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1

콜트·2021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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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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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를 읽었다. 며칠에 걸쳐서, 하루에 조금씩 나눠서 읽었다. 여러 번 읽었던 책이고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소리를 내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며, 감상도 남달랐다. 순간의 감상을 잃지 않기 위해 인상 깊었던 구절들과 함께 기록하려고 한다. 며칠에 걸쳐서 작성할 예정이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만 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만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언제부턴가 보이는 것을 좇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만 찾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나 역시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걸지도.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그 안에 있어."

단순한 상자 그림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상자를 그저 상자로만 바라볼 뿐이다. 반면, 아이들의 시선에서 상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마치 '열어보지 않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이다. 어느샌가 어른들은(또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는) 한계를 정해두고 그 속에 갇혀서 사는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선택으로 그렇게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행성은 딱 한 번 망원경에 포착된 적이 있었다. ... 하지만, 그가 터키식 옷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이란 다 이런 식이다... ...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지고 우아한 옷을 차려입고 그의 증명을 다시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가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인간은 대부분 모순적인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여기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보고 싶은 모습만 본다. 이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본질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어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물어보지 않는다. 어른들은 절대로 이렇게 묻지 않는다. '목소리가 어떠니? 그 친구가 좋아하는 놀이는 무엇이니? 나비를 수집하니?'"

'나는 아직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어떤 사람에 관해 물을 때, "어디에서 일해? 나이가 몇이야? 뭐 하는 사람이야?"와 같은 질문은 잘 안 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에 관해서 물을 때는 순수하게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지 않을까?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는 우리는 확실히 숫자 같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직 나는 인생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보다. 아니면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걸까? 숫자에 점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다.

"슬프게도 나는 상자 속의 양을 볼 줄 모른다. 아마 나도 조금은 어른들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버렸다."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슬픈 구절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버린 걸까?

"어린 왕자가 사는 행성에는 다른 모든 행성처럼 좋은 식물과 나쁜 식물이 있었다. 하지만, 씨앗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하지만, 나쁜 식물일 경우, 가능한 한 빨리 눈에 띄는 족족 싹을 뽑아 버려야 한다. ... 바오밥나무는 너무 늦게 손을 대면 절대로 제거할 수 없게 된다. 행성 전체에 퍼지고, 뿌리가 행성을 뚫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행성이 너무 작은데 바오밥 나무가 너무 많으면, 바오밥나무가 별을 산산조각 낸다..."

자, 여기서 '행성'을 '마음(또는 생각)'으로 바꿔서 읽고, '식물'을 '습관(또는 생각)'이라고 고쳐서 읽어보자. 그러면 조금 의미가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습관'은 한순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싹을 틔우고 점점 자라서 거대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 이르러서, 그게 나쁜 습관일 경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인데, 너무나도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에게는 제거되지 않은 바오밥나무의 씨앗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이미 싹을 틔우는 중인 건 아닐까?

"아침에 세수하고 나면 아주 신경을 써서 별의 몸단장도 해주어야 해요. 주의를 기울여 규칙적으로 모든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해요. ... 아주 귀찮지만 참 쉬운 일이에요."

맞다. 아주 귀찮지만 참 쉬운 일이다. 의식적으로 교정을 시도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귀찮다는 이유로 내버려 두고 있다.. 어느샌가 거대해진 바오밥나무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도록 만들지 말자.

"어린이들이여, 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쁜 습관과 생각을 경계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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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블로그이지만 꼭 개발 이야기만 쓰라는 법은 없으니, 그냥 쓰고 싶은 내용이면 뭐든 쓰려고 합니다. 코드는 깃허브에다 작성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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