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나 부모님 직업을 기준으로 '더 나은 사람/친구/애인/가족' 여부를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은 식으면 그만이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내 마음이 한 방울 오염되었고 한 뼘 위축되었다면?
결국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어 있다고,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고 친구는 말하리라. 그리고 세상에는 좋은(완벽하고 절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겠지만) 사람들이 더 많다고도 하겠지.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그 인간이 나쁘다 단정짓는 대신 사람답고 합당하고 그럴듯한 설명을 만들어주곤 했었다.
나는 그 남자가 좋은데 그를 꼬셔내기에는 내 조건이 빠진다는 이유 대신, 인간에 대한 절망과 실망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하면 너무 거룩한 포장이자 꼴값일까?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고 성적이 좋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학력이 변변치 않은 사람이 긁혔을 뿐인가? 그 사람의 논리를 debunk 하기 위해 나는 연봉이나 직업군이라는 또 다른 기준 속으로 나를 밀어넣어야 하는가? 심지가 더 굳어졌을 때 다시 생각해보고 대화 나눠 볼 문제다.
물론 환경은 사람을 깎고 빚는다. 안정적인 게 중요할 수 있다. 그리고 불안정한 내 배경이 나를 어떻게 색칠할지 나는 모른다. 다만 특정 기준만으로 모두가 평가받고 평가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에게도 편견이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더더욱 어딘가를 팽팽하게 유지하고 싶다.
쉽게 내뱉은 '나를 놓치면 후회할 것'. 배경이 만들어 그 애의 입을 통해 세상에 뿌려진 말을, 나는 머릿속에 띄웠다가 곧 씹어삼켰다.
허둥지둥대는, 자존감 낮은, 생각이 많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취업 소식에 너무 부러웠다고 말하는 내게, 부러워만 하지 말고, 유용한 정보도 얻고 참고도 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진작에 알아서 다 했는데, 너무 당연한 일이라 언급도 안 했는데. 내가 그렇게 빙다리핫바지로 보이는구나 생각했었지.
이렇게 끄적이기 시작할 때 '心软'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한국어로 읽으면 '심연'인데, 마음이 말랑말랑 연하다 즉, 마음이 약하다는 뜻이다. 사람 이름에 쓰이기도 하는 '연'자는 김연경 선수의 '연'이기도 하다. 내 이름에 쓰이는 한 글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굳세다' 라는 뜻을 가졌다.
그런 배경을 뒤에 세우고, 그런 일들을 겪고 나서 내가 이렇게 말랑말랑해 보인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지 그 사람은 잘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아마 안 하겠지만) 그리고 헛소리마저 웃으며 잘 들어준다는 이유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어디까지 파악하게 되었는지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저도 파악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 욕구를 버려야 내가 나를 구원한다.
어금니를 꽉 물고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어떻게 성공할까 고민하게 해주어서 고맙다. 일기까지 남겨 글재주를 사장시키지 않게 해준 점도 고맙다. 담배를 찾지 않고 css까지 완성할 것 같은데,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날 지경이다. 긁힌 거 맞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