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김예지·2021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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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의 비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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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3년차. 순탄하기만 하던 내 개발자 인생에 제동이 걸렸다.
원래의 인생계획은 그런거였지, 2년 혹은 3년마다 이직하면서 많은걸 보고 배우는 것.

하지만 첫번째로 시도한 이직에 실패해버렸다.
이유는 뭐였냐면, 그냥 내가 부족해서다. 기본적인 개발 관련 지식이 부족했고, 블로그, Github 관리는 하나도 안되어있는데 내가 3년차 개발자라고 주장하기만 하는 사람이였다.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내가 개발한 Spring boot의 REST API 프로젝트에서 @Controller 어노테이션과 @RestController 어노테이션의 차이를 물어보셨는데 그것조차 대답하지 못했다. 최악이였다.

한시간동안 면접을 가장한 속성 과외를 듣고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되뇌이며 규카츠와 맥주를 먹었다. 문제점은 몇가지로 추려볼 수 있었다.

  1. 우리 회사에선 기본적으로 프론트와 백, 서버 개발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다 한다. 포지션이 너무 애매했다.
  2. 코드 리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짠 코드는 내가 알아서 svn에 push하고 버그가 나면 내가 책임지고 그냥 처리하면 된다. 물론 그건 빌드가 나간 이후이다.
  3. 구조있게 짜여지지 않은 프로젝트를 10년간 유지/보수만 해왔다. 더이상 땜빵하고 이어붙여서 이게 테세우스의 배가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지부터 고려해봐야 할 시간이 온 정도이다.
  4. 서류정리가 너무 많았고, 외국계열 자회사 응대를 전적으로 내가 했다. 서류와 영어 콤보가 겹쳐 나는 그냥 영문 메뉴얼을 통째로 만들어버렸고, 그 이후로도 개발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있었다. 나에게 할당되는 개발 관련 업무는 별로 없었다.

물론 곧 퇴사할 퇴사자의 입장에서 이제와서 뭔 소용이냐 하겠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다음 회사에서는 이런 조건을 더 따져보고 확인해봐야한다고 재차 되뇌이기 위해 기억이 생생할때 기록을 남기려 한다.

나는 이제 2주 뒤, 회사를 떠나 항해99라는 부트캠프로 항해를 떠난다. 99일간 400만원을 지불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내내 온라인으로 팀원들과 구르면서 프로젝트를 하게 되겠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너무나도 안정적인 직장에서 이제 생활비도 없고, 여유도 없는 생활. 그것도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생활을 올해 말까지 한다. 해야만 한다.

이왕 이렇게 된거, 구를거면 좀 더 굴러보려고 한다. 더이상 내 자신을 나태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

블로그 시작을 퇴사 글과 함께 하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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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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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8일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멋있으세요.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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