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8세 어느덧 중년 남자가 되버렸다.
꿈과 희망을 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불쌍한 남자들 중 한명이다. 직장에서 우스겟 소리로 남자들은 그런말들을 한다. '세상 제일 불쌍한 사람이 결혼한 남자들이야' 라고. 결혼한 남자들 대부분은 직장에서 하루 24시간중 대략 12시간을 보낸다. 그 12시간은 집밖으로 나가는 순간 시작되어 귀가하는 시간을 말한다. 주말에도 일해야하는 남자들도 있다.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집안일을 하거나 아내와 아이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거나 동료나 친구의 경조사에 가야하거나 종교행사나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말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이 된다. 휴일, 휴가때에도 자녀와 아내를 케어하고, 노년에는 자녀와 함께 휴가라도 간다면 손주들을 따라다니며 딸이나 아들에게 휴식을 주는 일을 마다해서는 안된다.
나 또한 다른 남자들과 다르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결혼했고, 예쁜 딸도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삶들에 감사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자꾸만 뭔가를 찾아 나서는 모험가가 되고 있다. 아니 나는 지금 모험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대체 난 어떤사람이 되고 싶은 것일까?
감성돋던 어린시절 -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유년시절 - 동심을 빼앗긴 10대처럼 무감각하게 살아온 2030 - 결혼생활로 잃어버린 12년 - 그 후 나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독서 그리고 꿈꾸는 자가 되고 싶은 지금, 간략히 요약해보면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돌아볼 시간없이 달려왔는데 열심히 달리다보니 내가 왜 달리는지, 어디로 달리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마치 껍질속에 있는 무언가가 생명의 사인을 보내듯 머리와 가슴속에서 꿈뜰거리고 있음을 알고 궤도수정을 계획하고 싶어 한다.
습관, 정기적으로 뭔가 일을 해내는 것에서 나비효과를 꿈꿔본다. 그 시작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다. 인생의 중반, 궤도를 수정하기를 원한다. 그럼 이번엔 제대로 수정해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고민해본다.
일단 '글쓰는 사람이 되어 보자.' 고 결정한다. 매주 1번 이상 글을 써보자. 한번의 행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행동을 반복한다면 나는 글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감성돋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국민학생이던 난 글쓰길 좋아했다. 원고지 10매, 20매 정도에 나의 이야기들을 적어 대회에 출품하는 것을 좋아했다. 추운 겨울 발이 차갑게 되도록 책상에 앉아 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고 다음날 학교에 제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재미를 더 했던 것은 그렇게 고생해서 제출한 출품작들이 상장이나 상품으로 보상을 줬다. 6학년 즈음 선생님께 글짓기가 너무 좋아서 글쓰는 직업에 대해 상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글쓰는 직업은 배고프다며 말리셨다. 그 후 중학교부터 난 글을 쓰지 않았다. 어떤 대회에도 나가지 않았고, 재미없는 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열심을 다해야 했다.
나에겐 글쓰기에 관한 좋은 기억이 있다.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을 많이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이 쓴 책에는 별로 관심이 가질 않았다. 교만이 하늘을 찌르고 내자신을 후퇴시켰다. 그때, 독서가 그 시대의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의 대화라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더 지혜롭고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을까. 가난한 사람들은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얼마나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기회비용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귀로 눈으로 책을 읽으며 껍질속에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떤 작은 일들을 성공시켜나가야 하는가?