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얼굴의 신사가 사는 별을 알아요. 그는 꽃향기라고는 맡아본 적이 없어요.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아무도 사랑해본 적도 없고, 인생에서 오로지 숫자를 더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게 없어요. 그러면서 온종일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어요. 아저씨처럼 '나는 중요한 문제로 바빠!'라고 말하면서요. 그리고 교만으로 가득하다고요.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라 버섯이에요."
언젠가 찍고 싶었던 마음의 쉼표가
숫자들 사이 뒤엉킨 이상.
계산적인 이 세상이 들이미는 손
잡기 싫지만, 빈손 되는 게 더 겁이 나.
- 에픽하이, 빈차 中우리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숫자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서 서글픈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버섯은 그저 자라기만 할 뿐인데. 나 역시도 사람이 아니라 버섯일 뿐인 걸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요즘 들어 고민이 많은 밤들이 계속되고 있다. 위는 에픽하이의 노래, '빈차'의 가사 중 일부다.
"꽃들은 수백만 년 동안 가시를 키워 왔어요. 양들도 수백만 년 동안 똑같이 꽃을 먹어 왔고요. ...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중요하지 않다고요? 그것이 빨간 얼굴의 뚱보 신사의 계산보다 중요하지 않다고요? 그런데 만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꽃 한 송이, 오로지 나의 별 말고는 아무 데서도 자라지 않지만, 어느 아침 작은 양 한마리가 멋모르고 한입에 넣어 버릴 수 있는 꽃 한 송이를 내가... 바로 내가... 알고 있다면요. ... 누군가 꽃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그 꽃이 수백만에 수백만의 모든 별 속에서 오직 하나뿐이라면,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 누군가는 속으로 생각할 거에요.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린다면 한순간 모든 별이 어두워지는 거예요. 그런데도 아저씨 생각에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니요!"
단지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세상에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들이 절대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각자의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꼭 대단한 무언가여야지만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인간은 단순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나? 단순히 지고한 어떤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꿈이라는 것 역시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날아온 씨앗에서 새로운 꽃의 싹이 텄다.
그렇다.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어디서 무엇이 내게로 날아와 싹을 틔울지. 우리는 항상 그 어떤 무언가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린 왕자는 사랑이나 다름없는 좋은 감정이 생겼음에도 이내 꽃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그 때문에 불행해졌다.
우리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쉽게 일희일비하고,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곤 한다. 세상을 좀 더 단순하게 살아보려고 해보면 어떨까? 복잡하게 생각하면 머리만 아플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문제이긴 하겠지만…
"꽃들의 말은 귀담아들어서는 안 돼요. 그냥 바라보며 향기를 맡으면 그만인 거예요.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로 가득 채웠어요. 하지만, 나는 꽃의 매력을 즐길 줄 몰랐어요. 당혹스러웠던 발톱 이야기도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내 가슴속을 채웠어야 해요. ... 사실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랐던 거예요! 판단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 해요. 꽃은 내게 향기와 빛을 주었어요. 꽃에게서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가련한 거짓말 뒤에 애정이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어요. 꽃들은 겉과 속이 얼마나 다른데!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예요."
"꽃들의 말은 귀담아들어서는 안 돼요"라는 말에는 그리 동의가 되지 않지만, "그냥 바라보며 향기를 맡으면 그만인 거예요."라는 말에는 지극히 동의한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는 것인지, 더 큰 무언가를 바라는 것인지, 있는 그대로 두질 못하는 것 같다. 그저 곁에 두기만 해도 향기로워질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어땠나? 나는 내 주위 사람들을 그대로 사랑했었나? 내가 아닌,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그에게는 불을 뿜는 화산이 둘 있었다. ... 불 꺼진 화산도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것이 언제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엄마는 항상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고 하셨어. 넌 그 안에서 뭐가 나올지 결코 알 수 없지."
- 영화, 포레스트 검프 中그냥, 불현듯 위 대사가 생각이 났다. 그렇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 이 물음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