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가 아닌 일기

Autumn·2021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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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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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크게 세 분기로 나눠볼 수 있겠다. 마지막 학기를 다녔던 6월까지, 코드스쿼드 코코아를 시작하기 전인 10월까지, 그리고 코코아. 쓰다보니 회고가 아니라 그냥 일기가 되어버렸다. 민망쓰 😅 너무 길어져서 TTTMMMIII 부분은 좀 자르고 올린당..ㅎㅎ


나도 졸업이라는 걸 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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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전과를 했지만, 매 학기 있는 전공필수과목인 설계 스튜디오를 수강하면서 정말. 정말정말 좌절의 연속이었고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디자인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고 재밌는데, 직접 설계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차라리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으면 좋은 공간에 많이 가보기라도 했을텐데 집 밖에 나가는 걸 너무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과제나 수업 때문에 가는 답사가 아니면 잘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본 게 없으니 뭘 따라해보려고 해도 잘 안되는 게 당연했다. 설계 스튜디오 과목 말고 다른 강의들 중에 재밌게 배웠던 강의들도 몇몇 있긴 했다. 그렇지만 설계가 매학기 나를 너무힘들게 해서 이 분야는 진짜 나랑 안맞는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 설계를 수강해야 했다. 그게 바로 올해 상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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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내가 최고 존경하는 서정연 교수님 반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자괴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고민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내도 그렇다할만한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게 너무너무너무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마감과 발표는 해야 했기에 정말로 울면서 마감을 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친구들이 도와줬다. ㅠㅠ 평면도 그려준 신비, 아이소 다이어그램 그려준 세희 정말 고마웠어.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정말 다행히도 코로나 덕분에, 기존에는 종강 후 바로 했던 졸업 전시가 미루고 미뤄져서 8월 말에 진행되었다. 다른 분야로 취업할거라는 핑계를 대며 전시에서 빠질 수 있었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대학 생활이, 장장 6년 반동안의 대학생 신분이 드디어 올해 8월에 끝나게 되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될 거야 🧑🏻‍💻

개발자가 되겠다는 결심은 내가 했던 경험들과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었다. 한창 롯데시네마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을 좀 오래 하다보니 비효율적인 업무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왜 손님도 없는데 우리는 앉아있지도 못할까, 왜 영화 입장 시간이 아닌데도 입구에 계속 서있어야할까, 왜 저렇게 서류를 위해 쓸데없이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코팅할까, 왜 픽업존은 저기다 만들어놔서 오징어 주문한 고객들한테 매번 안내를 해드려야 할까. 등등등 ㅋㅋㅋ 불만이 엄청 많았다.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곤 했다. 이런 불만들이 한창 많았던 때에 CGV에서는 스마트시트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을 봤다. 근무하면서 티켓 매번 확인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음 그냥 QR코드 찍으면 상영관 문이 열리게 하면 안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바로 현실에 나타난 것이었다. 거기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만 했는데,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구나. 내가 했던 생각들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들은 아니었구나.

전과를 하고 실건에서 배우고 느낀 것도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대해서 생각도 해봤고,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런 훈련들을 통해 일상에서 불편했던 점을 찾아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해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정연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지 분석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임경란 교수님의 수업에서는 내가 가졌던 불만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임교수님은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같은 것들을 많이 보여주셨고 기존에 없던 어떤 공간이나 가구, 제품같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거기에 플러스로 환경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셨다. 설계 스튜디오 수업들 때문에 자괴감이 너무 심했던 실건 생활이었지만, 돌아보니 실건 전공을 하면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관을 다져나갔던 것 같아서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전공 생활 중에 그나마 판넬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좀 더 잘 만들고 싶어서 방학을 이용해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배웠다.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에 재미있게 배웠고 심화 과정인 인디자인까지 배우게 됐는데, 인디자인 과제로 주어진 텍스트와 이미지를 이용해 웹페이지 하나를 디자인해보는 것을 몇 번 해보았다. 이 때도 참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인쇄물이나 피피티 같은 디자인을 보는 눈은 조금 있다고 생각했어서 ㅋㅋ 실내건축은 내 길이 영 아닌 것 같은데, 웹디자인을 해볼까, 편집디자인을 해볼까. 하지만 이것도 결국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금방 벽에 부딪혔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며 '마음대로' 해보세요~ 하는데, 난 마음대로가 잘 안 됐다. 또 다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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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대체 뭘 해야할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무렵에 웹디자인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퍼블리셔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자인을 받아서 화면에 구현하기. 뭔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솔깃했다. 그래서 2020년 초, 1월 무렵에 html, css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개발자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html과 css를 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고 잘 하는 것 같아서 프론트엔드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개발 공부를 하려고 찾아보다가 멋쟁이 사자처럼과 같이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동아리들을 알게 됐는데, 아 이게 내 길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직업.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바꿔볼 수 있는 직업. 그게 바로 개발자다💡!!! 주변에 개발 공부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개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나보다 먼저 웹개발을 접한 홍선생이 있었기에 홍선생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상반기에는 졸업 설계 하나만으로도 너무 심리적으로 괴로워서 개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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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개발 공부는 아주 더디게 했는데, 노마드코더 챌린지도 해보고 홍선생 덕분에 자바스크립트로 프로그래머스 문제도 몇 개 풀어보기도 했다. 분명 어렵고 또 어려웠지만 풀어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뿌듯함이 뿅뿅 올라왔다.

종강 후에 본격적으로 개발 공부를 해야 했다. 홍선생이 수료했던 부스트캠프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코테에서 탈락했다. 부트캠프도 알아봤는데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하반기에 모집할 싸피, 우테코 같은 프로그램을 기다리며 혼자 공부를 했다. 부스트코스 코딩뉴비챌린지를 들으면서 CS 맛보기를 했고 온라인으로 하는 스터디를 처음 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료 스터디여서 그랬는지 참여를 안하는 사람이 두 명 정도 있었다. 책임감을 가지고 꼭 수료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리더로 신청했었기 때문에 나름 참여를 이끌어보겠다고 규칙도 만들고 DM으로 독려도 해보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화도 좀 났다. 팀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떻게든 같이 가려는 내 성의가 무시당한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온라인 스터디가 처음이었기에 왠지 쑥스러워서 카메라는 키지 않고 목소리로만 같이 공부했었는데, 그러다보니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 전반적으로 팀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가장 큰 문제는 먼저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내가 리더였기에 MC처럼 회의를 이끌어가고, 팀원들에게 말을 시켰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도 해보았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다. 스터디 자체가 C언어로 진행돼서 너무 어렵기도 했고 CS지식을 단기간에 다 익힐 수도 없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미션을 못해낸 게 대부분일정도로 너무 어려웠지만, 교양 수업 듣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들었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다. 리더로 참여했던 덕분에, 리더가 탈주하면 안되니까, 수료는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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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뉴비챌린지를 하면서 오프라인으로는 리액트 스터디를 꾸려서 작은 프로젝트를 해보기도 했다. 근데 이 때 당시 내가 자바스크립트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생각해서 리액트를 건드렸던 것인데, 리액트를 보니 외계어 같았고 강의를 들어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4명으로 시작했던 스터디는 초반에 한 명이 나가서 3명이 되었는데, 나까지 나가면 아예 공중분해가 될 것 같아서 꾹 참고 남아있었다. 리액트를 잘 몰랐기 때문에 기획이나 디자인 쪽으로 참여를 했고 약간의 CSS에 기여를 했다. 이 스터디를 통해 배웠던 점은 프로젝트를 하려면 '할 일'을 세부적으로 계획하고 서로 잘 나눠야겠다는 점, 서로의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협업 툴을 적극 사용해야겠다는 점이었다. 다들 프로젝트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소통에 서툴었다. 특히 나는 리액트를 정말 모르겠어서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말을 못꺼냈던 것 같다.


코드스쿼드 코코아 🥥

코코아 회고는 여기
코코아 하면서 감사했던 것은 열정적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나도 자극받아 덩달아 열심히 하게 된다. 코코아를 한 덕에 마스터즈 코스를 하게 될 수 있었다. 혼자였으면 테스트 문제는 풀어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금액이 너무 부담됐기 때문에... ㅠ.. 그래도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서 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자는 생각이다. 코코아 5주 과정과 그 후에 동료들과 했던 스터디까지 총 두 달동안 열심히 지냈다. 성인이 된 이후로 뭔가를 이렇게 열심히 해본 건 처음이다.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마냥 침대에 누워 폰만 보던 무력한 생활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코딩뉴비챌린지 경험을 바탕으로 코코아에서 잘 해냈듯이, 마스터즈 과정에 가서도 코코아에서 잘 했던 것은 더 잘 하고, 미숙했던 점은 고쳐보도록 해야겠다.


2020년 들어서 달라졌던 마음가짐 💪🏻

졸업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0년도에는 CGV 알바를 했었는데, 알바를 하고 있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롯데시네마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비효율적이거나 이해가 안 가는 업무들이 종종 있었고, 신규 사이트여서 업무 체계도 잘 잡혀있지 않았었다.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면 문제점을 금방 깨닫고 빨리 고칠 수 있었을텐데 코로나 때문에 직격타를 맞은 업종이다보니 문제점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장의 몇 푼 안되는 돈과 내 시간을 바꾸지 말자고 마음 속으로 계속 되뇌였다. 그러던 중에 마침 코코아를 신청하게 되었고, 휴직을 하고서 코코아에 참여했다. 코코아를 해보니 나의 가치를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해져서 퇴사를 결심했다. 2월까지 근무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서 조금 고민은 했지만 그럴 때마다 또 되뇌였다. 당장의 작은 돈보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하다. 미래에 투자하자.


기대되는 2021년 🙏🏻

코코아 두 달 동안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니, 마스터즈 과정 6개월동안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6개월 뒤의 나는 얼마나 성장해있을까? 나는 어떤 회사에 가게 될까? 너무너무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잘 못해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 이건 내가 스스로 세뇌해서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기대인데 스스로도 너무 신기하다.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서 몇 년동안을 게으르게 살고 있었는데 코코아 덕분에 정말 사람 됐다. 🥺 마스터즈 과정에는 분명 날고 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못한다고 주눅 들지 말고, 그들에게 배우면 될 일이다. 나의 속도대로 가자. 조급해하지 말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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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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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7일

주눅들지 말고 나의 속도대로! Autumn 회고글 참 잘 쓰시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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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8일

조어텀의 1년 요약이군요~ 아주 대견합니닷~ 우리 모두 성장하는 2021되길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