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James 박사님이 햄버거 사주셔서 뉴욕 시내 쏘다녔던 날. 위워크도 구경.
오늘 살펴볼 주제는 SaaS의 metric 중 가장 대표적인 ARR과 MRR입니다. ARR과 MRR은 사실상 같은 개념이지만 각각 1년 기준과 1개월 기준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계약이 월 기준으로 주로 이루어지면 MRR이 더 적절하고, 계약이 주로 연 기준으로 이루어지면 ARR이 더 적절합니다.
이 글에서는 ARR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ARR은 SaaS의 밸류에이션에도 기초가 되는 지표입니다. 왜 ARR을 많이 쓰는 것일까요?
SaaS 비즈니스는 고객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한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시킵니다. 이것을 'recurring revenue'라고 합니다. 매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one-time revenue가 주종을 이루는 비즈니스 모델에 비하여 현금 흐름을 예측하기 쉬워집니다(사용량에 따른 요금 체계라면 예측이 조금 더 어렵습니다).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기업의 예산 수립과 중요한 투자에 따르는 불확실성도 같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또한 ARR은 forward-looking한 지표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속도와 모멘텀을 예측하기에도 좋습니다.
Recurring Revenue
= Subscription revenue owned during a time period / Amount of elapsed time
ARR과 Revenue(매출)을 맥락에 따라 자주 혼용해 쓰기는 하지만, 엄밀히는 다른 개념입니다. revenue는 재무회계상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특정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숫자입니다.
revenue가 이미 발생한 매출을 지칭한다면, ARR은 앞으로 1년간 발생할 매출을 뜻합니다. 앞으로 신규고객도 없고, 현재의 paying user 들 중에 churn, upsell, down-sell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앞으로 1년간 발생할 recurring revenue 입니다. 우리가 보는 공식적인 재무제표에는 revenue는 있지만 ARR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다만 자사의 IR 자료에 ARR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ARR은 특정시점에 측정한 값이고,("2021년 12월 31일에 우리 회사의 ARR은 얼마인가?")
revenue는 특정기간에 걸쳐 측정한 값입니다. ("지난 달에 우리의 revenue는 얼마인가?)
ARR 예측을 revenue 예측으로 바꾸는 것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고객이 매월 1일부터 31일 사이의 어느 날짜에 업셀하거나, 다운셀하거나, 아니면 이탈하는지에 따라 그 달의 revenue가 들쭉날쭉해질 수 있습니다. 보수적으로 월별 Revenue를 예측하려면 매월 1일 기준의 ARR을 12로 나누면 됩니다.
Monthly Revenue = Beginning of Month ARR / 12
고객이 구독을 계약하는 시점과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이 다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많은 회사들이 ARR을 두가지로 나눠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revenue라는 개념은 재무회계상의 개념이고, 실제로 서비스가 인도된 시점을 기준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회계 개념과 일치시키기 위해 CARR보다는 LARR을 기준으로 revenue 예측을 해야 합니다. 위 공식을 살짝 변형해보면 아래와 같이 되겠습니다.
Monthly Revenue = Beginning of Month LARR / 12
ARR도 시간에 따라 변화합니다. 만약 1년을 기준으로 ARR의 추이를 측정한다면, 그 추이는 아래와 같은 공식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Ending ARR
= Beginning ARR + New ARR + Expanstion ARR - Churn ARR
1년뒤의 ARR은 1년전의 ARR에서 새로 들어온 고객의 ARR, 기존 고객이 Up-sell한 ARR을 더한 후 Churn 고객의 ARR을 빼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위 공식의 각 요소들을 개별적으로, 시계열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수이 SaaS 기업에 투자한 VC인 David Skok은 아래와 같은 차트를 만들어서 지표를 추적할 것을 SaaS 기업들에게 추천하고 있습니다. SaaS 기업을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 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의 Net New ARR은 위 공식에서의 Ending ARR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ARR을 예측해보는 것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두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바텀업 방법은 SaaS 기업의 성장을 요소별로 나누어 생각해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과거 데이터가 별로 없는 초기기업들에게 적합합니다. revenue 성장의 주요 요소를 쪼개서 revenue가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좀더 큰 회사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성장을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안되는 상황도 있습니다. 가령 회사가 피벗을 한다든가, 새 제품을 출시한다든가,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갈 때가 그렇습니다.
아래 그림은 SaasOptics라는 회사의 자료에서 발췌해왔습니다.
SaaS 기업이 B2C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A,B를 판매하고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C를 한매하는 상황인데요. 퍼널별로 revenue를 움직이는 요인들을 도식화해놓은 것입니다. 제품 A의 Revenue는 아래처럼 분해될 수 있습니다.
제품 A의 revenue = 제품 A의 Pricing * 제품 A의 sign-up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하지만, 이렇게 쪼개 놓고 보면 각 요인의 임팩트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탑다운 방법은 지금까지의 ARR 성장률의 트렌드를 따라 미래 성장률을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텀업 방법만큼 디테일하진 않지만, 빠르고 업데이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later-stage 기업에게 적합한 방법입니다. 다만 고객군과 제품군이 비교적 동일하게 유지될 때만 쓸 수 있습니다.
가령 B2C 제품을 판매하던 SaaS 기업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때, B2C 제품의 매출 데이터에서 얻은 트렌드라인을 쓸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SaaS metric의 핵심지표인 ARR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SaaS 기업, 그 중에서도 특히 스타트업이 관리해야 할 One Metric That Matters에 가장 가까운 지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지표 1개가 자체로 말해줄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것은 아니고, ARR의 구성요소들, 즉 New ARR, Expand ARR, Churn ARR 등을 동시에 보아야 현재의 비즈니스 상황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ARR은 회계상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SaaS 기업 내에서 재무/회계 담당자에게만 맡겨둘 지표가 아니라, 전략가와 CEO가 늘 쳐다봐야 하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