고 한다.
- 나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끊임없이 나 자신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 것
-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하기보다는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 중간 관리자(?)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첫 해였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동안 리더에 대해 막연하게 이래야 한다 라는 잣대를 혼자 정립했었는데 직접 경험하니 내가 리더를 너무 신적인 존재로 그렸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경험을 하며 그 동안 책에서 읽어왔던 문장들이 다시 마음속에 꽂히면서 "아!"하고 깨닫는 순간이 많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실무와 프로젝트 관리를 둘 다 완벽하게 해내는 건 상당히 어렵다. 둘 다 잘하는 리더는 정말 존경스럽다.
- 이해관계자들에게 논리와 설득력을 바탕으로 일정과 아키텍쳐를 조율해야 한다.
- 팀의 속도를 끌어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 상사에게 중간 보고는 언제나 중요하다.
- 돌이킬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더라도 상대방은 나의 의도가 아닌 행동으로 나를 판단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 나의 기준이 확실해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PM과 Ops의 역할을 정의하고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끊임없이 개선해나가야 한다.
- 사람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는 것은 참 어렵다.
- 멀티플라이어로 일해야 한다.
- 감정적인 판단, 사실 전달은 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Big Data Center라는 조직에서 드디어 Data Engineering을 경험하며 데이터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 처음 시도해보는 분야라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난 역시 backend가 맞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데이터 스케쥴링, 전처리, 정합성, 권리대응 등 필요한 지식과 용어를 머릿속에 넣는 것부터 시작했다.
- 이제 머릿속에 넣고 나니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운영하나, best practice가 있다면 차용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나 시스템의 특수성, 리소스의 한계를 고려해야 하다보니 아직 이 부분은 어렵게 느껴진다.
- 우리 시스템과 엮여있는 서비스들도 많은데, 이들의 컨셉, 운영되는 방식을 잘 이해해야 시스템을 재설계할 때 논리가 보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엔 이 부분을 좀 더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년에 개선하고 싶은 것
- 올해는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앞에 놓여진 거대한 산을 넘기 바빠서 옆을 보지 못했고, 심지어 나 자신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찌저찌 산을 넘긴 했지만 큰 그림을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엔 팀과 더 유기적으로 일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 마일스톤, 갑자기 닥친 이슈들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온전히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대하지 못했다. 일을 끝내고자 하는 종결 욕구에 휩쓸려서 일의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싶다.
- 남에게 맞춰주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일의 우선순위가 계속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주관을 뚜렷하게 갖추고, 설득력과 논리력을 보완해서 우선순위를 잘 조정해보고 싶다.
- 올해는 아픈 날들이 이전에 비해 많아졌다. 운동양을 이전보다 더 늘린 것이 오히려 내 체력을 무시함으로써 몸을 혹사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고, 면역력 관리도 제대로 못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몸이 아프면 생각까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서 올해는 건강한 정신으로 일한 날이 적었던 것 같다. 무리하지 말고, 좋은 걸 챙겨먹고, 푹 자는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좋은 회고인거 같습니다. 글을 읽으며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되네요.
올해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