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FFEL에서의 3달 반을 마치고...

곽정은·2021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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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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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풀입 시간이 없어진 이후로 일기 쓰는 걸 까먹고 있었어요.
한달 전 이야기를 풀려니 막막하지만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겠습니다.


2021.03.02 ~ 2021.03.05(1주차)

의료영상 진단 프로젝트가 있던 주였다. 의료영상 데이터는 imbalance가 심해서 기준이었던 정확도 80%를 찍기 너무나 힘들었다. 입력 크기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바꾸려고 했지만 바꾸는 방법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 그냥 운에 맡겼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정말 운수 좋게 84% 정도를 찍을 수 있었다. 근데 제출 전에 이걸 잘못해서 삭제하는 바람에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걸 rm로 지우지 않고 주피터 노트북에서 삭제 버튼으로 지운 것이라 휴지통에서 다시 찾아내 간신히 제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다음 주에 알바를 하지 않겠냐는 형규님의 전화를 받았다. 돈 벌 궁리는 항상 하고 있던지라 나는 단숨에 오케이했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나가기로 했다.

2021.03.08 ~ 2021.03.12(2주차)

주말에 대전으로 다시 돌아와서 월요일에 세종으로 향했다. 형규님과 같이 일하시는 범진님의 차를 얻어타고 갈 수 있었다. 옆 동네 사시는 분이었다. 이제 갓 20살이 되었다고 하는 드론 레이싱에 대해서 빠삭하시고 즐기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20살때 뭘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 끝나고 나는 미드만 주구장창 봤던 것 같은디...

처음가보는 세종은 참 '신도시'스러웠다. 전에 일할 때 사람들이 종종 세종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알게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알바를 하니 굉장히 생산성있는 삶을 산 것 같아 뿌듯했다. 인형 눈 붙이기 알바라고 해서 갔지만 인형의 눈은 재봉되어있었고 실상 우리가 할 일은 AI 스피커를 조립하고, 인형 안에 넣고, 테스트하는 작업이었다. 초반이라 IO 보드 불량이 있기도 했고, 작업도구도 다 수동 공구 뿐이라 힘이 더 들기는 했다.

원래 사무실 분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3D 프린터를 배우러 오신 다른 기업체 개발자 분도 계셨다. 일주일 동안만 함께하는 것이었더. 그분은 3D 프린터를 배우시면서 동시에 인형 작업에 참여하셨다. 참 사람이 좋은 분이라 좋은 인연을 알게 되어 좋았다.

2021.03.15 ~ 2021.03.19(3주차)

원래는 집안 행사가 겹쳐있는 주라 집에 가려고 했는데, 인형 작업이 많이 남았고 나도 더 하고 싶어서 집에 가지 않았다. 이 주도 매일 출근해서 공부하고 작업했다. 일요일에도 잠깐 나가서 작업했다.

첫 오프라인 공지를 받았다. 설렘과 동시에 인형 작업 때문에 마음이 걸렸다. 난 비록 알바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내가 힘써서 하고 있던 일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프라인되면 얼마나 재밌을까 동시에 생각했다. 두근두근. 그래서 공부도 별로 안된 것 같다. 사람들 만난다는데 당연한 일 아닌가?

2021.03.22 ~ 2021.03.26(4주차)

첫 오프라인! 나는 A동 3층에서 수업을 들었다. 게더로 얼굴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니 연예인을 만난 것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다. 얘기하는 것들고 재밌었다. 생각과 다른 생김새인 분들도 많았고 '이분이 그분이었구나'하는 약간의 깨닫는 시간도 되었다. 공부는 더 뒷전이 된 것 같다.

한가지 단점은 밥을 챙기는 것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그냥 먹거나 말거나 늦게 먹거나 하면 되는데 나가서는 시간도 지켜야하는데 심지어 주변에 식당도 없었다. 첫날은 편의점을 갔고 두번째는 식단 파악하고 진흥원에서 밥을 먹었다. 이후에는 나가서 계속 사먹은 것 같다.

사람들이 Exploration을 하면 온라인 때는 막 모르는 거 물어보고 그랬는데, 오프라인이 되니까 되려 묻지 않는 것 같다. 저마다 자리에 앉아서 그냥 묵묵히 하고 있었다. 나는 막 사람들이 토의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대신 풀입 스쿨은 내 기대에 부합했다. 물론 나는 공부를 덜 해서 엄청 적극적인 참여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해의 심도가 달라지는 건 느껴졌다. 훨씬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주에는 내 동생이 집에 놀러왔다. 근데 내가 가장 바쁠 때 와서 얼굴은 많이 보지 못했다. 오프라인이 되니 수업이 끝나고 세종에 가면 돌아올 때는 늦은 밤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물량 맞추느라 작업이 3시에 끝나서 늦게 들어갔는데 그래도 누나 기다린다고 불도 켜놓고 있어서 감동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치킨도 사주고 보쌈도 사주고 했다.

3월 26일은 1학기에서 2학기로 넘어가는 1일 방학이었다. 하지만 난 출근했다. 일은 많이 안했던 것 같다.

2021.03.29 ~ 2021.04.02(5주차)

해커톤 2가 시작되었다. 연구 프로젝트 계획서를 써야 했다. 나는 자소서 써주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데이터 구하기도 어렵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피드백에 바로 바꿨다. 말하는 화분으로 말이다. 인형 작업을 한 것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근데 머릿 속에 이미지만 있고 구체적인 것은 없으니 쓰는 것이 막막해서 한참을 미뤄두었다.

29일에 동생은 갔고 30일에 아이펠에 밀접접촉자가 나왔다는 말에 2시인가 3시에 바로 짐을 싸서 퇴실했다. 정천벽력! 형규님 차를 얻어타고 신탄진에 있는 보건소에 검사를 문의했는데 돈을 내도 받아주지 않아서 그냥 집에서 기다렸다.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선물받은 버터가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늦게 왔으면 다 녹을 뻔 했다. 다행히도 밀접접촉자 분은 음성이었다.

그래서 31일에 세종으로 출근했다. 마침 형규님 생일이라 작게나마 축하해드렸다.

4월 1일에도 출근했는데 오후에 우리반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퇴근했다. 나도 단순접촉자로 분류되어 4월 3일에 월드컵 경기장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나는 예약이 된 줄 알고 10시 반에서 11시 반까지 오라는 말에 갔는데, 예약이 되지 않아 기껏 간 길을 돌아 집으로 향했다. 3시 55분에 다시 예약을 잡고 또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비로 5만원을 태워 마음이 아팠다. 비도 오고 택시 아저씨가 검사소 근처에서 내리면 싫어할까봐 일부로 검사소와 먼 곳에서 내렸다. 그것 밖에 안했는데 정말 피곤했다.

이 주는 코로나 소동에 정신이 없었다. 해커톤 주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계획서 제출 기한도 일요일까지로 늘어나서 어찌저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화요일에 첫 작당모의 스터디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효 스터디가 토요일에서 월요일 밤 10시로 바뀌었다.

2021.04.05 ~ 2021.04.09(6주차)

다시 오프라인의 시작이다. 나는 세종 사무실에 나가서 공부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인표님과 선옥님, 민규님도 함께했다. 인표님은 창업 준비로 바쁘시고, 나와 민규님, 선옥님은 따로 라즈베리 파이를 배우게 되었다.

3D 프린터로 노트북 거치대를 뽑았다. 다 같이 모여서 도안을 짰다. 물론 그림은 형규님이 그리셨다. 맞춤이라 아주 좋았아서 노트북 거치대 판매글을 노션에 올려봤다. 뭔가 마케팅 활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사무실에서도 글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2021.04.12 ~ 2021.04.14(7주 진행중)

토요일에 딱 한잔만 스터디에 나갔다. 인도음식과 일본식 파이를 파는 곳을 방문했다. 괜히 인도 음식점 간다고 여러가지 준비해간 것이 무색하게 별로 나에게 질문이 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이날 노트북 거치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아이펠의 특성과 판매글이 맞지 않는 것 같아 글을 내렸다.

다음 날 세종에서도 약속이 있어 나갔다. 판매 글에 대한 의견들을 논의하고 동시에 세종 사무실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있었다. 인형 알바는 끝났으니 모여서 공부하는 것은 좋은데 3명의 스케쥴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5월부터 같이 공부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각자 공부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나는 일을 같이 하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사실 사무실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하긴 했다. 그래서 이번에 바꾼 계획으로 더 공부시간을 더 보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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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냉각시스템 개발기업 전략기획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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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4일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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