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강연주·2025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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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눈을 뜨면 따갑고 아플 때가 많다. 난시교정과 렌즈삽입술을 거친 두 눈은 오랜 컴퓨터 작업으로 몹시도 건조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감고 싶다. 눈이 문제가 아니라 잠이 지독히 달콤하고 내 몸은 흐물흐물 잘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강아지 담비는 눈을 뜨고 자던데. 사람이 눈을 뜨고 잘 수 있다면(종종 약간 뜬 눈으로 자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이득일까 손해일까? 하이브리드샘이솟아리오레이비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시간에 노력해요, 라고 했다.

눈을 뜨고 있자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제는 괴로운 시간조차도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30대인데, 이런 식으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채 늙기만 하는 걸까? 모든 일 분 일 초가 짧게 느껴지는 지경은 솔직히 아니지만, 딱히 성과도 없이 지쳐버린 나를, 시간이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동네에서 길가를 향해 눈을 뜨면 온통 지뢰밭이다. 대학가 인근에 사는 주민(중에 나같은 사람)은,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이 자각조차 없이 뿜어내는, 그 무차별적으로 무지막지한 풋풋함을 눈으로 씹어먹는다. 눈은 순식간에 시려지고 가슴에 쿵쿵 신호를 보낸 뒤 눈물을 줄줄 뱉어낸다. 작고 귀여운 여성들을 보면, 죽어서도 바뀔 수 없는 나란 존재가 저주스럽기까지 하다.(상술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나로 하여금 불건강한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은 멀리 하십시오.) 약 한 달 전, 예상치 못한 사고(혹은 개똥)가 두 눈을 덮친 경험은 온몸과 마음을 망쳤다. 그래서 동네에서 런닝을 할 때도 행여나 눈에 지뢰가 날아들까 각별히 조심한다. 진짜다. 너무 억울하네 갑자기. 대학생들은 당연히 잘못한 게 없다.

왜 이렇게 괴로운 이야기뿐인가 하니, 괴롭지 않을 때는 눈을 떴음이 와닿지 않기 때문이겠다.

물리적으로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움직임과 어떤 깨달음 또는 새로운 경험 모두 '눈 뜲'으로 표현한다. 영어와 중국어의 an eye opening experience, 开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개발 취업준비 기간이 1년이 되었다. 나는 그 넓고 깊은 파이의 한 조각, 한 조각에 느리게 눈을 뜬다. '아, 이런 맛이구나' 하며. 사랑하지 않아서 느린 건지, 느려서 사랑하지 않는 건지, 그렇다고 다른 걸 사랑하긴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일상적으로 일부러 과장하여 돈오라는 말을 쓴다. 내 먹고삶과 업이 결정되는 나날들에, 돈오는 너무나도 짧고 눈싸움을 더럽게 못하는 내 눈은 거의 내내 감겨 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번뇌를 차단하고 시험장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포기하고 늦잠이나 잘 가능성은 30% 정도.

사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완성 대신, 학습과 만들기 과정에서 나오는 생각을 끄적거리는 일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런 주절거림이 '아티클'이라는 이름으로 어딘가에 업로드된다면 참 멋드러지겠다. 도둑놈 심보. 그리고 오늘 링크드인에 뭐라도 올려야지 했는데. 정리가 안 된다. 슬슬 샤워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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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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